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한남뉴타운 재개발사업이 속속 본궤도에 오르고 있다. 지난 6월 한남3구역이 현대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한 데 이어 2구역도 건축심의를 통과했다. 재개발 임대아파트 비율이 높아지는 다음달 23일 전까지 최대한 인허가 일정을 앞당기려는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한남2구역 건축심의 통과
13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한남2구역은 지난 11일 열린 서울시 건축위원회의 건축심의를 통과했다. 건축심의는 사업시행계획인가의 사전 절차다. 아파트 설계 등에 관한 부분이 이 과정에서 결정된다.한남2구역은 지난달 건축심의안을 제출했지만 임대주택과 경사지를 고려한 저층부 계획 등에 대한 보완 요구를 받았다. 이번에 이 같은 내용을 개선해 심의를 통과했다. 인근 한남3구역이 건축심의에서만 일곱 번 미끄러진 것과 대조적이다. 조합 관계자는 “소형 임대주택의 품질을 높여야 한다는 개선 사항을 반영해 통과됐다”며 “다음달 안에 사업시행계획인가 접수를 마칠 수 있도록 정비업체들과 머리를 맞대고 있다”고 말했다.
조합이 인허가 속도를 높이려는 것은 의무 임대비율 때문이다. 재개발구역은 전체 주택의 최대 20% 수준에서 임대아파트를 짓는 게 의무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다음달 23일부터는 이 비율이 30%로 오른다. 이때까지 사업시행계획인가를 용산구에 신청하지 못하면 상향된 임대비율을 적용받는다.
한남2구역 재개발사업은 보광동 272 일대 11만5000㎡ 땅에 새 아파트 1537가구를 짓는 프로젝트다. 재개발사업의 밑그림인 정비계획에서 임대아파트는 238가구로 정해졌다. 전체 가구수의 15.5%다. 사업시행계획인가 신청이 다음달 23일 이후로 늦어질 경우 임대비율은 20% 안팎으로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일반 분양분이 그만큼 줄어들어 조합원의 수익도 감소한다.
건축심의 후 한 달여 만에 인허가 문턱을 넘어야 하지만 분위기는 낙관적이다. 보광동 A공인 관계자는 “용산구가 최대한 협조하겠다는 기조인 것으로 알려졌다”며 “다음달 말께 총회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사업시행계획인가의 인허가권은 서울시가 아니라 구청이 쥐고 있다”며 “이 단계에서 사업이 지연되는 경우는 많지 않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임대비율 늘기 전에 서두르자”
서울시 재개발·재건축 정보 사이트인 클린업시스템에 따르면 서울에서 아직 사업시행계획인가를 받지 못한 39개 재개발구역(주택정비형 기준)의 정비계획상 평균 임대비율은 17.3%다. 마천3구역은 계획한 2367가구 가운데 20%(480가구)가 임대분이다. 최근 조합설립 총회를 마친 봉천14구역(1395가구)도 한도를 꽉 채운 280가구가 임대주택이다.임대비율 상향 사정권에 든 조합들은 후속 일정을 서두르고 있다. 2018년 일몰이 적용돼 구역 해제 위기까지 갔던 마천4구역은 지난 6월 일찌감치 사업시행계획인가를 신청해 한숨 돌린 상태다. 흑석뉴타운에선 흑석11구역이 이달 말 총회를 마치는 대로 인가를 신청할 예정이다. 최형용 흑석11구역 조합장은 “다음달 10일 구청에 사업시행계획인가안을 낼 예정”이라며 “변수가 없는 한 상향된 임대비율을 적용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정 지연으로 임대주택 비율 상향이 결정되면 조합들은 사업 추진 동력에 큰 타격을 입는다. 이 경우 선행 인허가를 다시 진행해야 한다. 분양이나 임대 가구 수는 정비계획 단계에서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업시행계획인가를 준비하다가 다시 사업 첫 단계로 돌아가 정비계획 변경부터 서울시의 인허가를 받아야 하는 셈이다.
서울시는 상향된 임대비율을 일괄 30%로 적용하지는 않겠다는 방침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업을 포기하는 재개발구역이 늘어나면 장기적으로 주택 공급 부족을 불러올 수 있다”며 “구역별 여건에 맞춰 비율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