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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에 고사위기 맞은 일본 페트병 재활용 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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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일본의 페트병 재활용 산업이 고사위기를 맞고 있다. 페트병과 플라스틱의 수요가 급감한데다 유가 하락이 플라스틱 제조가격을 떨어뜨려 재생원료를 쓸 필요가 낮아졌기 때문이다.

연간 60만t의 페트병을 사용하는 일본에서는 사용한 페트병의 약 90%가 재생자원으로 활용된다. 우리나라에 비해 분리수거 기준이 까다롭지 않은 일본의 일반 가정에서도 페트병은 분리수거 대상이고, 사무실과 영업점에서도 페트병 분리수거가 정착돼 있다.

수거한 페트병의 3분의 2는 일본용기포장리사이클협회가 입찰을 통해 리사이클 업체에 판매하고, 나머지는 지방자치단체가 독자적으로 입찰을 실시한다. 수거한 페트병을 유료로 거래하는 시장이 있기 때문에 재생 자원 가운데 페트병의 재활용률이 특히 높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코로나19의 확산이 시장 수급상황을 무너뜨리고 있다. 용기포장리사이클협회에 따르면 올 2분기 수거한 페트병의 판매량은 3만928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7% 줄었다. 외출제한과 휴업의 영향으로 자동차와 생활용품 판매가 급감하자 자동차 내장재, 침구·의류용 섬유, 음료용기, 식품 포장재 등에 사용되는 재생 플라스틱 수요도 감소한 탓이다.

경쟁자원인 폴리에틸렌텔레프탈레이트(PET) 값이 유가 하락에 힘입어 낮아진 점도 페트병 재활용 시장을 위기로 몰아놓은 요인이다. 지난 6월 기준 PET 수입단가는 1㎏당 90엔 수준으로 1월보다 14% 낮아졌다. 일부 포장용기의 경우 재생 PET 가격이 새로 만든 PET 보다 10~20% 높은 사례마저 나왔다. 한 생활용품 제조회사 관계자는 "지금으로서는 재생 PET를 사용할 메리트가 없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말했다.

재생 PET가 경쟁력을 회복하려면 시장 상황을 가격에 반영해야 하는데 이 마저 쉽지 않다. 재생 PET 가격은 용기포장리사이클협회가 1년에 두 차례 실시하는 입찰가에 연동하는 구조여서다. 올 상반기 1㎏당 평균낙찰가는 46.7엔으로 2014년 하반기 이후 최고가다. 코로나19 확산 이전까지만 해도 음료용 페트병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 탓이다.

도쿄도 고쿠분지시와 기타구 등 독자적으로 입찰을 실시하는 일부 지자체는 올 상반기 낙찰가격을 일부 인하하거나, 재입찰을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재활용 페트병의 70%를 판매하는 용기포장리사이클협회는 하반기 입찰까지 마쳤기 때문에 상반기 입찰가격의 변경이나 재입찰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다른 재생 플라스틱 자원의 사정은 더욱 심각하다. 화학회사 등으로 구성된 일본플라스틱공업연맹에 따르면 올해 재생 플라스틱 사용량은 지난해보다 40% 감소할 전망이다. 중국 정부가 폐 플라스틱 수입 규제에 나서면서 수출시장도 대폭 축소됐다.

'재활용의 모범생'으로 평가받던 페트병 재활용 시장이 위기에 몰리면서 재활용 규모를 늘려 플라스틱 의존도를 낮추려던 일본 정부 전략에도 먹구름이 끼게 됐다. 지난해 일본 정부는 2030년까지 재생자원의 이용을 두 배로 늘리겠다는 플라스틱자원순환전략을 발표했다. 이시가와 다쿠야 다이와종합연구소 주임 연구원은 "자원 재활용이 시장원리에 의해 돌아가도록 뒷받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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