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4일 서울권역에 아파트 13만3000가구를 공급하는 ‘8·4 주택공급 방안’을 내놨다. 하지만 서울 내 ‘50층 재건축’ 허용을 두고 이견을 보여 대책 발표 3시간도 되지 않아 시장에 혼선을 가져왔다. 이번 대책의 핵심인 ‘공공 고밀재건축’ 정책과 관련해 한 달 동안 ‘주택공급 확대 태스크포스(TF)’에 참여해 온 서울시가 당일 반박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박원순 전 시장 시절 만든 ‘35층 룰’을 변경할 수 없다는 견해를 고수하고 있다.
정부가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와 이견이 있는 상태에서 ‘밀어붙이기식’으로 대책을 발표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업계에서는 이번 공급 대책의 본질적인 문제점으로 ‘시장 참여자 무시’를 꼽는다. ‘공공 재건축’은 용적률과 층수제한 등 도시 규제를 완화해 주택을 기존 가구 수보다 두 배가량 늘리고, 증가한 용적률의 50~70%는 기부채납으로 환수하는 것이다.
하지만 대다수의 재건축 정비사업 조합과 부동산 전문가들 사이에선 ‘현실성이 떨어지는 정책’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공공 재건축을 할 수 있는 단지로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 송파구 잠실주공 5단지, 영등포구 여의도 시범아파트 등을 거론하고 있다. 하지만 상당수 단지에서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 이들이 공공재건축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 이유는 사업성이 낮기 때문이다.
추가 용적률의 50~70%는 공공임대 등으로 기부채납해야 한다. 인센티브는 적고 의무만 많은 사업에 어떤 재건축 조합이 뛰어들까. 서울 주요 재건축 정비사업 조합 10곳을 조사한 결과 8개 조합이 반대한 이유다. 나머지 2개 조합도 ‘글쎄’라는 반응이었다. 서울시가 “공공재건축 참여 의사를 밝힌 조합은 현재 없다”고 단언한 배경이다.
서울시가 대책 발표 당일 브레이크를 밟은 건 정부의 일방통행에 대한 불만이 깔려 있다는 지적이다. 김성보 서울시 주택건축본부장은 브리핑에서 “공공재건축은 실무적인 퀘스천(의문)이 있다”며 “애초에 찬성하지 않는 정책”이라고 밝힐 정도였다.
정부와 서울시는 논란이 커지자 부랴부랴 이견을 봉합하는 모양새다. 박선호 국토교통부 차관은 이날 서울시와 잡음이 인 데 대해 “양측에 이견이 없다”고 밝혔다. 정부가 50층 재건축을 허용하더라도 조합은 서울시의 ‘35층 룰’을 해결해야 한다. 서울시는 최대 50층까지 올릴 수 있는 규제 완화에 여전히 부정적이다. 도시정비계획 인허가권을 쥔 서울시가 주거용 아파트는 35층으로 못박은 이상 50층 재건축은 현실적으로 어려워질 가능성이 다분하다. 업계에서는 정부와 서울시 간 불협화음을 보면서 벌써부터 13만3000가구 공급 실효성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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