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강력한 앱 생태계 장악력을 바탕으로 앱 장터의 결제 방식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애플에 이어 앱 장터에 유통하는 모든 앱에서 발생하는 매출에 수수료 30%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콘텐츠업계는 속수무책으로 이번 조치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20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구글은 최근 이메일을 통해 국내 콘텐츠업계에 구글 플레이스토어 결제정책 변경 계획을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글 안드로이드 OS를 탑재한 스마트폰의 모든 콘텐츠 앱에 구글의 결제 시스템을 적용하겠다는 내용이다. 결제가 구글의 시스템으로 진행되면 결제액의 30%가 구글에 수수료로 지급된다.
이 규정은 게임 앱에만 적용되고 있다. 앞으로 동영상, 음악, 웹툰 등 모든 콘텐츠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IT업계 관계자는 “정확한 시기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이르면 연내 시행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구글의 조치는 앱 장터 매출이 애플에 비해 뒤처지는 상황을 만회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애플은 글로벌 시장에서 앱스토어로 542억달러를 벌어들였지만 구글 플레이스토어는 293억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콘텐츠 업체들은 이번 조치에 대해 이의 제기를 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구글과 애플에 대한 앱 생태계의 종속이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모바일산업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구글 플레이스토어 매출은 5조9996억원이었다. 애플 앱스토어 매출은 2조3086억원이었다. 두 수치를 합하면 8조3082억원으로 전년 대비 10% 이상 늘어났다. 이들의 점유율은 국내 앱 장터 전체 시장의 87.8%에 달한다.
IT업계 관계자는 “앱을 통해 수익을 내려면 두 업체를 무조건 거쳐야 해 이들의 정책을 따를 수밖에 없다”며 “네이버, 카카오 같은 국내 대형 업체도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중소기업은 더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구글, 애플의 수수료 정책을 두고 반발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18년 미국 게임업체 에픽게임즈는 자사 인기 게임 ‘포트나이트’ 안드로이드 버전을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유통하지 않고 자사 홈페이지에서 내려받아 설치할 수 있게 했다. 국내에선 통신 3사와 네이버가 연합해 제3의 앱 장터인 ‘원스토어’를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기존 모바일 콘텐츠 유통 체제는 흔들리지 않고 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국내 앱 개발사들은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하고 있어 국내 시장에 특화된 원스토어에만 집중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구민기 기자 kook@hankyung.com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