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원이 호구인가요?” “교통 지옥될 것이 뻔합니다”
정부가 ‘8·4 부동산 대책’을 통해 서울 주요 도심에 신규택지 3만3000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하자 개발 예정지 인근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대규모 택지 개발이 교통 체증과 도시 슬럼화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정부가 지역 주민과 단 한차례의 협의도 없이 공공주택 개발을 추진한 점도 반발을 키운 원인이다. 지역 민심을 의식한 여당 소속 지역구 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도 정부 정책을 공개 비판하며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정부가 ‘8·4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뒤 각 지역 커뮤니티, 부동산 카페에는 공급 대책을 비판하는 게시글과 댓글이 하루 수십건씩 쏟아졌다. 대규모 택지 공급이 예정된 서울 노원구(1만가구), 용산구(3100가구), 마포구(6200가구), 경기 과천시(4000가구) 등에서 비판이 주로 나왔다.
한 네티즌은 노원구 맘카페인 ‘노원맘스’에 “(택지 개발 뒤) 엄청난 교통량으로 발생할 매연을 가족들이 마시게 될 것”이라며 택지 개발에 반대하는 글을 적었다. “강남 집값 잡겠다고 우릴 희생하나”, “돈 주고 못살 녹지에 시멘트로 꽉채운 닭장같은 1만 호라니”라는 반응도 나왔다. 일부 네티즌들은 “노원구 바쳐서 국회의원자리 하나 하고 싶나”, “선거를 빨리 다시하고 싶다”며 정치권을 비판했다.
캠프킴 부지에 3100가구 조성 예정된 용산 지역 맘카페 ‘용산맘을 부탁해’에서도 “용산이 동네북 같다”. “이렇게 마구지어버리면 교통은 어쩌나”, “용산구청장, 국회의원 당장 나와서 기자회견하라”는 댓글이 달렸다.
친 정부 성향의 지역 카페에서도 비판이 쏟아졌다. 한 네티즌은 마포구 맘카페인 ‘마포에서 아이키우기’에 “강북 아니 서울의 미래 발전을 위해서라도 임대 아파트만 빼곡히 때려짓는다는 게 누구 머리에서 나온 정책인가”라고 적었다. 게시글 밑에는 “이명박근혜 시절을 그러워할 줄은 몰랐다”는 댓글이 달렸다.
한 네티즌은 “(마포갑이 지역구인)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임대주택을 왜 이렇게 많이 짓느냐’고 문의했더니 ‘택지가 조성될 상암동은 (마포을인) 정청래 의원 지역구인데요. 서민들은 좋아하겠죠’라는 답변을 받아 어이가 없었다”고 적었다. 이 글엔 “정 의원 지역구에만 임대 아파트가 들어오는 거라 노 의원 지역구는 매우 무사한가봐요”란 댓글이 달렸다.
일부 주민들은 택지 개발에 반대하는 집단 행동도 예고했다. 과천시 입주자대표연합회는 4일 비대위를 꾸리고 오는 8일 ‘청사유휴부지 주택건설 반대 총궐기대회’를 진행하기로 했다. 이들은 “과천청사 유휴부지는 미래세대를 위해 남겨놓은 자산"이라며 “이 곳에 아파트 4000가구를 짓는다고 집값이 안정되겠느냐”고 주장했다. “과천 정부청사 유휴지에 공공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정책을 철회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글에는 5일 오후 4시 기준 6700명이 청원 동의를 마쳤다. 지난 1일 1차 집회를 가진 노원구 주민들도 9일 오후 2시 ‘제2차 태릉그린벨트 개발 반대집회’를 열 예정이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