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서 시작된 수돗물 유충 사태가 전국으로 확산되는 조짐이 보이면서 소비자 불안이 커지고 있다.
주방 화장실 수도꼭지에 필터를 설치하는 소비자들이 급증하면서 '대란'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인천의 한 아파트에선 생수를 한꺼번에 2000개를 주문한 사례도 나왔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3일 인천에서 시작된 수돗물 유충 사태가 발생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불안감은 여전하다. 정확한 원인을 밝히지 못한데다 서울·부산·경기 등 다른 시·도에서도 유충 발견 신고가 잇따라 접수되고 있어서다.
유충이 발생하게 된 원인으로는 정수장에서 수돗물을 정수하는 데 사용되는 '활성탄 여과지'가 유력하게 꼽히고 있다. 여과지에서 발생한 유충이 수도관을 통해 가정으로 이동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인천시는 서구 공촌정수장에서 날벌레가 고도정수처리시설에 알을 낳고, 여기서 발생한 유충이 수도관로를 따라 각 가정집에서 발견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인천 서구는 지난해 붉은 수돗물 사태에 이어 수돗물에서 유충이 발견되자 '공황 상태'다. 인천 지역 맘카페에 글을 올린 A씨는 "큰 맘 먹고 샤워필터를 구입했다"고 했다. A씨는 "수돗물 그대로 써서 유충들이 피부에 닿거나 머리감을 때 들러 붙어 있다고 생각하니 완전 소름"이라며 "샤워필터가 유충들을 다 걸렀으면 한다"고 말했다.
수돗물 유충 발견 이후 인천 지역 내 정수기와 필터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 14~19일 인천 지역 이마트에선 정수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27% 뛰었다. 필터 매출은 286% 급증했다. 홈플러스에서도 인천 지역 내 필터샤워기, 주방씽크헤드, 녹물제거샤워기 등 샤워·수도용품 매출(13~19일)은 전년 동기 대비 265% 늘어났다.
맨눈으로 유충이 확인되자 생수 판매도 급증하고 있다. 현재 정부는 인천 서구 왕길동·당하동·원당동·마전동 등 약 3만6000세대에 대해 직접 마시는 것을 자제해달라고 권고한 상태다.
GS25 편의점이 인천서구(부평, 계양, 강화 등)내 위치한 주요 점포 50곳의 매출(15~19일)을 분석한 결과 생수 판매는 전주 동기간(8~12일) 대비 191.3% 늘어났다. 세부적으로는 2L 생수 매출이 251.5% 증가하고, 500ml 생수 매출이 169.4% 신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GS25에 따르면 인천 지역에 위치한 한 아파트 단지에선 한 점포에 생수 2000개를 한꺼번에 주문한 일도 있었다. GS25관계자는 "굉장히 이례적인 사례"라며 "이렇게 많은 물량은 평소 한꺼번에 출고하는 것이 어렵지만 인천 주민들의 불안감과 특수성을 고려해 출고해드렸다"고 설명했다.
수돗물 유충 사태가 장기화되자 일각에선 '필터 및 생수 대란'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아직까진 사재기 및 품귀 현상이 나타나고 있진 않지만 사태가 장기화되고 전국으로 확산할 경우 불안감이 극대화될 수 있어서다. 각 시·도 지방자치단체에 따르면 서울 부산에 이어 경기 파주, 충청 지역에서도 수돗물에 유충이 발견됐다는 민원이 잇따르고 있다.
현재 각 지자체는 정확한 원인 발표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정부는 이날 전국 정수장 44곳에 대한 점검 결과를 발표한 뒤, 전국 484개 정수장에 대한 긴급 점검도 추진할 계획이다.
한편 홈플러스는 이날부터 전국 140개 점포와 온라인몰에서 생수, 필터 샤워기 등을 할인 판매하고 물량도 대폭 늘릴 예정이다.
채선희 한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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