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중국 지방 중소은행에서 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가 잇따르고 있다. SNS를 통해 “은행이 곧 망한다”는 소문이 확산하면서 지난달 이후 세 차례나 ‘뱅크런’ 사태가 발생했다. 중국 당국은 헛소문이라며 수습에 나섰지만 고객들 불안감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17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에 따르면 지난주 허베이성 헝수이은행에 SNS에 떠도는 정보를 듣고 서둘러 예금을 찾으려는 고객이 몰려들었다. 현지 감독당국은 “50만위안(약 8600만원) 이하 예금은 예금보호제도에 의해 보호되니 동요하지 말라”며 이들을 설득하느라 애를 먹었다. 경찰은 소문을 퍼뜨린 사람을 체포해 구금했다. 앞서 지난달 허베이성 바오딩은행과 산시성 양취안상업은행에서도 비슷한 사태가 벌어졌다. 지난 4월 간쑤성 간쑤은행도 예금을 인출하기 위해 몰려든 인파로 홍역을 치렀다.
중국 당국은 뱅크런의 가장 큰 원인으로 SNS를 지목하고 있지만, 반복되는 사태에 고객들의 의구심은 커지고 있다. 해당 은행들이 파산할 정도로 위기에 처한 건 아니지만 이들 은행의 재무구조는 크게 악화된 상태다. 바오딩은행의 부실채권 비율은 2017년 1.84%에서 2018년 2.09%, 지난해 2.12%로 상승했다. 양취안은행의 부실채권 비율도 2017년 1.03%에서 이듬해 2.57%로 두 배가량 뛰었다.
올 들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경제가 위축되면서 중국 금융업계는 부실채권 처리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중국 경제전문 매체 차이신이 소형 은행 43곳을 조사한 결과 지난 1분기 기준 부실채권 비율은 2.48%로 집계됐다. 중국 대형 10개 은행의 부실채권 비율이 평균 1.4%인 것과 비교하면 매우 높은 수준이다.
중국 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국 은행권의 부실대출 잔액은 3조6000억위안(약 620조원)으로 연초 대비 4400억위안 증가했다. 같은 기간 부실채권 비율은 0.08%포인트 상승한 2.1%를 기록했다. 국제 신용평가회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올해 중국 은행권의 부실대출이 8조위안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투자은행 UBS는 중국 중소은행이 3490억위안에 달하는 자본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고 추산했다.
코로나19가 진정되면서 2분기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작년 동기 대비 3.2%로 반등했지만, 경제가 속에서부터 멍들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올해 중국 경제는 정부 주도로 간신히 플러스 성장을 유지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모든 분야의 부채가 기록적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금융당국은 은행들에 대손충당금을 늘리고 자본금을 확충할 것을 지시했다.
허베이성 당국은 개인 10만위안 이상, 법인 50만위안 이상 현금을 거래할 때 은행에 신고해 승인을 받도록 하는 제도를 시범 운영하기 시작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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