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은 언제나 개인과 사회, 국가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온 학문입니다. 과학기술 발전과 코로나19로 우리 삶에 근본적인 변화가 요구되는 상황에서 ‘신(新)한국학’ 연구를 통해 한국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겠습니다.”
지난달 23일 서울대 인문대학장으로 부임한 이석재 서울대 철학과 교수(52·사진)는 지난 6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신한국학은 국문학이나 한국사 등 좁은 의미의 한국학을 넘어, 서구에서 유래한 학문을 포함해 다양한 시각에서 한국을 다각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새롭게 접근하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1990년 서울대 철학과를 졸업한 그는 동대학원에서 철학 석사, 미국 예일대에서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1년부터 미국 오하이오주립대에서 10년 동안 철학과 교수로 재직한 그는 2010년 모교로 돌아와 후학을 양성해왔다.
이 학장은 “국악만 이해해선 K팝 문화를 똑바로 분석할 수 없듯이 다양한 세계 문명의 교차 속에서 현대 한국을 이해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며 신한국학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2020년을 살고 있는 20대 한국 청년의 정체성을 분석해 보면, 노인 공경과 같은 동양적 가치를 가슴속에 품고 있으면서도 ‘나의 인권은 천부적’이라는 서구 사상도 함께 갖고 있다”며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바탕으로 우리 사회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선 신한국학 연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문대학장으로서 그가 신한국학을 육성하겠다는 결정을 내린 데에는 이 학장의 개인적인 과거사도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그는 “16년 동안 미국에서 유학하다가 한국에 돌아왔을 때, 제 속에 정말 다양한 모습이 내재한다는 점을 많이 느꼈다”며 “다양한 요소를 이해하기 위해선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학장은 2013년 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받는 영국철학사학회의 최우수 논문상 ‘로저스상’을 수상하면서 학계에 이름을 알렸다. 18세기 영국의 대표적인 관념론자 조지 버클리가 영혼을 어떻게 이해하는지에 대해 기존 학계와 완전히 다른 해석을 내놓은 공로다.
이 학장은 “한 번 정답이 정해지면 수백년이 지나도록 답이 유지되는 공학과 달리 시대와 환경에 따라 답이 바뀌는 분야가 인문학”이라며 “언뜻 보면 답이 없으니 고민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우리는 우리가 어떤 삶을 살 것인지 인문학적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코로나19 백신이 개발된 이후 누구에게 먼저 백신을 보급할 것인지는 인문학의 영역인 만큼 과학기술이 발전할수록 인문학의 중요성은 더 커진다”고 설명했다.
인문학의 필요성을 강조한 그는 말했다. “사회가 요구하는 인문학도를 길러내겠습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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