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에 일본의 수출제한조치와 관련해 제소한 것을 두고 미국이 "일본의 안보 조치는 WTO 심리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주장을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3일 WTO 홈페이지에 게재된 회의록 요약본에 따르면, 지난달 29일(현지시각) 스위스 제네바 WTO 본부에서 열린 WTO 분쟁해결기구(DSB) 정례 회의에서 미국 측은 "오직 일본만이 자국의 본질적 안보에 필요한 조치를 판단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수출규제는 한 국가의 안보 조치에 해당하기 때문에 제3국인 한국이 WTO에 제소하거나, WTO가 이 문제를 판단하는 것이 옳지 않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미국 측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분쟁 판결로 일부 WTO회원국들이 국가안보 조치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앞서 WTO는 국가안보를 명분으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화물 경유를 막은 조처와 관련한 분쟁 해결 절차에서 모든 무역 규제를 안보 조치로 볼 수 없다고 판결한 바 있다. 안보를 이유로 무역 규제를 할 때는 합리적인 이유가 필요하다는 것이 WTO 측의 입장이다.
미국 역시 자국 안보를 이유로 수입산 철강 제품에 관세를 매기고 중국 화웨이를 축출하는 조치 등을 해온 만큼 국제기구가 안보 문제를 판단할 권한이 없다고 주장해 왔다.
우리 정부는 미국이 일본을 지지하기 위함이 아니라 국가 안보 조치를 WTO가 심리할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밝힌 것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미국은 오래전부터 국가안보 관련 무역 분쟁을 WTO가 심리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고 이번 회의에서 한 발언도 그 연장 선상으로 볼 수 있다"며 "한일 수출규제라는 특정 사안에 대해 일본 편을 들거나 지지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WTO의 기존 판례는 미국의 입장과 관계없이 이런 분쟁에 대해 WTO가 심리할 수 있다고 봤다"면서 "한일 수출규제 문제에 미국 측 태도가 영향을 주진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미경 한경닷컴 기자 capit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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