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라퍼’란 신조어가 유행이다. ‘오지랖이 넓다(쓸데없이 지나치게 많이 참견하는 것을 비꼬는 속담)’와 영어에서 ‘~하는 사람’을 가리킬 때 동사 뒤에 주로 붙이는 ‘~er’을 합친 말이다.
‘오지라퍼’들은 철저히 자신만의 기준으로 세상을 본다. 나쁜 뜻은 없는데 그들의 말은 기분 나쁘다. “(몸매에 비해) 생각보다 적게 먹네” “그 나이에 아직 미혼이면 배우자 찾기 어렵지” “어쩌다가 장애인이 됐을까, 너무 안됐네” “사내아이가 어쩜 저렇게 몸이 약할까”…. 오지라퍼들은 끝도 없이 타인을 걱정하고, 바로잡아 주고 싶어 한다. 그 모든 말이 듣는 이에겐 극심한 차별인 줄 모른다.
그런데 우리는 모두 오지라퍼에게 시달리는 피해자이자 누군가의 오지라퍼가 아닐까. 이런 현실을 일깨우는 신간들을 소개한다.
《상처 줄 생각은 없었어》는 미국의 사회과학자 돌리 추그가 ‘선한 사람들’이 지닌 내면의 차별과 편견을 지적한 책이다. “나는 평등주의자”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피부색, 성별, 이성애자·동성애자 여부 등의 특성만으로도 주어진 ‘일상적 특권’을 직시하라고 강조한다. 저자는 타인에게 악의적 차별로 보일 수 있는 네 가지 유형의 행동을 하지 말라고 설명한다. 구원자 유형, 연민 유형, 용인 및 다름 외면 유형, 배역 고정화 유형이다. 구원자 유형은 스스로를 “나는 온정을 베푸는 착한 사람”이라고 착각한다. 연민 유형은 차별에 시달리는 타인을 자신보다 아래 위치로 생각하며 “불쌍하다”란 한마디로 끝낸다. 용인 및 다름 외면 유형은 “차별하지 말라”는 말을 통해 ‘나와 다른 사람’을 은연중에 무시한다. 배역 고정화 유형은 사회가 요구하는 차별적 틀에 타인을 마음대로 재단한다.
《장애의 지리학》은 브렌든 글리슨 호주 멜버른대 도시정책연구 교수가 장애인을 역사, 지리, 도시공간 등 다양한 측면으로 분석한다. 저자는 장애인을 ‘따스한 시각’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장애인의 삶과 인권, 도시 내 이동권 등을 학자로서 냉철하게 바라본다. 장애인을 사람으로 보지 않았기에 기록마저 부족한 중세시대와 산업혁명 시기 도시 발달에 따른 장애인의 지위 변화 등을 논한다. 1990년대부터 본격화한 장애인의 도시 공간 활용과 이동 시설 설치, 님비 현상(NIMBY: 사회에 필요한 공공시설이지만 자신이 속한 지역엔 들어오면 안 된다는 이기적 행동) 등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무례한 시대를 품위 있게 건너는 법》은 독일 저널리스트이자 작가인 악셀 하케가 차별과 혐오의 말폭탄이 넘쳐나는 오늘날 어떻게 진정한 품위를 갖춰야 하는지 조언한다. 저자는 “우리 모두에게는 타인을 향한 책임이 있다”고 역설한다. “적어도 타인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면서 인정과 배려, 호의와 친절을 베풀어야 한다”고 말한다. 악플로 가득한 인터넷 세계에 대해선 “인류 역사상 가장 거대한 하수구”라고 일갈한다. 품위는 특정한 누군가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닌, 모든 인간이 마땅히 지켜야 하는 태도라고 강조한다. 사회 전체에 퍼져 있는 차별과 증오를 떨쳐내려면 자신만을 위한 판단을 내릴 자유 대신, 타인을 중심에 놓고 그들을 위해 기꺼이 삶의 일부분을 내어줄 자유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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