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은 대표적인 포화 시장 중 하나로 꼽힌다. 국내 편의점 점포 수는 4만5000여 개(지난해 말 기준)로 인구 1000명당 1개꼴이다. 한 골목 안에 여러 개의 편의점이 들어서 있을 정도지만 여기서도 배달 주문이 늘고 있다. 20~30대 1인 가구가 늘고 있어서다. 이런 추세에 맞춰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물건을 팔지 않고 배달만 전문으로 하는 ‘창고형 편의점’도 등장했다.
매장 없이 온라인 주문만 받는 편의점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온라인 전문 편의점을 운영하는 스타트업 ‘나우픽’은 배달 서비스 지역을 연내 두 곳 이상 늘릴 계획이다. 현재는 직영 물류센터 세 곳과 파트너센터 세 곳 등을 통해 서울 일부 지역(강남·서초·송파·양천·강서)에서만 즉시 배송을 운영하고 있다.나우픽은 소비자가 방문하는 매장을 따로 운영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기존 편의점과 다르다. 도심 한가운데 창고형 편의점을 마련하고 배송 거점으로만 활용한다. 매장 임차료나 상품 진열을 위한 인테리어 비용 등을 낮춰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공간 활용도가 높아 구비한 품목 수가 3000여 종(일반 편의점은 2000여 종)에 달한다. 기존 편의점에서 잘 팔지 않는 화장품, 핸드백, 가전 소품까지 팔고 있다. 이마트의 간편식 브랜드 ‘피코크’도 입점했다.
배달 인력을 두고 ‘즉시 배달’을 해준다는 것이 강점이다. 주문과 동시에 배달이 시작돼 30분 내외로 배달이 완료된다. 나우픽은 지난 6월 배달대행업체 바로고와 손잡고 새로운 배송 거점도 마련했다. 배달원들이 머무는 공간 일부를 창고형 편의점으로 꾸며 시너지를 내고 있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도 올 들어 매장 없이 주문배달만 하는 ‘B마트’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서울과 인천 지역에서 15개 거점 물류창고를 활용해 가공식품, 생활용품 등을 판매한다. 상당수 품목이 편의점 제품과 겹친다. 사실상 온라인 편의점에 가깝다. B마트의 물류창고도 도심에 있지만 주로 소비자가 알아채기 힘든 곳에 숨어 있다. 매장 판매도 전혀 하지 않는다.
인기 제품은 생수·즉석밥
온라인 편의점의 인기 상품은 생수와 즉석밥이다. 대형마트의 배달 서비스를 이용하기 부담스러워하는 20~30대 1인 가구가 많이 찾는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최소 주문 금액에 구애받지 않는 다품종·소량 주문이 주로 들어온다. 나우픽 관계자는 “품목별로는 1인 가구의 생수 주문이 압도적으로 많다”며 “즉석밥과 음료 등 당장 필요하지만 대형마트 배송을 이용하기 번거로울 때 편의점 배송을 찾는다”고 설명했다.최근 장마가 길어지면서 우산 주문도 많이 들어왔다. 나우픽이 입점해 있는 배달앱 ‘띵동’ 관계자는 “일회용 우산 가격(3000~5000원대)과 배달비(3000원 미만)를 합쳐도 1만원이 넘지 않는다”며 “비가 갑작스럽게 내리는 날에 서울 강남 지역 사무실로 우산 배달을 주문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전했다.
대형 편의점들도 올 들어 배달 서비스 지역을 전국으로 확대하고 있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지만, 1인 가구 밀집 지역을 중심으로 배달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편의점 CU에 따르면 2분기 배달 서비스 이용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565% 늘어났다.
편의점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은 배달 서비스 강화를 위해 배달원 모집 앱까지 만들었다. 19일부터 서울 전 지역에서 선보이는 ‘우리동네 딜리버리’는 일반인들이 도보로 배달에 참여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김기만 기자 m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