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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임대사업자도 투기꾼일까 [전형진의 복덕방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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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투기를 통해서는 더 이상 돈을 벌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겠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국회 연설에서 이렇게 경고했죠. 사실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더 많은 부동산 대책이 주머니에 있다”거나 “이번 정부에서 부동산만큼은 확실히 잡겠다”고 언급하기도 했었죠.

집값을 안정화시켜야 하는 정부의 고민이 느껴지는 대목입니다. 그리고 공감하는 부분입니다. 기자도 아직 무주택자이기 때문에 집값이 수억원씩 오르는 상황은 반가울 리 없죠.

그런데 과연 어디까지가 부동산 투기인지 우리는 사회적 정의를 내린 적이 없습니다. 어느새 ‘다주택자=투기꾼’이란 구도가 만들어지긴 했지만요. 그렇다면 임대사업으로 노후를 꾸려가고 있는 우리 집주인 아저씨는 투기꾼일까요. 메뚜기떼처럼 지방에 몰려다니면서 1억원에 10채씩 사들여 시장을 교란하는 갭투자자들과 동일선상에 놓아야 하는 걸까요.

‘6·17 대책’에서 ‘7·10 대책’까지 20여 일의 간극에서 가장 논란이 됐던 건 등록임대사업자제도의 존폐 여부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정부는 결국 사실상 폐지를 택했습니다. 다주택자들을 좀 단속해야겠는데 모두 임대사업자로 도망간다는 거죠. 임대사업자에겐 세제 혜택을 주니까요. 정부는 이걸 “과도한 수준”이라고 풀이했습니다.

그런데 임대사업자들이 세제 혜택을 받으려면 4~8년의 의무임대기간을 지켜야 합니다. 2018년 4월 이후부턴 8년 임대여야 가능합니다. 이것도 사실은 10년을 채워야 모든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제도의 근간인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과 달리 세법이 그렇게 규정하고 있으니까요. 다르게 말하면 적어도 10년은 안정적인 임대공급을 하는 주체인 거죠.

먼저 장려한 것도 정부였습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까지 직접 나서 “임대등록을 하면 다양한 혜택을 준다”고 유도했죠. 이유는 간단합니다. 임차수요는 많은데 공공이 이를 모두 해결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민간에 역할을 맡기는 대신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죠. 그래서 8년짜리 장기일반민간임대의 옛 이름은 ‘준(準)공공임대’였습니다.

정부가 공급하는 공공임대가 전체 임대차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018년 기준 7.1%에 불과합니다. 국토부는 올해 주거종합계획에서 이 비율을 2025년까지 10%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죠. 여전히 나머지 90%는 민간이 책임져야 하는 셈입니다.

그런데도 왜 임대사업자 제도를 없애는 걸까요. 이건 곧 도입 예정인 ‘임대차 3법’과 관련이 깊습니다. 전·월세 신고제와 전·월세 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 말이죠. 청구권을 뺀 나머지는 이미 임대사업자들의 의무 규정입니다. 그런데 앞으로는 미등록 임대인들에게 똑같은 의무가 생기는 것이죠. 말이 임대사업자 폐지일 뿐 사실상 모든 임대인들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인다는 의미입니다. 다만 이들에겐 세제 혜택을 약속하지 않아도 된다는 차이가 있겠죠.

결국 등록임대인들에게 “이제 굳이 너희들이 아니어도 돼”라는 말을 아주 완곡하게 돌려서 한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정책의 신뢰성에 대한 문제죠. 제도 폐지의 당위성을 설명하기 위해선 ‘투기’라는 단어가 등장했지만요. 10년의 긴 호흡이 투기라면 1년짜리 ‘단타’ 투자자들에 대해선 뭐라고 표현해야 적당한지가 요즘 제 고민입니다.

부동산 정책 컨트롤타워이던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저서 ‘부동산은 끝났다’를 보면 임대차시장 문제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담겨 있습니다. 흥미로운 건 다주택자라면 질색할 것 같던 그가 ‘건전한 다주택자가 필요하다’고 언급한 부분입니다. 김 전 실장은 “민간임대주택을 다주택자라는 시각이 아니라 국민에게 적절한 주거를 제공하는 공급자라는 관점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썼습니다. 공공임대의 최대치가 10~15% 수준이기 때문에 민간의 역할도 분명히 필요하다는 것이죠.

그리고 마치 이달에 나올 대책을 내다봤다는 듯이 이렇게 적었습니다. “중요한 건 이 같은 장기 프로젝트가 흔들림 없이 차근차근 진행되는 일이다. 임기응변식 억제와 부양책을 내놓기보단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추진해야 한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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