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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파운드리 기술력 흠집내는 대만 IT 매체들 [황정수의 반도체 이슈 짚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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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가 지난 3일 공식 블로그에 '5nm(나노미터, 10억분의 1m), 4nm 공정 기술 개발과 관련한 부정적인 뉴스에 대한 설명'이란 글을 올렸다. 삼성전자는 게시문을 통해 "5nm, 4nm 공정이 지연되고 있다는 보도는 정확하지 않고 사실에 근거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이같은 해명을 공식 블로그에 올린 배경을 살펴본다.
삼성전자 TSMC 5nm 초미세공정 경쟁
파운드리는 팹리스라 불리는 반도체 설계·개발 전문업체의 주문을 받아 반도체를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사업이다. 언뜻 생각하면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과 비슷하지만 기술 수준이 다르다. 애플, AMD, 엔비디아 같은 팹리스들이 설계를 잘해도 파운드리업체가 기술력으로 뒷받침하지 못하면 최첨단 반도체를 만들 수 없다.

올해 2분기 기준 세계 1위 파운드리 업체는 대만 TSMC(Taiwan Semiconductor Manufacturing Company, 대만반도체제조회사)로 점유율은 51.5%, 2분기 매출 추정치는 101억500만달러(11조9996억원)다. 2위는 점유율 18.8%, 매출 추정치 36억7800만달러(약 4조3676억원)의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다.



5nm, 4nm 등은 '회로선폭'이다. 흔히 '반도체 회로의 폭'이라고 설명한다. 반도체 회로에서 전류의 흐름을 조절하는 '문' 역할을 하는 '게이트'의 간격이다. 게이트의 폭을 줄일수록 전자의 이동거리가 줄고 동작속도가 빨라지기 때문에 반도체업체들은 회로 선폭을 미세화하는 경쟁을 진행하고 있다.

회로선폭이 미세화하면 파운드리업체들은 한 장의 웨이퍼에서 더 많은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 미세화 경쟁에 유리한 장비가 네덜란드 ASML이 독점생산하는 EUV(극자외선) 노광장비다. 광원 파장이 13.5nm로 기존 장비인 ArF(불화아르곤)장비의 14분의 1 수준이다. 16절지에 크레파스로 반도체를 그릴 때보다 샤프나 색연필로 더 많은 반도체를 그릴 수 있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파운드리업체에 주문을 넣은 팹리스 입장에서도 이익이다. 반도체가 작아지면 소비전력이 줄고 반도체를 제외한 나머지 공간에 더 많은 기능을 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5nm 공정은 7nm 고정보다 로직면적(크기)은 25% 감소하지만 전력효율은 20%, 성능은 10%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대만매체 "삼성전자 5nm 수율 낮다" 저격
현재 7nm 이하 초미세공정은 TSMC와 삼성전자만 가능하다. 올해 2분기부터 TSMC와 삼성전자는 5nm 공정 고객 확보 경쟁을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TSMC의 본사와 생산시설이 있는 대만의 IT 전문 매체 '디지타임즈'에서 지난달부터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에 대한 부정적인 보도가 이어졌다.

디지타임즈는 지난달 20일 '업계 소식통'을 인용해 '삼성전자 5nm 문제에 직면'이란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이 매체는 △삼성전자가 5nm 공정 수율(전체 생산품에서 양품 비율) 향상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삼성전자가 연말까지 5nm 공정 제품을 양산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가 수주한) 퀄컴의 최신 5nm 모바일칩은 내년까지 시장에 출시되지 않거나 이전과 마찬가지로 TSMC에서 생산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를 깎아내린 것이다. 지난달 2일엔 "삼성전자가 TSMC와 기술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4nm 공정을 건너뛰고 곧바로 3nm 공정으로 직행한다"고 보도했다. TSMC와의 경쟁에서 뒤쳐지고 있기 때문에 삼성전자가 조바심을 느끼고 있다는 뉘앙스다.


대만 매체들의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에 대한 부정적 보도가 이어지는 원인은 무엇일까. 대만 매체들의 '친(親) TSMC' 성향을 무시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디지타임즈는 대만 TSMC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디지타임즈는 홈페이지에 "대만의 기술산업 거물급 기업의 재정적 지원을 받아 1998년 설립했다"고 설명하며 9명의 주요 투자자들(사진)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 첫 번째에 있는 사람이 TSMC의 설립자 모리스 창이다. 현재 TSMC의 사외이사진에도 디지타임즈 경력을 갖고 있는 인사가 포함돼있다. 한 미국계 반도체업체 국내법인 고위 관계자는 "디지타임즈가 TSMC의 계열사란 소문이 돌 정도로 TSMC에 친화적인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받은 퀄컴 주문 '가로채기' 노리나
세계 2위 파운드리 업체로 TSMC를 맹추격 중인 삼성전자에 대한 경계와 함께 미·중 경제전쟁에 따른 후폭풍도 무시할 수 없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5월 "미국 기술이 들어간 장비로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는 화웨이와 그 자회사의 위탁생산 주문을 받을 수 없다"고 발표했다. TSMC의 제조 공정엔 미국 장비가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미국의 압박에 따라 TSMC는 화웨이의 주문을 받아 생산하는 활동을 포기했다. 지난해 TSMC의 화웨이 매출 비중은 약 14%로 추정된다. TSMC 입장에선 화웨이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다른 고객을 적극적으로 확보해야 할 필요성이 커진 것이다.


최근 화웨이가 TSMC에 넣었던 주문은 주로 7nm, 5nm 등 초미세공정에 집중됐다. TSMC가 화웨이의 빈자리를 채우려면 결국 삼성전자의 7nm, 5nm 공정에 주문이 들어간 물량을 빼앗는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통신칩 업체 퀄컴이 대표적인 사례다.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퀄컴은 삼성전자 5nm 공정을 통해 차세대 5G 모뎀칩(이동통신 데이터 송수신 반도체) 'X60'과 스마트폰용 프리미엄 AP(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 '스냅드래곤 875' 일부 물량을 생산할 계획이다. 하지만 최근 삼성 5nm 공정 수율에 대한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보도되면서, 대만, 중국 등의 외신들은 "퀄컴이 삼성전자에 맡긴 5nm 일부 물량을 TSMC로 옮길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삼성 "5nm 수율 계획대로 개선 중. 4nm 기술개발도 가속"
삼성전자는 부정적인 보도 내용에 대해 공식 부인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는 공식 블로그를 통해 "삼성 5nm EUV(극자외선) 공정은 2020년 2분기에 양산을 시작했고 고객 기반 확대를 통해 2020년 하반기에 양산을 늘릴 계획"이라며 "5nm 공정의 수율은 계획대로 개선되고 있다"고 밝혔다. 4nm 기술과 관련해서도 "4nm 1세대 프로세스 개발이 진행 중이고 삼성은 또한 다양한 고급 애플리케이션을 지원하는 동시에 2세대 4nm 공정 기술 개발을 가속화한다"며 "2세대 4nm 공정의 PPA(Power Performance Area) 개선은 고급 공정 기술 제공에서 삼성의 리더십을 더욱 확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파운드리 기술력에 아무 문제가 없으니 걱정할 것이 없다는 얘기다.

최근 삼성전자 무선사업부가 한국가 미국 등 주요 시장에 출시한 갤럭시노트20에 퀄컴의 '스냅드래곤865+'를 채택하는 등 두 회사의 관계가 더욱 가까워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모바일 AP와 관련해선 퀄컴의 스냅드래곤과 삼성전자의 '엑시노스'가 경쟁하고 있지만, 파운드리 등 다른 사업에선 협력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반도체업계 고위 관계자는 "현 상황에서 퀄컴이 삼성전자에 맡긴 파운드리 물량을 대만 TSMC로 옮길만한 이유가 크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삼성 관계자는 "퀄컴 주문 관련 확인은 어렵다"며 "하지만 퀄컴과 삼성전자는 여러 사업분야에서 협력하며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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