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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얼둥이' 활약 빛났다…국내파 2년 연속 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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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마리아~.’

9일 여자골프 이벤트 대회 오렌지라이프 챔피언스트로피 박인비 인비테이셔널이 열린 경북 경주 블루원디아너스CC. 해외연합팀의 이보미(32)가 1번홀 티잉 에어리어에 등장하자 방영 당시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천국의 계단’의 OST ‘아베 마리아(Ave Maria)’가 고막을 울렸다. 현장에 있던 선수들과 관계자들의 ‘빵 터진’ 웃음소리가 1번홀을 가득 메웠다. 등장곡은 이보미가 직접 골랐다. 천국의 계단에서 데뷔한 남편이자 배우인 이완(본명 김형수)을 위한 것. 이완은 대회 내내 이보미의 캐디백을 멨다.

이보미 상대로 나선 팀 KLPGA(한국여자프로골프투어)의 박현경(20)이 긴장한 이완을 보고 “파이팅”을 외치는 등 훈훈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대회 주최 측은 지난 대회와 달리 선수들이 1번홀에서 샷하는 동안에도 등장곡을 크게 틀었다. 대회 관계자는 “이벤트 대회인데 관중이 없어 가라앉은 분위기를 바꾸려고 준비했다”며 “선수들도 흔쾌히 동의했다”고 말했다.

1 대 1 승부인 싱글 매치플레이가 티샷과 함께 시작되자 웃음소리가 사라졌다. 선수들은 1타 차 우승 경쟁을 하듯 매 홀 아슬아슬한 ‘진검승부’를 펼쳤다. 티샷을 앞두고 해외연합팀 유소연(30)은 “이벤트 대회인 만큼 필드 밖에선 서로 ‘즐기자’는 느낌이지만 경기는 그렇지 않다”며 “지난 대회에서 패한 만큼 승리하고자 하는 동료들의 의지가 강하다”고 말했다.
KLPGA, 2년 연속 ‘해외파’에 완승
‘국내파’ KLPGA가 2년 연속 ‘해외파’ 언니들의 추격을 뿌리치고 2년 연속 대회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이날 열린 대회 최종일 싱글 매치플레이에서 KLPGA는 미국·일본투어에서 뛰는 선수들로 이뤄진 ‘해외연합팀’을 상대로 4승4무4패를 기록해 걸려 있던 12점 중 6점을 가져왔다. 최종 스코어 10.5-7.5. 지난해 거둔 완승(15-9)에 이어 대회 2년 연속 우승이다. 이 대회는 매치마다 승리한 팀이 1점을 가져간다. 무승부 0.5점, 패한 팀은 점수가 없다.

KLPGA는 2015년 시작한 이 대회 역대 전적에서도 3승3패를 만들며 따라잡았다. 또 총상금 12억원 중 우승상금 7억원을 가져왔다. 해외연합팀은 준우승 상금 5억원을 챙겼다. 두 팀은 우승상금 일부와 오렌지라이프의 기부금을 모아 1억2000만원을 국제백신연구소에 전달했다.
밀레니얼둥이들 ‘전승’ 활약
평균 나이 22세. 해외연합팀보다 일곱 살 어린 선수들로 팀을 꾸린 KLPGA는 대회 첫날 열린 포볼 매치에서 4승1무1패를 기록하며 일찌감치 잡은 승기를 최종일까지 이어갔다. 가장 먼저 출발한 오지현(24)이 한·미·일에서 모두 두 자릿수 우승을 거둔 ‘레전드’ 신지애(32)를 5홀 차로 잡으면서 1점을 가져왔다.

포볼 매치에서 모두 승리한 ‘밀레니얼둥이’의 활약이 ‘맞짱승부’에서도 이어졌다. 4조로 출발한 2001년생 유해란은 허미정(30)을 4홀 차로 누르고 두 번째 승전고를 울렸다. 김하늘(32)이 최예림(21)을 한 홀 차로 꺾으면서 스코어를 만회했지만 박현경이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 레전드 이보미를 눌렀고, 임희정(20)이 US여자오픈 챔프 ‘핫식스’ 이정은(24)마저 꺾으면서 승부가 KLPGA 쪽으로 기울었다. 해외연합팀 주장 박인비(32)는 “국내 투어의 수준이 높다는 걸 다시 한 번 증명한 결과”라며 “후배들은 이제 기술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언제든 글로벌 대회 챔피언이 될 준비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해외연합팀은 김효주(25)가 박민지(22)를 한 홀 차로, 이민영(28)이 이다연(23)을 두 홀 차로, 유소연이 최혜진(21)을 세 홀 차로 따돌리며 포기하지 않고 마지막까지 포인트를 뺏어왔으나 승부를 뒤집진 못했다. 역전 우승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던 대회 둘째날 포섬 매치가 악천후로 취소된 것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경주=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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