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뷰티 대기업들이 유명 인플루언서와 협업을 늘리고 있다. 브랜드에 새로운 변화를 주거나 신제품을 판매하기 위해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을 빌리는 전략이다. 핸드백, 의류, 화장품, 뷰티 디바이스 등 협업 제품군도 다양해지고 있다.
모피와 주얼리를 주로 판매하는 '지요' 브랜드가 대표적이다. 지요는 패션업계에서 일하던 이지연 대표가 창업한 브랜드다. 이 대표는 인플루언서이자 디자이너다. 인스타그램을 기반으로 제품을 홍보하는 지요는 팔로워가 9만 여 명에 달한다. 구매력 있는 3040세대부터 5060세대까지 다양해 100만~300만원대 모피도 잘 팔린다.
패션 대기업 LF의 온라인 여성복 브랜드 '앳코너'가 지요에 손을 내민 것도 팔로워들의 구매력 때문이다. 앳코너는 중저가 제품을 주로 판매하고 있는데 최근 '고급화'로 방향을 바꿨다. 그 첫 번째 제품으로 지요와 협업한 100% 캐시미어 코트를 올 겨울에 선보이기로 한 것이다. 이 대표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최고급 원단인 콜롬보 100% 더블 캐시미어를 확보했다"며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제품과 가격으로 한정 수량 판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두 브랜드는 현재 제작기간과 판매에 따른 수익 분배 등 구체적인 계약 내용을 논의 중이다. 앳코너 관계자는 "브랜드의 고급화를 위해 타깃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인플루언서와 손을 잡기로 한 것"이라며 "브랜드 콘셉트를 확 바꾸는 과정에서 첫 신제품의 흥행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코오롱FnC도 협업을 늘리고 있다. 지난해 12월 핸드백 브랜드 '블랭크블랑'을 'BKBC'라는 온라인 전용 브랜드로 바꾸면서 첫 제품으로 지요와 협업한 '블랑백'을 제작했다. 기존에 판매하던 BKBC 박스백 디자인 위에 지요가 디자인한 리본 브로치 달았다. 당시 1차 수량이 다 팔려 2차 주문까지 받았다. BKBC는 지요와 1차 협업이 성공적이었다고 판단해 현재 2차 협업을 논의하고 있다.
화장품 업계에서도 협업이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올리브영이 자체 브랜드(PB) '브링그린'의 '티트리 시카 수딩 토너'를 판매하기 위해 지난 5월 뷰티 인플루언서 '채소'와 손잡았다. 올리브영은 이 제품을 수 천 개 넘게 팔았고, 브링그린이라는 브랜드를 알리는 효과도 누렸다.
최근엔 아모레퍼시픽도 가세했다. 아모레퍼시픽은 뷰티 디바이스 브랜드 '메이크온'의 신제품 'LED 패치'를 출시하면서 UTG 브랜드를 운영하는 강희재 대표와 손잡았다. 화장품과 피부관리에 관심이 많은 소비자들을 추적한 결과 강 대표의 팔로워가 많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협업하기로 했다. 강 대표의 팔로워는 17만여명에 달한다. 아모레퍼시픽은 이들에게 마케팅하기 위해 75만원짜리 메이크온 LED 패치를 지난 15일부터 17일까지 UTG 홈페이지에서만 할인가격으로 선판매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고가의 혁신적인 뷰티 디바이스를 판매하기 위해 피부관리에 관심이 많고 새로운 제품에 쉽게 도전하는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정한 것"이라며 "제품 인지도가 낮은 출시 초기에 유명 인플루언서와 협업 판매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제품을 써볼 수 있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한편 유명 패션 유튜브 채널 '슈스스TV'를 운영하는 한혜연 스타일리스트가 협찬받은 제품을 '내돈내산'(내 돈 주고 내가 산 제품의 후기)이라고 포장해서 홍보한 일이 알려지면서 소비자들의 뭇매를 맞고 있다. 앞서 대기업 사례처럼 계약서를 작성하고 공동으로 디자인을 하거나 협업 판매를 공식화한 사례라면 문제가 없지만 제품과 홍보비용을 협찬했는데도 이를 감춘 것이 문제가 된 것이다. 당분간 패션업계에선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등에서 특정 제품을 노출시킬 때 '협찬' 여부를 공식화하는 것을 놓고 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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