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자가격리자 수험생을 위해 권역마다 대입 수시 시험장을 설치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대학들이 혼란에 빠졌다. 평가관을 지방마다 두고 동시에 시험을 치르려면 인력이 크게 모자라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확진자의 수시 시험 응시 역시 제한되면서 형평성 논란도 나오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 4일 2021학년도 대입 관리방향을 발표하면서 수시 논술·실기 시험 등 대학별평가에 대한 관리방침도 함께 발표했다. 코로나19 확진자의 경우 시험 응시를 제한하고, 권역별 시험장을 마련해 자가격리자 수험생이 시험을 치르게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자가격리자 시험은 1인1실로 치러야 한다.
이러한 소식이 전해지면서 수험생들은 당황해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게 될 경우 수시 전형을 포기하고 정시에만 대입을 맡겨야 할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수시 응시생이 확진 판정을 받을 경우 이에 대한 구제책 역시 정해지지 않았다. 교육부 관계자는 “수시 전형은 대학이 수정권한을 가진 만큼 재시험을 보게 하는 등의 구재책은 대학이 각자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3 수험생인 서 모군은 “고3 학생 다수가 수시를 준비하는데, 코로나19에 걸렸다고 갑자기 응시를 제한한다는 건 부당하다”며 “확진자는 별도로 시험을 보게 하는 등의 절차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학들 역시 자가격리자를 위한 ‘권역별 시험장 설치’에 난감해하고 있다. 주요 권역마다 시험 감독인력을 배치하려면 기존보다 몇 배의 인건비가 필요한데다, 전국에서 동시에 시험을 치를만한 체계가 구비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서울 A사립대 관계자는 “논술시험은 전국으로 문제지·시험지를 배포해야 하고, 1인1실로 시험을 치르게 한다면 시험 관리 인력도 현재보다 몇 배나 더 많이 필요하다”며 “학생부종합전형도 면접을 비대면으로 진행해야 할 텐데 이를 위한 네트워크 시스템을 구비하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B사립대 입학처장은 “현재는 자가격리자 수가 많지 않지만, 코로나19 2차 대유행이 온다면 대학에는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며 “어제 관련 내용을 전달받은 만큼 구체적인 운영방안을 세우진 못했다”고 말했다.
대학들은 실기시험이 필수인 체대·음대·미대 입시의 경우 권역별 시험장 운영이 더욱 어렵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해당 학과의 교수를 시험장에 모두 파견하는 것이 불가능한데다, 권역별로 다른 교수에게서 평가를 받을 경우 평가의 공정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C대학 관계자는 “권역별로 실기 시험일을 다르게 두는 것 외에는 현실적인 방안이 없다”며 “이 경우 기존 발표했던 대입전형을 또 수정해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교육부와 전국입학처장협의회, 입학관리자협의회는 지난 6월부터 대학별평가에 대한 방역지침을 마련하기 위한 협의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대학들은 권역별 시험장에서 실기 시험운영이 어렵다는 의견을 전달했고, 교육부는 실기시험 실시 여부를 각 대학이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했다. 대학 여건에 따라 자가격리자의 실기시험을 포기하는 대학도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 사립대 관계자는 “자가격리자나 확진자는 사실상 정시에만 기댈 수밖에 없다”며 “입학전형을 수정할 수 있는 기간도 8월말까지로 제한돼 대학들은 더욱 혼란스런 상황”이라고 전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