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22년부터 10년간 한시적으로 의과대학 정원을 확대해 약 4000명의 의사 인력을 늘리는 방안을 발표했다. 공공의료·지역의료 인력을 확충하고, 특수의학 분야 인력을 확보하는 것이 주목적이라고 한다. 이를 두고 국민 여론과 의사협회, 병원협회 등 의사단체가 각기 다른 의견을 내고 있다. 의사단체도 자영업 성격이 강한 개원의들의 의견이 많이 반영되는 의사협회는 반대 뜻을, 병원 경영자들의 의견이 반영되는 병원협회는 의대 정원 확대가 인력 확보에 도움이 되는 정책이라며 찬성에 가까운 의견을 내고 있다.
찬성 논리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감염 병상과 역학조사관 확보 △지역 의료 인력 확보 △중증 외상 등 필수 의료 인력 확보 △바이오·제약 등 의과학에 종사할 의사 양성이 시급하다는 주장과 함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인구 대비 의사 수가 평균에 못 미친다는 통계가 자주 인용된다. 반대 논리는 개원가(開院街)는 이미 의사 수가 포화상태라는 의견과 인구가 줄고 의사 수는 늘고 있어 의대 정원을 확대하면 향후 공급 과잉이 올 수 있다는 의견이 있다.
곧 시행될 의대 입학 정원 확대에 앞서 이 정책을 추진하는 정확한 근거를 확인하고, 이에 기반해 어떤 후속 대책이 있어야 엉뚱한 부작용을 줄이고 기대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을지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우선 OECD 국가 중 인구 대비 의사 수가 가장 적으니 시급히 공급을 늘리자는 주장을 살펴보자. 코로나 사태 같은 감염병 재난에 대응하기 위해 의대 정원을 늘려 공공의료를 확충한다는 것은 OECD 통계 수치만 보면 목표를 달성하기에 쉬운 전략이다. 그러나 한국은 인구 대비 간호대 입학 정원이 세계 최고 수준인데 현직에서 일하는 임상 간호사 수는 OECD 국가 평균에 못 미치고, 가까운 일본의 60% 수준인 것을 보면 대학 정원 확대가 능사가 아님을 쉽게 유추해볼 수 있다. 문제는 대학 입학 정원을 늘리는 게 아니라 그에 맞는 인건비를 감당할 수 있는 건강보험 재원을 확대하는 것이 우선인데 이 부분은 외면하고 있으니 정책이 성공하기 어려워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
인구 대비 의사 수가 한국보다 월등히 많고 의사가 국가에 고용되다시피 한 공공의료 선진국인 유럽 국가들의 코로나 사태 이후 상황은 이전엔 전혀 예상치 못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OECD 통계를 바탕으로 보면 이들 유럽 국가가 우리보다 월등히 잘 대처할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공공의료에 고용된 의사 대부분은 출퇴근 시간이 일정하고 진료량도 적어 소득은 높지 않지만 업무 조건이 좋은 월급쟁이일 뿐이다. 대구에서 코로나19에 집단 감염됐을 때 현장으로 자원봉사하러 달려간 한국의 개원의 같은 열정적인 직업정신과 헌신이 그들에겐 없는 것으로 보인다. 전문분야일수록 직업정신이 없는 인력을 숫자만 늘리는 건 능사가 아닌 것 같다.
응급의료와 특수외과 분야 필수 의료 인력 확보와 지역 불균형 해소도 수적인 공급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인지 고민해봐야 한다. 특수한 분야일수록 의사의 임상 경험은 필수적인 요소다. 위급한 상황일수록 경험이 적고 해당 시술·수술을 어쩌다 하는 의사에게 몸을 맡기고 싶어하는 환자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수요가 적은 곳에 전문 수술시설을 갖춘 의료기관을 늘리느니 다른 나라에 비해 국토는 작고 도로망이 발달한 한국의 경우 앰뷸런스와 헬기 등 이송체계에 투자하고 기존 의료기관의 시설투자와 전문화에 집중하는 것이 현실에 맞는 것은 아닌지 검토해야 한다. 인접한 특별시나 광역시에 좋은 의료시설이 있고 접근성도 충분히 확보한 지방자치단체가 단지 해당 행정구역 안에 의대와 대학병원이 없다고 선거철마다 이슈를 양산하는 것이 합리적인지도 판단해야 한다.
코로나 사태 때 우리 국민은 직업정신으로 밤낮없이 위험을 무릅쓰고 헌신하는 의료진을 확인했고, 그래서 “덕분에”를 외치며 그들의 노고에 감사해하고 있다. 증원을 한다면 그런 의료진을 늘려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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