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세금으로 만든 일자리를 통해 급여를 받고, 이후 실직을 인정받아 실업수당(실업급여)까지 받아간 사람이 지난해 3만2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받아간 금액은 급여를 통해 1670억원, 실업수당으로 1580억원을 웃도는 것으로 파악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고용보험기금 고갈 우려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재정일자리 사업 참여자에게 실업급여까지 지급함으로써 기금 누수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21일 고용노동부가 국회에 제출한 ‘연도별 재정지원 직접일자리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세금으로 급여를 지급하는 직접일자리 사업 참여자는 총 143만3000명으로 역대 최대였다. 직접일자리 사업 참여 인원은 2011년 48만4000명에서 해마다 증가해 지난해에는 100만 명을 훌쩍 넘겼다. 이 가운데 고용보험 가입자는 26만1000명이었다.
지난해 직접일자리 사업 참여자를 연령대별로 보면 60세 이상이 96만3000명으로 전체의 67%를 차지했다. 사실상 노인을 위한 일자리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60세 이상 참여자 중 고용보험 가입자는 12만8000명(13.3%)이었다.
정부 직접일자리 사업은 등·하교 도우미, 마을 환경미화 등 1주일에 2~3일 3시간씩 일하는 월 27만원짜리 공공일자리부터 방역 지원, 산림재해 예방 등 주 40시간 일하며 월 180만원 안팎을 받는 최저임금 수준 일자리까지 다양하다.
가령 산불 감시 일자리에 참여해 하루 4시간씩 7개월 남짓 일한 A씨의 급여 수준은 월 87만원 정도 된다. 지난해 기준 주 40시간 근로 기준 최저임금 174만5150원(주휴수당 포함)의 절반이다. 실업수당은 근로자가 1주일에 15시간 이상 일하고, 6개월(180일) 넘게 고용보험료를 납입하면 수령 자격이 생긴다. 실업수당은 최소 4개월 이상 월 90만원이 지급된다.
이런 식으로 정부 일자리 사업에 참여했다가 사업 종료 후 실업수당을 수령한 인원이 지난해에만 3만2000명이었다. 지급된 금액은 1580억2400만원, 1인당 평균 494만원씩 받은 셈이다. 이들이 참여한 일자리 사업이 6개월간 하루 4시간씩 일하는 형태였다면 사업 기간 지급된 인건비는 약 1670억원이다. 여기에 실업급여를 더하면 소요된 금액은 총 3250억원, 연봉 5000만원짜리 일자리 6500개를 창출할 수 있는 돈이다.
정부로부터 월급도 받고 실업수당도 받는 인원은 올해 더 늘어날 전망이다. 올 들어 4월까지 정부 일자리 사업에 참여한 인원은 86만1000명, 이 중 고용보험 가입자는 11만 명이다. 이들 중 일자리 사업 종료 후 실업급여를 수령한 사람은 800명(6억4700만원)이다. 하지만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중단했던 일자리 사업을 5월부터 본격 재개하면서 하반기 실업급여 지급도 크게 늘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이달 초 국회를 통과한 3차 추가경정예산에 반영된 정부 일자리 60만5931개 중 6개월 이상짜리가 17만7782개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임이자 의원(미래통합당)은 “코로나19 위기 국면에서 재정일자리 사업 확대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실업수당 혜택까지 줘야 하는지는 검토가 필요하다”며 “정부는 세금을 쏟아붓는 휘발성 일자리가 아니라 양질의 민간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