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해외유입 환자가 급증했다. 이라크 건설 노동자들이 대거 귀국하고 부산에 정박한 러시아 선박을 통해 추가 감염이 확산되면서다. 국내에 입국한 외국인 확진자 진료비 부담이 커지면서 여당은 외국인에게 코로나19 치료비를 청구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지난 25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58명 늘어나 총 1만4150명이 됐다고 밝혔다. 이 중 해외유입은 46명으로 지역발생보다 4배 가까이 많았다. 해외유입 확진자의 추정 국가는 이라크가 38명으로 가장 많았고 미국, 러시아, 인도, 홍콩 등에서도 확진자가 유입됐다.
전날에는 해외유입 86명, 지역발생 27명이 확인돼 115일 만에 신규 확진자 수 100대를 기록했다. 이는 이라크에서 귀국한 건설 근로자 중 확진자가 대거 발생했기 때문이다. 지난 24일 귀국한 293명 중 36명이 이튿날 확진됐으며 추가로 38명이 26일 발표된 집계에 포함됐다.
지역발생 확진자 12명은 서울·경기 각 5명, 부산과 광주가 각 1명씩이었다. 수도권에서는 정부서울청사를 비롯한 사무실, 교회, 요양시설 등을 중심으로 산발적 감염이 지속되고 있다.
부산에선 러시아 선박에 작업 차 승선했던 수리업체 직원들이 대거 확진 판정을 받고 2차 지역감염도 발생했다. 이날 수리업체 직원인 158번 확진자의 지인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해외유입 확진 사례가 늘면서 국내에 입국한 외국인에게 코로나19 치료비를 부과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이같은 내용의 감염병예방관리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지금까지 외국인 감염병 환자의 치료비는 국가가 부담하지만 앞으로는 진찰, 치료에 드는 경비를 전액 또는 일부 부담할 수 있도록 조항을 신설한다는 것이 골자다.
그동안 정부는 외국인 환자에게 진료비를 물리면 환자가 음지로 숨어 방역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미 코로나19 유행 장기화로 외국인 환자 진료비를 환자가 부담하게 하는 나라가 늘고 있다. 싱가포르, 중국, 베트남 등이 외국인 무상 치료에서 유상으로 전환했다.
이로 인해 진료비가 무료인 한국으로 환자가 몰리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해외유입된 외국인 환자는 752명으로 1인당 치료비 800만원을 기준으로 잡았을 때 60억원 가량이 지출된 셈이다.
강 의원은 "국내 방역 의료체계에 부담이 된다면 상황에 따라 외국인 환자에게도 치료비를 부담시킬 수 있어야 한다"며 "외국인 확진자에게 치료비 전액을 부과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 간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부담을 다르게 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