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판기처럼 생긴 기기에 캔이나 페트병을 넣으면 기기가 알아서 내용물을 인식한 뒤 분류한다. 이후 개수에 따라 포인트를 지급하고, 포인트가 2000원 이상 쌓이면 현금으로 바꿔준다. 전국적으로 약 160개가 설치된 인공지능(AI) 재활용로봇 ‘네프론’ 이야기다.
네프론을 내놓은 로봇 스타트업 수퍼빈은 하버드 케네디스쿨을 나온 김정빈 대표(사진)가 2015년 6월 설립했다. 그는 2011년 중견 철강기업 코스틸의 최고경영자(CEO)를 맡기도 했다. 2015년 코스틸을 나온 뒤 사업을 하기 위해 수퍼빈을 설립했다.
당초 사업 아이디어는 폐기물을 활용한 환경사업이었다. 재활용품 보상제도가 다양한 유럽·미국의 사례를 참고해 보상시스템을 자동화한 사업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KAIST에서 개발만 하고 사업화하지 않은 기술 하나를 알게 됐다. 카메라 기반의 AI 비전인식 시스템이었다. 자동차부품 분류용으로 개발했다가 찾는 사업자가 없어 버려진 기술이었다.
김 대표는 이 기술을 상용화하기로 했다. 재활용품을 투입하면 카메라가 자동으로 내용물을 인식하고, 분류한 뒤 알아서 환급금으로 돌려주는 기기를 제작했다. 모양새는 일부러 자판기와 비슷하게 만들었다. 일명 ‘쓰레기로봇’으로 불리는 네프론은 그렇게 완성됐다. AI 재활용로봇은 전 세계에서 네프론이 유일하다. 수퍼빈은 2018년 휴맥스와 네이버의 TBT로부터 첫 투자단계인 ‘시리즈A’를 유치한 뒤 최근 200억원 규모의 ‘시리즈B’ 마무리 단계에 있다. 기존 투자자인 휴맥스와 TBT가 시리즈B에도 참여했다.
투자자들이 주목한 건 오는 10월 선보일 ‘네프론 2.0’이다. 지금까지 네프론은 육면체 자판기 안에 갇혀 있었다. 핵심은 네프론에 담겨 있는 폐기물 관련 정보다. 이 데이터를 디지털 장비로 구현하면 각종 이동수단이나 건물에 자유롭게 적용할 수 있다. 다양한 형태의 네프론이 등장하는 셈이다.
김 대표는 “궁극적인 목표는 도시 곳곳에 다양한 형태의 네프론을 설치해 운영하는 것”이라며 “독창적인 로봇기술을 앞세워 ‘사업성 있는 환경회사’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수퍼빈은 올해 3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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