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이슨 디섐보가 대세이긴 대세인가 보네요. 350야드를 넘나드는 ‘울트라 장타’에 이어 최근에는 식단이 화제가 됐죠. 단백질셰이크 7~8잔에 달걀, 견과류, 스테이크, 뻑뻑한 감자까지. 하루 섭취하는 총 열량이 성인 남성 권장량의 1.5배에 달하는 3500㎉였습니다. 짜여진 식단을 매일같이 유지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경험해본 이들이라면 다 알고 있죠.
디섐보 같은 유명 선수들은 대개 자신만의 식단이 정해져 있습니다. 식단이 컨디셔닝에서 차지하는 부분이 그만큼 크다는 얘깁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통산 10승을 올린 장타자 김세영 프로는 ‘육식파’인데요. 대회 전날은 물론 아침에도 소고기를 구워 먹고 나갈 정도로 고기를 좋아합니다. 한·미·일 투어를 모두 제패한 신지애 프로는 대회 전날 짜게 먹는 것을 피한다고 했습니다. 대회 당일까지 소화시키는 게 어렵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선수들이 공통적으로 피하는 음식은 회 같은 날것입니다. 예상하지 못한 때에 탈이 날 수 있으니까요.
개인적으로 ‘컨디셔닝’의 중요성을 조금 빨리 깨달았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저도 프로 생활 10년차가 돼서야 깨우친 게 있었는데요. 제 컨디셔닝 방법이 주말 골퍼에게 잘 맞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우선 라운드 전날엔 ‘식사량을 줄여라’입니다. 폭식, 과식은 당연 금물이고요. 저 같은 경우엔 배고픔을 못 이겨 대회 전날 과식을 하고 나면 다음날 어김없이 손발이 부어 있었습니다. 퍼팅은 미세한 감각이 정말 중요한데, 그때마다 제대로 된 퍼팅감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내 몸에 맞는 단백질 섭취도 중요합니다. 저는 소고기를 좋아하지만 대회 전날엔 먹지 않습니다. 소화에 시간이 많이 걸리거든요. 대신 소화 흡수가 빠른 장어로 영양 보충을 했죠.
라운드 전 무심코 들이켜는 커피도 경기력에 큰 변수가 된답니다. 적당한 카페인 섭취는 각성 효과가 있지만, 많은 양을 먹으면 심박수를 늘려 리듬 템포가 흐트러지고 결국엔 스윙 일관성을 유지하기 힘들거든요. 한 번은 한 잔을 모두 마시고 대회에 나갔는데 어드레스를 하다 쿵쾅쿵쾅 뛰는 심장 때문에 놀란 적이 있었죠. 그 이후부턴 두세 모금만 삼킨 뒤 경기에 나섰습니다.
적당한 수분과 에너지원인 당 섭취는 꼭 필요합니다. 저는 사과와 수분이 많은 수박을 좋아했는데, 다른 선수들은 바나나를 많이 챙겨 먹습니다. 수분과 탄수화물이 많아 에너지원을 빨리 몸에 전달해주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BC카드골프단 장하나 선수(왼쪽 사진)는 필드에서 초코우유와 비타민을 즐겨 먹고요. 제 경우 초콜릿이 입에 맞았습니다. 그래서 아몬드가 들어 있는 초콜릿을 챙겨 3~4홀마다 입에 넣고 경기했습니다. 입에 뭔가가 있으니 잡생각이 없어지는 효과도 있더라고요.
선수들 사이에선 ‘갈증을 느끼는 순간 이미 늦었다’는 말이 있습니다. 홀마다 목을 축이듯 조금씩 꾸준히 물을 마시는 게 중요합니다. 물은 티잉 그라운드에 올라갔을 때 긴장감을 완화하는 효과도 있으니 꼭 실천해보길 바랄게요. 잘 먹는 것도 실력이랍니다.
김혜윤 < BC카드골프단 코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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