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등 수도권 전셋값 폭등으로 시장 혼란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여권의 '남 탓'이 여론의 도마에 오르고 있다.
특히 정부가 전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오늘(31일)부터 바로 시행키로 하면서 집주인이나 세입자 모두 혼란이 가중되는 상황. 집값뿐 아니라 전월세 가격 폭등으로 서민 고통이 커지고 있지만 여권은 연일 이전 정부의 책임론을 제기하는데 집중하는 모양새다.
부동산 정책 주무부서인 국토교통부 김현미 장관은 집값이 오른 데 대해 "저희(문재인 정부)가 정권을 물려받았을 때가 전 정부에서 모든 부동산과 관련한 규제들이 다 풀어진 상태에서 받았기 때문에 자금이 부동산에 다 몰리는 시점이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자 김헌동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은 한 방송에 출연해 "(김현미) 장관은 3년 동안 집값을 잡지 못하고, 아직도 구치소에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 때문에 집값이 오른다고 잠꼬대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현미 장관은 또 이명박 정부에서 부동산 가격이 안정되었던 이유에 대해서는 "노무현 정부 때 만든 규제 때문"이라며 "종부세 외에 바뀌지 않고 규제가 지속했던 게 시장에 주는 역할이 굉장히 컸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집값 폭등의 주범은 미래통합당"이라고 주장했다. 김두관 의원은 "2014년 말 새누리당(현 미래통합당)이 주도해서 통과시킨 부동산 3법, 이른바 '강남 특혜 3법' 통과로 강남발(發) 집값 폭등은 시작됐다"며 "말이 부동산법이지 '강남 부자 돈벼락 안기기'였다"고 주장했다.
김두관 의원은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와 박덕흠 통합당 의원의 부동산 시세 차익이 각각 23억 원, 73억 원인 것을 지적하며 "자기들이 저지른 집값 폭등 책임을 현 정부에 뒤집어씌우는 일은 중단하는 것이 기본 예의"라고 했다.
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부동산 정책의 실효성이 떨어지는 원인을 박정희 정부 탓으로 돌렸다.
추미애 장관은 "박정희 개발독재시대 이래로 서울 한강변과 강남 택지개발을 하면서 부패권력과 재벌이 유착해 땅장사를 하고 금융권을 끌어들였다. 금융권은 기업의 가치보다 부동산에 의존해 대출했다"며 "그러면서 금융과 부동산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기형적 경제체제를 만들어온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 결과 부동산이 폭락하면 금융부실을 초래하고 기업과 가계부채가 현실화되면 경제가 무너지게 된다"며 "이것을 문재인 정부라고 갑자기 바꿀 수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자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페이스북을 통해 여권의 남 탓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진중권 전 교수는 "민주당 사람들은 정의상 잘못을 할 수가 없다. 그래서 뭔가 잘못 됐다면, 그것은 그들의 잘못이 아니라 다른 누군가가 잘못을 한 거다. 그래서 바로 범인을 찾아 나선다"고 꼬집었다.
진중권 전 교수는 "비리를 저지르다가 적발되면, 그것은 검찰 탓이다. 사업을 졸속으로 하다가 걸리면 감사원 탓이다. 성추행을 하다가 걸리면 보도를 한 언론 탓이다. 유죄판결을 받으면 법원 탓이다. 수사중단 권고를 받으면 심의위 탓이다. 그러니 집값이 오른 것은 당연히 새누리당 탓이어야 하지요"라고 덧붙였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