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적격대출 안 팔린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 국민 하나 우리 농협 기업 등 6대 은행 중 적격대출을 취급하고 있는 곳은 우리은행이 유일하다. SC제일은행과 부산·경남·제주은행 등이 기본형 대출을 취급하긴 하지만 찾는 사람이 극히 드물다는 설명이다.은행 관계자는 “3분기 물량을 판매하고 있긴 하지만, 1분기에 비해 판매 속도가 현저히 떨어졌다”고 말했다.
적격대출은 대표적 저금리 정책 대출이다. 보금자리론 등 다른 정책 주택담보대출과는 달리 소득 제한이 없어 맞벌이 부부나 자산이 없는 고소득자가 주로 이용한다. 집값 기준도 9억원 이하로 덜 까다롭다. 민간은행은 수수료를 받고 적격대출을 판매하는 ‘창구’ 역할을 맡는다. 주금공이 대출을 기초로 주택저당증권(MBS)을 발행해 유동화하고 이를 떠안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대형은행들도 대부분 적격대출 판매에 소극적이다. 은행 전체 대출 한도 등에 적격대출이 포함되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상반기 주택경기가 활황세였고, 코로나19로 신용대출 공급량을 늘린 상태에서 적격대출을 무작정 팔긴 어려운 면이 있다”고 했다. 할당량을 받았음에도 판매에 나서지 않는 은행도 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3분기 할당량을 받았지만 전산 업데이트 등으로 판매 재개 시기를 조율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금리 매력 떨어진 적격대출
적격대출은 매달 바뀐 금리를 적용받는 기본형과 일정 금리로 유지되는 고정형 두 가지 가운데서 고를 수 있다. 최장 20년 만기로 받을 수 있는 은행 자체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보다 긴 최장 30년간 고정금리 대출이 가능하다.은행들이 취급하는 10~30년 만기 고정금리 적격대출의 금리는 연 2.7%다.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이 최저 연 1.96%(농협은행)까지 떨어져 소비자가 굳이 적격대출을 받을 이유가 없다는 게 은행들의 설명이다. 적격대출 금리는 은행 자체 주택담보대출에 비해 시중금리가 내려가는 영향도 늦게 반영된다.
은행 관계자는 “매달 주금공이 은행에 매입가격(금리)을 제시한 뒤 은행이 가산금리를 적용해 금리를 산정한다”며 “그때그때 시중금리를 반영하는 은행 자체 대출보다 금리 반영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판매와 중단을 반복할 수밖에 없어 소비자 혼란이 크다는 것도 은행이 적격대출 취급에 적극적이지 않은 이유로 분석된다. 주금공은 가계대출 규모를 줄이려는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2018년 10조원이던 적격대출 규모를 매년 1조원씩 줄이고 있다.
김대훈/송영찬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