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의 '인터넷 검열' 그림자가 IT업계에 드리우고 있다. 중국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의 계정이 잇따라 폐쇄되는 한편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발효로 중국 본토의 정치적 '입김'이 닿을 것을 우려한 글로벌 IT 기업들이 '탈홍콩' 움직임에 나서고 있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국판 동영상 공유 플랫폼 틱톡(TikTok·중국명 더우인)에서 국내 연예인들인 트와이스, 비, 마마무, 아이즈원, 선미, 현아, 김희철 등의 계정이 돌연 차단됐다. 틱톡의 모기업은 중국 기업 바이트댄스(ByteDance)로, 중국 현지에서 같은 서비스를 이름만 바꾼 더우인이라는 앱으로 제공하고 있다.
현재 더우인에서 위 한국 연예인들의 이름을 검색하면 관련 계정이 나타나지 않는다. 이들을 팔로우 중인 중국 팬들의 스마트폰 화면에서는 프로필 사진이 사라진 채 연결이 되지 않고 있다. 현지 누리꾼들은 "지난 12일부터 한국 연예인들의 계정이 사라지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계정 차단이 기술적 문제인지 아니면 본사 차원의 의도적 폐쇄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틱톡 관계자는 "계정 차단에 대해 중국 더우인 측에 원인 설명을 요청했으나 알아보려면 시일이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최근 한국 방송통신위원회가 개인정보보호 법규를 위반한 틱톡에 과징금을 부과한 데 따른 보복성 조치가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방통위는 지난 15일 틱톡에 법정대리인의 동의 없이 만 14세 미만 아동의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해외지역에 보관한 혐의로 1억8000만원의 과징금과 함께 과태료 600만원을 부과했다. 방통위에 따르면 틱톡이 2017년 5월31일부터 지난해 12월6일까지 수집한 아동 정보는 6007건이다. 업계에서는 실제로 이보다 더 많은 개인정보가 수집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에서 명확하지 않은 이유로 틱톡 계정을 차단한 사례는 최근에도 나왔다.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시진핑 닮은꼴로 유명한 중국 성악가 류커칭 씨는 지난 5월까지 총 세번이나 틱톡 계정이 삭제됐다. 이 매체에 따르면 삭제 시점은 신중국 창건 70주년이나 중국 최대 정치 행사인 양회(兩會) 개최 등 정치적 이슈가 부각됐을 때였다.
중국 정부가 언급을 금기시하는 '톈안먼 사태' 연상 게시물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책을 비판하는 글 등을 올린 경우에도 SNS 삭제가 행해지고 있다는 게 뉴욕타임즈의 설명이다. 지난 2월 중국 허웨이팡 베이징대 법학과 교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책임을 정부에 따져묻는 게시글을 SNS인 '웨이신'에 올렸다. 당국의 디지털 검열을 고려해 친필로 작성한 글을 이미지 파일로 올렸지만, 이 게시물 역시 곧바로 삭제되고 계정도 폐쇄됐다.
중국에서 코로나19 유행을 최초로 경고했던 의사 리원량 씨를 당국이 체포한 행위를 비판한 친첸훙 우한대학 법학 교수의 계정도 지난 2월 돌연 사라졌다. 친 교수는 "후야오방(胡耀邦) 당 총서기가 사망했을 때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톈안먼 사태 도화선이 된 후야오방 사망 사건을 언급한 데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중국 정부의 '인터넷 검열'이 잇따르자 최근 홍콩에 자리잡고 있던 글로벌 IT기업들도 잇따라 '탈홍콩'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 30일 홍콩보안법 발효로 중국 본토의 검열이 홍콩 소재 기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미국과 캐나다의 일부 가상사설망(VPN) 제공업체들은 최근 홍콩 내 서버를 폐쇄했다. VPN은 중국이 차단한 페이스북, 유튜브 등 해외 플랫폼을 현지에서 접속할 수 있도록 해주는 서비스다. 이들은 "홍콩 내 이용자들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해 홍콩 서버 운영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국내 최대 포털사 네이버도 최근 데이터 백업 장소를 홍콩에서 싱가포르로 변경했다. 네이버는 2016년 10월부터 이용자들의 데이터 유실을 막기 위해 하루 단위 데이터를 홍콩 서버에 저장해 왔다.
네이버 관계자는 "홍콩보안법 등을 고려해 서버를 싱가포르로 옮기고 홍콩에 저장된 백업 데이터는 이달 초 모두 삭제를 마친 상황"이라면서 "앞서 저장된 데이터는 강력한 암호화를 적용해 제 3자가 열람할 수 없도록 했다"고 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