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6개월부터 2세 이하 연령의 아이가 5일 넘게 고열이 난다면 가와사키병을 의심해야 합니다. 전신에 혈관염을 일으켜 심장 합병증까지 유발하는 질환이죠.”
한미영 경희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사진)는 “가와사키병을 제때 치료하면 대부분 완전히 회복되지만 진단과 치료가 늦어지면 합병증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가와사키병의 국내 발병률은 0.2% 정도다. 환자가 적은 것처럼 보이지만 한국은 세계에서 일본 다음으로 가와사키병 환자가 많은 나라다. 아이들이 원인을 모르는 급성 열성 혈관염을 호소하는 질환이다. 염증이 온몸으로 퍼진다. 5~8월과 겨울에 환자가 집중되기 때문에 단순한 감기로 오인하는 환자도 많다. 한 교수는 “가와사키병이 생기는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면서도 “유전학적 요인을 갖고 있는 아이가 병원체에 감염된 뒤 과민반응, 비정상적 면역반응을 일으켜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가와사키병은 주로 5세 이하 어린이에게 생긴다. 고열과 함께 몸이 붓고 피부 발진, 결막염 등을 호소한다. 입술과 목 안이 빨개지고 딸기처럼 혀가 붓는 것도 흔한 증상이다. 손·발바닥이 빨개지고 붓다가 1~2주 정도 지나면 피부가 벗겨지기도 한다.
대개 열이 나면 해열제나 항생제로 치료되지만 가와사키병 때문에 열이 나면 이런 약이 듣지 않는다. 초기에 설사, 복통, 소화장애 등도 호소한다. 한 교수는 “아직 명확한 진단법이 없어 증상에 따라 진단한다”며 “10~15% 정도는 고열과 함께 급성기 증상만 호소해 진단을 정확히 내리는 것이 어렵다보니 치료가 늦어져 심장 합병증 발생 위험이 높아지기도 한다”고 했다.
이 때문에 의료기관에서는 아이에게 항생제를 써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으면 혈액검사를 해 전신에 염증반응이 생겼는지 확인한다. 심장초음파검사도 한다. 치료시기를 놓친 환자의 15~20% 정도는 관상동맥이 일부 확장되는 심장 합병증을 앓는다.
합병증 등을 예방하려면 조기에 정확히 진단해야 한다. 혈관 속 염증을 억제하는 면역글로불린 주사, 고용량 아스피린을 활용해 치료한다. 발병 10일 안에 치료제를 투여하면 심장 합병증 발병률은 5% 이하로 내려간다. 발병 후 6~8주 정도는 주기적으로 심장 초음파검사를 하고 확장된 혈관 속 혈전이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저용량 아스피린을 복용해야 한다.
한 교수는 “대부분 초기 치료를 통해 고열과 전신 염증이 호전되지만 15~20%는 열이 쉽게 잡히지 않아 증상의 호전과 악화가 반복된다”며 “이후에는 표준 치료법이 확립되지 않아 의료진 경험에 따라 면역글로불린을 다시 투여하거나 스테로이드, 인플릭시맙 등을 활용한다”고 했다.
면역글로불린을 투여하면 생백신을 맞았을 때 항체가 만들어지는 것을 억제한다. 홍역, 볼거리, 풍진 백신(MMR)과 수두 백신은 면역글로불린 투여 후 11개월이 지난 뒤 접종해야 한다. 저용량 아스피린을 복용할 때 수두나 독감에 걸리면 라이증후군이라는 합병증이 생길 위험이 있다.
관상동맥 합병증이 발생하면 혈전이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아스피린을 계속 복용해야 한다. 혈관 확장이 심하지 않다면 1~2년 안에 혈관은 정상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관상동맥이 많이 확장됐다면 아스피린뿐 아니라 다른 항응고제도 함께 복용해야 한다.
이후 심초음파, 운동부하검사, 심혈관 조영술 등을 통해 관상동맥 협착 여부를 지속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혈관이 들러붙는 협착이 생겼다면 정도에 따라 경피적 관상동맥 성형술이나 관상동맥 우회로 수술도 한다. 한 교수는 “가와사키병은 시간이 지날수록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하기 때문에 전문 의료진을 통한 체계적 접근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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