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7일 한국 해상풍력 발전 규모를 2030년까지 세계 5위권으로 육성하겠다는 청사진을 발표했다. 전북 부안의 ‘전북 서남권 해상풍력 실증단지’를 방문한 문 대통령은 “현재 124메가와트(㎿) 규모인 해상풍력 발전 용량을 10배 늘려 2030년 12기가와트(GW)까지 확대할 것”이라며 “‘그린 뉴딜’이 전북을 대표하는 특산물이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4일 ‘한국판 뉴딜’을 제시한 이후 문 대통령의 첫 현장 방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해양수산부 등은 부진한 해상풍력 설비 설치를 확대하기 위한 다양한 대책을 내놨다.
“해상풍력으로 일자리 9만 개”
문 대통령은 이날 부안에서 풍력핵심기술연구센터 등도 방문해 각종 풍력 기자재 개발 현황을 둘러봤다. 두산중공업과 LS전선, 현대스틸 등 해상풍력 설비 개발에 참여한 민간 기업 연구자들을 격려했다. 문 대통령은 “해상풍력은 발전 설비에 조선·기자재 기술, 하부구조물에 건설기술이 적용되며 다른 발전 설비 대비 최대 10배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며 “세계 최고 기술 수준을 갖춘 조선산업과 철강산업, 건설업 등에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이날 발표대로 해상풍력이 건설되면 한국은 2030년 영국, 독일, 중국, 덴마크 등에 이어 세계 5위의 해상풍력 설비를 갖추게 된다. 이날 행사가 열린 전북·서남권 해상에는 2028년까지 2.4GW의 발전 설비가 들어설 예정이다. 이는 인근 224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규모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송하진 전북지사는 “해상풍력 단지 건설을 통해 10년간 23조원의 경제유발효과와 9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며 “일감 부족으로 가동이 중단된 군산 등 조선기자재 업체의 일감 확보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개발 이익 공유로 보급 확대
산업부 등은 이날 이 같은 비전에 발맞춰 해상풍력 발전설비 확대를 위한 다양한 대책을 내놨다.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어민과 수산업계 반발을 잠재우는 것이 골자다. 우선 해상풍력 설비 설치 지역을 지정할 때 풍향·풍속 등 발전조건뿐 아니라 어업활동 및 어획량 정보를 반영해 가능한 한 어업 지역을 피하기로 했다. 발전으로 발생하는 이익 중 지방자치단체에 돌아가는 몫을 늘리기로 했다. 어민들에게는 연 1.75%의 금리로 정책 자금을 융자해 해상풍력에 참여하고 수익 일부를 가져갈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정부와 민간이 공동으로 ‘해상풍력 고려지역’을 지정해 해당 지역 내에서는 지원을 늘리고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기로 했다. 고려지역에는 40㎿ 이상의 대규모 ‘신재생에너지 집적화단지’를 조성해 사업타당성 조사 및 전력망 연결 사업 등을 지원한다. 인허가 전반을 관할하며 절차를 대폭 간소화해주는 기구 설치를 위한 근거 법도 연내에 입법한다.
이 같은 내용은 전북 및 서남권 해안부터 시범적으로 적용된다. 이날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전북 지역 지자체장 및 주민대표들과 2023년 2GW 규모의 해상풍력 단지 착공을 목표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성 장관은 “서남권 사례를 다른 지역에도 적용해 주민들과 상생하는 해상풍력 단지 조성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노경목/강영연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