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미디어 재벌 섬너 레드스톤 97세로 별세

미국 미디어의 대부로 불린 섬너 레드스톤 전 비아컴 회장이 11일(현지시간) 별세했다. 향년 97세. 레드스톤 전 회장은 1923년 보스턴의 가난한 트럭 행상의 아들로 태어났다.

사교 생활을 포기하고 친구도 사귀지 않고 공부한 끝에 하버드대에 진학했다.워싱턴의 로펌에서 변호사로 일하던 그는 1954년 아버지와 함께 드라이브인 극장을 인수하며 미디어 업계에 뛰어들었다. 그는 극장 자리에 대형 건물을 지은 뒤 여러 개의 영화를 동시에 상영하는 '멀티플렉스'를 처음 도입했다.

레드스톤 전 회장은 은퇴를 생각할 법한 나이인 63세 때인 1986년 뮤직비디오 채널인 MTV와 어린이 채널 니켈로디언을 운영하는 케이블TV 네트워크 비아컴을 32억달러(약 3조8000억원)에 인수했다.

전 재산을 몰아넣고, 인수대금의 3분의 2는 은행 빚으로 마련한 그의 도박은 성공했다. 1993년엔 대형 영화사 파라마운트와 비아컴의 합병을 성사시켰고 1999년엔 CBS 방송을 373억달러(약 44조2000억원)에 인수했다.

CBS와 비아컴에서 절대 권력을 행사하던 그가 회장직을 내려놓은 것은 92세이던 2016년이었다. 레드스톤 전 회장은 2009년 언론인 래리 킹과의 인터뷰에서 "은퇴할 생각도 없고, 죽을 생각도 없다"고 말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