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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료까지 정부가 정하는 한국, '대네수엘라'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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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규제와 제한 일변도로 치닫고 있다. 각종 대출 규제, 토지거래허가제, 취득·보유·거래세 인상 등에 이어 부동산 거래를 감시하는 별도 기구 설립까지 검토하는 등 반(反)시장적 대책이 쏟아지고 있다. 경제학자들은 하나같이 “시장경제 국가에선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조치의 연속”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홍기용 인천대 경제학부 교수는 “부동산감독기구는 굳이 비슷한 사례를 찾는다면 베네수엘라의 공정가격감독원(SUNDEE) 정도”라고 말했다. 부동산업계와 인터넷 사이트에선 정부 부동산 정책이 2000년대 이후 베네수엘라 정부의 강압적 통제와 비슷하다며 한국이 ‘대네수엘라(대한민국+베네수엘라)’가 돼간다는 말까지 퍼지고 있다.

우고 차베스 대통령이 이끌던 베네수엘라 정부는 2003년부터 9년간 임대료를 동결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이후에도 임대감사국(정부)이 면적에 따른 주택 임대료를 정해줬다. 지난 3일부터 한국 정부가 시행에 들어간 전·월세상한제, 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표준임대료와 비슷한 정책이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2011년엔 임차인이 새로운 주택을 구하기 전 퇴거를 강제하지 못하게 하는 임의적퇴거금지법을 도입했다. 한국에서 전세가격 폭등을 일으킨 주범으로 지목되는 계약갱신청구권제와 비슷하다.

전문가들은 부동산감독기구가 설치된다면 베네수엘라의 공정가격감독원처럼 운영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고 우려하고 있다. 시장에선 문재인 대통령이 “주택을 시장에만 맡겨둬선 안 된다”고 한 발언이 베네수엘라식 강압 조치를 더 만들어내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가격통제·임대규제…차베스 '反시장 부동산정책'과 싱크로율 90%
정부가 '보이는 손'…유례없는 부동산 감독기구 도입
“다섯 채의 아파트를 보유한 사람이 처분을 거부할 경우 정부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 이를 수용하고 소유주에게는 공정가격으로 보상해줄 수 있다.”

우고 차베스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2006년 한 말이다. 베네수엘라의 공정가격감독원(SUNDEE)이 운영되는 방식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시장경제 국가에선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사회주의를 추구했던 차베스이기에 가능했다. 베네수엘라의 공정가격감독원은 주로 생필품 가격과 유통을 제한했지만 부동산 가격도 함께 통제했다. 임대료를 규제했으며 다주택자의 주택 매도를 압박했다. 결과는 최악이었다. 집값은 뛰었고, 빈곤층은 큰 고통을 받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도입을 시사한 부동산 감독기구에 대해서도 이 같은 가격 규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기구 실체에 대해선 지켜봐야겠지만 시장 가격에 대한 개입을 강화하겠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며 “부동산 시장을 더 위축시키고, 양질의 부동산 공급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베네수엘라 최대 피해자는 빈곤층
베네수엘라와 한국의 정책적 유사점은 이외에도 많이 발견된다는 것이 부동산 업계의 분석이다. 베네수엘라 정부가 2010년부터 민간주택사업에 개입하기 시작한 것은 한국 ‘6·17 대책’의 재건축 안전진단 강화 등 규제 강화와 비슷하다는 평가다. 베네수엘라 정부가 2011년 건설 중인 주택은 정부 허가 후 분양 또는 매매할 수 있도록 한 부동산사기방지법을 도입한 것은 분양가 상한제 및 분양권 전매제한과 비슷하다.

베네수엘라의 강압적 부동산 정책은 대실패로 결론났다. 차베스 전 대통령이 사망한 2013년, 한·베네수엘라 경제협력센터는 반시장적 규제 결과 베네수엘라 부동산 가격이 폭등했다는 보고서를 냈다. 보고서는 2013년을 기준으로 “매달 부동산 가격이 16% 오르고 있다”며 “극빈층을 돕고자 정책을 실현했지만 주택을 매입할 여건이 되지 않는 빈곤층이 가장 큰 피해를 봤다”고 설명했다. 임대료를 강제로 정한 조치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두 배 이상 웃돈이 붙는 ‘임대료 암시장’이 형성됐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한국의 경제 및 사회 구조가 베네수엘라와는 전혀 다르기 때문에 벤치마킹할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원유를 기반으로 한 자원 경제 성격이 강한 반면 한국은 자원이 없고 제조업과 수출 중심인 경제다. 한국인은 주택 소유에 대한 열망이 강한 것과 달리 베네수엘라는 국토가 넓고, 인구가 적어 주택을 소유하려는 사람이 적다.
개인 간 거래 감시하는 곳 없어
베네수엘라 외에 정부가 개인 간 거래에 개입하는 국가가 있다. 대부분 사회주의 국가다. 하지만 사회주의 국가에서도 부동산 거래만을 특정해 감독하거나 거래허가제를 도입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베트남은 토지는 국유화 상태여서 거래가 불가능하지만 건물은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다. 중국도 토지가 국유화 상태지만 토지 사용권 개념을 도입해 거래를 허용한다. 일반 부동산 거래를 정부가 허가하는 절차는 없다.

부동산 규제가 강화되고, 정부 개입이 많아지면 결국 개인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도시국가인 싱가포르에서는 주택과 관련된 전 과정을 주택개발청이 관여한다. 싱가포르 주택의 80% 이상을 국유화해 환매조건부 분양제도에 따라 분양한다. 주택을 분양가에 매입할 수 있지만 이사를 가면 매입 가격에 되팔아야 한다. 하지만 싱가포르식 제도를 도입하기 위해선 기존 주택의 국유화 과정이 필요하다. 싱가포르는 개인 소유 주택을 강제 수용하는 형태로 이 같은 제도를 구축했다. 홍기용 인천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 개입으로 사유재산권이 침해되고 부동산 가격은 더 뛰는 부작용이 심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학자들은 부동산 정책에 대해선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전통적인 시장경제 국가들을 참고해야 한다고 권하고 있다. 선진국은 집값이 뛴다고 전면적인 부동산 정책을 펴지 않으며, 금융과 경제 시스템 위기 가능성을 차단하는 데 주력한다. 세금을 제대로 내는지는 국세청만 들여다본다. 임대료가 뛰면 아주 제한적인 수준에서만 정부가 개입하고 있는 게 선진국의 현실이다.

강진규/서민준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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