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한경닷컴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서 서울시 아파트 실제 거래가격 목록을 전수 조사해 중위값을 가지고 분석을 진행해봤다. 보다 객관적이고 정확한 부동산 시장의 현 주소를 파악해보기 위해서다.
그 결과 서울 집값은 지난 3년간 약 30% 가량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상승률도 컸지만 구별 격차가 두드러졌다. 강남3구(강남, 서초, 송파)와 용산 등 이른바 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지역은 60~80%대의 높은 상승률을 나타낸 반면 강북, 강서 지역의 집값 상승률은 10~20%에 그쳤다. 지역에 따라, 소득 계층에 따라 집값 양극화가 거세졌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3년간 서울에서 아파트값이 가장 많이 오른 지역은 송파구로 나타났다. 강남3구를 비롯해 용산구는 집값이 60~80%대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높은 집값이 더 오르다 보니 집값은 넘을 수 없는 벽 '넘사벽'이 됐다. 서울에서 그마나 상승률이 낮은 곳은 노후 아파트가 몰려 있는 양천구와 구로구였다. 이들 지역에서는 아파트 매매가가 10%대의 상승세를 나타냈다.
30일 한경닷컴 뉴스랩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서 2017년부터 2020년까지 매해 5월 아파트 매매 거래가를 모두 분석한 결과, 서울시 아파트 실거래 중위가격은 2017년 5월 5억2000만원에서 2020년 5월 6억5000만원으로 25% 올랐다. 구별 아파트값의 차이와 상승률의 편차가 큰만큼 평균값은 낮아졌다.
중위가격은 거래된 모든 주택을 가격 순으로 나열했을 때 가장 가운데에 있는 가격을 말한다. 편차가 심한 부동산 시장에서 시세 흐름 판단을 위해 평균가 대신 많이 사용된다.
강남3구·용산 60~80%대↑…양천·구로는 10%대 그쳐
서울 집값은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의 핵심지표라고 할 수 있다. 정부 출범 초기부터 강남 집값을 잡겠다고 공언하면서 강남을 중심으로 서울을 압박하는 대책부터 내놓기 시작해서다. 이렇게 나온 첫 카드가 2017년 8·2대책이었다. 이 대책으로 서울 전역은 투기과열지구가 됐다. 서울 25개구가 투기과열지구가 된 건 2002년 이후 16년 만이었다. 강남 3구를 비롯한 주요 지역 11곳을 투기지역으로 중복 지정됐다. 대출도 강화하고 다주택자의 양도세도 강화하는 등 전방위적인 압박대책을 내놨다.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문 대통령은 "8·2 대책은 역대 가장 강력한 부동산 대책"이라며 "더 강력한 (부동산) 대책도 주머니 속에 많이 넣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정권 초기부터 강남3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은 소위 '찍힌' 동네였지만, 결과적으로는 이번 정권들어 집값이 가장 오른 수혜지역이 됐다. 22번의 크고 작은 부동산대책들이 나오는 동안 부자동네는 더욱 부자가 되는 '부익부'가 나타난 것이다.
문 대통령 취임 후 3년 동안 가장 많이 집값이 오른 곳은 강남 3구와 용산구였다. 송파구 아파트 중위가격은 3년간 무려 83%나 치솟았다. 용산구는 79%, 강남구는 67%, 서초구는 64% 폭등했다.
송파구는 엘리트(엘스·리센츠·트리지움)로 불리는 대규모 아파트들이 조성돼 있다. 현존하는 국내 최대 재건축 아파트인 헬리오시티(9510가구)도 있다. 헬리오시티의 경우 문재인 정부출범 2년차인 2018년 12월부터 입주를 시작한 단지다. 송파구의 주택 공급은 여유있는 상황이었지만, 오히려 대단지 새 집을 '똘똘한 한채'로 남겨두기 시작하면서 시세가 오르게 됐다. 용산과 강남, 서초 역시 역세권이나 한강변을 따라 새 아파트들이 조성돼 있는 곳이다. 주거선호도가 높다보니 정부의 압박카드에도 상승세를 유지했다.
뒤이어 영등포구가 53% 상승했다. 성북구·서대문구·노원구·중구·종로구·동작구·광진구·성동구·강북구·금천구·마포구·관악구 등 12개 자치구는 40%대 증가율을 보였다. 강서구·동대문구·은평구·강동구·중랑구 등 5곳은 30%대 올랐다.
반면 양천구는 17%로 25개 자치구 중 가장 저조한 상승률을 보였다. 구로구도 18% 증가하는데 그쳤다. 양천구와 구로구는 가장 큰 상승세를 보였던 송파구에 비해서 5분의 1 밖에 오르지 못한 셈이다.
가격으로 따져보면 송파구 아파트의 중위가격이 3년간 8억1700만원에서 14억9500만원으로 6억7800만원 오르는 동안, 양천구는 6억2000만원에서 7억2500만원으로 1억500만원, 구로구는 3억9200만원에서 4억6250만원에서 7050만원 밖에 안 올랐다.
정부가 고가 아파트 기준으로 삼고 있는 '9억원'의 선을 넘는 자치구들도 줄줄이 나왔다. 출범 초기만 하더라도 중위가격이 9억원을 넘는 곳은 강남과 서초 두 곳에 불과했다. 그러나 연이은 부동산 대책에도 집값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2020년 5월 기준으로는 5곳이 됐다. 강남(18억3000만원), 서초(17억7000만원), 송파(14억9500만원), 용산(13억9000만원), 성동(9억3300만원) 등이다. 9억원의 턱밑인 8억원대까지 중위가격이 오른 곳은 광진 동작 마포 중구 등 4곳이다.
'친구 따라 강남간다더니'…강남 따라가는 서울 아파트값
자치구별 연도별 추이를 분석해본 결과, 연이은 대책에도 강남 3구와 용산구의 아파트 가격은 크게 상승했다. 나머지 자치구 아파트 가격도 이들을 따라가는 양상을 보였다. 숫자만 보면 따라가는 모양새지만, 실제 시장에서는 높아지는 집값에 매수자들이 늘면서 집값이 올랐다. 특히나 강남 3구의 절대적인 집값을 따라가기 어려운 수요자들의 경우 마용성이나 서울 시내와의 접근성이 좋은 영등포 성북 서대문구 쪽으로 몰린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재개발·재건축을 통한 신축 아파트들이 입주한 지역에서는 집값 상승세가 더 가파르면서 상승세를 주도했다.
문재인 정권 출범 1년 후 대부분 자치구가 상승세를 보인 가운데 강남구·서초구·용산구는 1년만에 3억원 가량 오르며 가장 크게 상승했다.
문재인 정권은 출범하자마자 부동산 시장 안정화 기치 아래 서울 전역에 분양권 전매를 금지했다. 서울 25개구와 과천·세종시·성남 분당·대구 수성구 등을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하는 등 강도 높은 부동산 정책을 내놨다. 하지만 역효과로 1년 만에 부촌 아파트값이 대폭 상승하는 결과를 낳았다.
2018년 5월에 전년 대비 1억원 이상 오른 곳은 5곳이었으나, 2년차인 2019년 5월에는 10개 자치구가 전년 대비 1억원 이상 올랐다. 그중 강남 3구와 용산구는 전년 대비 2억~4억원대 상승세를 기록했다.
2020년 5월 아파트 실거래 중위가격 상승폭은 2019년에 비해 소폭 둔화됐지만 여전히 상승 중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불경기가 지속 중인 가운데도 올 5월에 전년 대비 아파트가가 상승한 곳은 25개 자치구 중 20개에 달했다.
폭등·양극화의 서울…"수요·공급 규제 모두 문제"
연이은 부동산 정책에도 고공행진 중인 아파트가격으로 인해 정책 실패 논란과 아파트값 양극화 문제가 연일 제기되고 있다.
최근 국토교통부 등은 보도자료를 통해 내달 23번째 대책을 예고했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도 지난 6월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모든 정책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면서 강력한 대책을 지속적으로 내놓겠다는 입장을 시사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시장을 안정화시키기는커녕 가격 상승과 양극화를 조성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현 정부 아래 부동산 시장의 가장 큰 문제를 '똘똘한 한채'로 정리했다. 그는 "상반기에 저평가되었던 중저가 아파트 기준으로 갭 메우기 현상이 심화됐다"라며 "대출·세금·청약 등 수요 측면에서 전방위적 규제로 인해 지역 다주택자들도 서울로 몰리는 와중에 강남 3구 등에 매물이 부족해 나타난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 정책으로 인해 지역간 격차 현상은 상당히 더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라고 우려했다. 조 교수는 "시장 가격은 수요 공급으로 결정되는데 그간 수요를 억제하는 정책이 쏟아져나왔기 때문"이라면서 "공급 규제를 획기적으로 푸는 방안도 검토해야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