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 삼성전자 사장(사진)이 2018년 8월 의류관리기 ‘에어드레서’를 내놓으며 한 말이다. 이후 삼성전자는 남다른 제품을 개발하는 데 힘써왔다. 디자인과 기능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냉장고 ‘비스포크’ 등이 대표적인 히트작이다. 올해 하반기와 내년 초에도 ‘비밀병기’가 추가된다. 코드와 전선이 없어 이곳저곳에 옮길 수 있는 TV와 요리를 도와주는 인공지능(AI) 오븐 등이 출시 준비를 마쳤다.
처음 보는 가전제품 쏟아진다
7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더 셰리프’ ‘더 테라스’ 등 라이프스타일 TV 시리즈를 잇는 신제품으로 ‘무버블 TV’(가칭)를 개발하고 출시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TV에 바퀴가 달려 쉽게 움직일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충전식 배터리를 교체하는 방식이어서 따로 콘센트를 꽂을 필요가 없다. 거실에서 TV를 보다가 방으로 끌고 가는 게 가능하다.이동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다른 제품보다 가볍게 설계했다. QLED 패널이 들어간다. 화면 크기는 30인치대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여러 장소에서 영상을 시청하지만 태블릿PC 화면에는 답답함을 느낀 소비자들을 겨냥했다”며 “게이밍 TV와 세컨드 TV로 두루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AI오븐 ‘요알못’을 셰프로
AI 기술을 통해 요리를 돕는 오븐은 연내 나온다. 요리가 서툰 소비자들도 손쉽게 맛있는 음식을 만들 수 있다. 재료만 준비하면 나머지 과정은 오븐이 안내한다. 냉장고에 남은 ‘자투리 재료’를 오븐에 넣고 스캔하면 가지고 있는 재료로 제조할 수 있는 음식을 추천하는 식이다.오븐을 많이 쓸수록 추천이 정확해진다. 소비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추천 요리를 정하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앱과 연동해 유명 유튜버들의 레시피를 다운받을 수도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미 다수의 유튜버와 협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올 하반기 정사각형 상자 형태 냉장고인 ‘큐브’와 신발관리기 ‘슈드레서’(가칭)도 출시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올 9월 다수의 신제품을 온라인으로 공개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삼성전자가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베를린국제가전전시회(IFA)에 참가하는 대신 온라인 가전 전시회를 열기로 했기 때문이다.
다품종 소량 생산 위해 SCM도 바꿔
삼성전자가 소수 마니아층을 겨냥한 제품들을 준비하면서 공급망관리(SCM) 전략에도 변화가 생겼다. 세계 시장을 몇 곳의 블록으로 나눈 뒤 각각의 거점에서 다품종 소량 생산을 진두지휘하게 했다. 유럽 소비자들을 위한 제품은 폴란드에서 만든다. 미국에 공급할 제품은 사우스캐롤라이나와 멕시코에서 생산한다.회사 관계자는 “무버블 TV와 같은 마니아들을 겨냥한 상품은 주문받은 뒤 생산에 들어가는 게 원칙”이라며 “생산비용을 낮추기 위해 한꺼번에 몇 개월치 제품을 대량으로 찍어내는 기존 제조 방식과는 정반대”라고 설명했다.
제품 종류가 많아지면 제조 원가가 높아지기 마련이다. 삼성전자는 이 문제를 ‘범용 부품’으로 해결했다. 가전제품에 들어가는 부품을 몇 가지로 표준화해 공급 단가를 떨어뜨렸다. 한 공장에서 부품이 동나면 다른 공장에서 공급이 가능하기 때문에 생산 지연을 최소화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가전제품 품목을 늘리고, 라이프스타일 제품 출시 국가도 확대할 계획이다. 지난 6월 중국에 비스포크 냉장고를 선보인 것이 신호탄이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올 하반기 유럽, 러시아, 중앙아시아 등에 비스포크를 비롯한 라이프스타일 가전을 수출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