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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베트남] '데이터 노다지' 베트남, 한국의 4차산업혁명 동맹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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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ke in Vietnam’. 베트남 정부가 작년부터 밀고 있는 캠페인 구호다. 10만개의 첨단기술을 가진 토종 회사를 만들어 2030년까지 IT(정보기술) 분야 세계 30위 안에 오르자는 목표도 내걸었다. 작년 5월에 열린 정부 주최 포럼에서 정보통신부의 또티투흐엉 부국장은 그들이 작명한 구호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Made in Vietnam’은 과거의 베트남이다. 문자 그대로 베트남에서 생산된 걸 의미한다. ‘Make in Vietnam’은 베트남 사람이 적극적이고 창의적으로 디자인하고 만들어낸다는 걸 뜻한다”



베트남식 4차산업혁명이라고 할 수 있는 ‘Make in Vietnam’은 베트남 정부가 그들의 미래 모습을 제시할 때 휘두르는 전가의 보도(寶刀)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스마트시티, 스마트팩토리, 자율주행차 등 미래 기술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춰 중진국의 함정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게 베트남의 희망 사항이다. 그 속엔 반도체, 자동차, 조선, 철강, 석유화학 등 전통 제조업에선 한국, 일본, 중국 등 아시아의 경쟁자들을 따라잡기 어렵다는 체념이 깔려 있다.

7월1일 퀄컴이 마련한 세미나에선 베트남 고위 당국자의 미래 기술에 관한 전형적인 ‘미사여구’들이 난무했다. 정보통신부 산하 통신총괄기구의 응우옌퐁냐 부국장은 “베트남의 5G 개발은 국내 모든 분야의 혁신에 기반이 될 것”이라며 “향후 수백억대의 IoT(사물인터넷) 기기가 5G 네트워크에 연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5G는 스마트 헬스, 자율주행차, 스마트시티 등 아직 4G로는 구현하지 못하는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베트남은 작년에 5G 시범사업에 성공하면서 5G 통신 네트워크를 ‘Make in Vietnam’의 핵심 분야로 삼고 있다. 퐁냐 부국장은 “4차산업혁명을 위한 국가 전략을 통해 2030년까지 디지털 경제가 GDP(국내총생산)의 30%를 차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정부의 목표”라며 “해외 투자유치를 위한 정책을 개혁하고 샌드박스를 만들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시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베트남 정부의 정책 공언(公言) 상당수가 공언(空言)에 그치곤 하는데, 4차산업혁명에 관한 것도 크게 다르지 않다. 5G 네트워크만해도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엄청난 비용이 들어가지만, 이와 관련한 정책은 빠져 있다. 지난해 3월28일 세계 최초로 5G를 상용화한 한국조차 차세대 네트워크를 위한 통신장비 교체에 애를 먹으면서 고전을 거듭하고 있다. 5G 가입자가 467만명에 달해 전세계 5G 가입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지만 소비자들의 만족도는 매우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내에서는 안 터지고, 도서 산간 지방에서도 5G 상용화는 아직 현실화되지 않고 있다. 그나마 한국은 정부가 올해도 6500억원을 5G 구축 예산으로 책정하고, 이동통신사들도 대규모 투자를 예고하고 있지만, 베트남의 5G 현황은 시쳇말로 걸음마조차 떼지 못한 단계다.

기술 창업 분야도 공허한 얘기투성이긴 마찬가지다. 베트남 정부는 베트남의 현재 첨단기술 기업(tech company)가 약 5만개라고 주장하지만,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테크 컴퍼니에 대한 정의도 제대로 돼 있지 않는 데다 소규모 자영업과 스타트업(start-up)을 같은 개념으로 받아들이는 경우도 허다하다. 지난달 베트남의 상위 6개 공과대학 학장들이 모여 ‘엔지니어 기준’을 만들기로 한 건 베트남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전자공학 등 공과대학에서 배출하는 학생들이 엔지니어로서 어떤 지식과 기술을 갖고 있는 지를 기업의 수요에 맞춰 기준을 정하겠다는 것이다. 휴대폰 부품 검사용 소프트웨어 회사를 창업한 타이도안남 어드밴스드비전테크 부사장은 “작년까지는 빈그룹이 빈테크라는 기술창업 지원회사를 만들어서 젊은 창업가들에게 지원을 해주겠다고 했는데 코로나19로 인해 빈테크마저 문을 닫았다”며 “정부가 지원해주는 기술창업 지원금은 없다”고 말했다.

‘스마트’가 접두사로 들어간 각종 미래 기술 역시 개념조차 잡혀 있지 않은 게 많다. 베트남 언론에 나온 스마트팩토리의 사례들을 보면 공정 자동화 수준을 넘어서지 못한다. 음료수 유리병을 만드는 공장에서 병뚜껑을 병에 부착하는 공정을 ‘최첨단’으로 자동화했다는 걸 스마트 팩토리의 사례로 꼽는다. 베트남 내 제조공장 대부분이 외국계가 주인이며, 저비용 저숙련 근로자를 활용한 단순 임가공 공장이다. 이런 공장들을 스마트 팩토리로 전환할 경우 그 많은 인력들을 당장 어디로 보낼 것인 지 등 기술과 현실의 모순에 대해서도 베트남 정부는 애써 외면하고 있다. 스마트시티 역시 CCTV 방범과 모바일로 엘리베이터 열기를 조합한 수준이다.

물론, 현재의 모습만으로 미래 가능성과 잠재력을 함부로 재단해서는 안 된다. 그럼에도 베트남의 4차산업혁명 구호는 공염불에 그칠 것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 같다. 4차산업혁명을 위한 기초 토대라고 할 수 있는 세 가지가 빠져 있어서다. 첫 번째는 제조업 역량이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활용한 디지털 경제는 제조업의 원천적인 경쟁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효과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시쳇말로 써 먹을 데가 없다는 얘기다. 4차산업혁명의 핵심 분야로 꼽히는 모빌리티(mobility) 분야만 해도 자동차를 만들 수 없으면 말 장난에 불과하다. 전기차나 수소차를 만들려고 해도 배터리를 만들 역량이 없다면 말짱 도루묵이다. 베트남은 ‘1인1오토바이크’의 나라이지만, 제 힘으로 오토바이크 한 대 만들 역량을 못 갖췄다. 제조업 이외에도 디지털 경제의 발전을 위해서는 센서산업과 항공우주산업의 기술발전과 성장이 가속화되어야 하는데 베트남으로선 언감생심의 영역이다.

교육 시스템이 4차산업혁명에 맞는 인재를 배출하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베트남은 여전히 문과 지향형 사회다. 최고 권력기구인 공산당 정치국원 9명 가운데 이과는 전무하다. 최근 물리학과 출신 여성이 타이응우옌성(省)의 당서기로 선출된 게 화제가 됐을 정도다. 베트남에서 공직자로 출세하려면 호찌민 사상을 체화하는 게 1순위다. 중국 공산당이 이과형 지도자들을 키워내면서 국가 주도형 기술혁신을 달성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만 해도 칭화대에서 마르크스주의 이론 및 사상으로 정치교육학 석사와 법학 박사를 땄는데, 그의 학사 전공은 화학공정과 기본유기합성이었다. 베트남에선 이과 중에서도 자연과학이 우대 받는다. 수학과 물리학은 기초가 탄탄한 편이지만, 이를 산업과 연결한 공학 분야에선 이렇다 할 인재를 배출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이 기초과학의 불모지였음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산업화에 성공한 건 1966년에 정부 주도로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를 설립해 산업용 기술 연구를 시작한 것이 토대가 됐다. 한국의 KOICA 도움으로 베트남도 V-KIST를 설립하려고 했을 때 가장 큰 장애물이었던 건 자연과학을 중시하는 베트남 과학계의 풍토였다고 한다.
이 같은 사회 풍토는 고용 시장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삼성 베트남 현지법인은 2011년부터 매년 현지에서 GSAT를 통해 대규모 인력을 공개 채용하고 있는데, 매년 똘똘한 엔지니어들을 구하는데 애를 먹고 있다. 베트남 ‘삼성 고시’의 채용 결과를 보면 99%가 베트남 상위 3개 대학(백화대, 하노이공대, 통신대) 출신 이과생이다. 이를 감안해 삼성측은 베트남 정부에 공대 등 이과생 양성을 꾸준히 요청해왔으나, 베트남 교육 당국의 반응은 감감무소식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제기능올림픽 분야에서도 한국에 이어 중국이 최근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데 비해 베트남 출신 메달리스트는 아직까지 찾기 어렵다. 은행, 공직, 부동산 개발업체 등 문과형 직업을 선호하는 베트남 사회의 현실이 반영된 결과다.

최근 들어 베트남의 주요 공대가 AI 및 빅데이터 학과를 개설하겠다고 발표하고 있는데, 막상 내막을 들여다보면 정부의 공언(空言)에 맞장구 쳐주는 또 다른 헛발질이나 다름없다. 가르칠 교수가 없어서다. 백화대에서 석사 학위를 받고, 서울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아 기술 창업에 성공한 A씨는 “베트남 최고 공대 졸업생들을 뽑아보면 처음부터 교육을 다시 해야한다”며 “석박사들의 논문도 15년 전에 썼던 내 논문의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을 정도”라고 지적했다. 백화대 등 명문 공대조차 제대로 된 실험 기기들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 게 베트남의 현실이다.

4차산업혁명의 가장 큰 장애요소는 이 여전히 ‘데이터 불모지’라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경제의 핵심으로 센서 산업과 함께 플랫폼을 꼽는다. 베트남에선 데이터가 생성되고, 쌓이는 데이터 집합처가 거의 없다. 은행조차 모든 거래의 디지털화를 이제야 시작했다. 사업자로 최대 국영통신자인 비엣텔이 지난 6월 선정됐다. 은행 이용률도 여전히 낮다. 응우옌 쑤언 푹 총리는 올 2월에 국가금융포괄전략을 승인했는데 내용을 뜯어보면 에서 금융 데이터 부재의 원인을 짐작할 수 있다. 2025년까지 최소 80%의 성인이 은행 계좌를 보유하도록 하고, 전국의 농촌 최소 단위인 코뮌의 최소 50%에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은행 지점을 만들겠다는 것이 정책 목표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정부는 대략 전체 인구의 절반 정도만이 은행 계좌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여전히 사람들은 현금 거래를 선호한다. 부자들일수록 현금 선호가 두드러진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신용카드 시장은 꽃도 피기 전에 시들 위기다. 서민들은 오토바이크, 휴대폰 등을 맡기고 소액을 빌리는 제2 금융권을 이용한다. 은행의 대출 문턱이 높아서다. 이 같은 비은행 금융시장에서도 데이터는 축적되지 않고 허공에 사라져가고 있다.

데이터 시대의 새로운 경쟁력 지표로 불리는 총데이터생산(Gross Data Product)을 기준으로 봐도 베트남은 30위권 밖으로 사실상 ‘논외’ 지역이다. ‘뉴 GDP’로도 불리는 이 개념은 미국 터프츠(Tufts) 대학 연구팀이 각국의 디지털 역량을 데이터 경제 역량 측면에서 측정한 지표다. 전병조 전 KB증권 사장은 이를 ‘디지털 GDP’ 또는 ‘d-GDP’라고 부르기도 한다. 인구 대국이자 기술 선진국인 미국이 단연 1위다. 인구 측면에선 미국을 압도하지만 기술적으로 열세인 중국이 미국을 바짝 따라잡고 있다. 사회주의 국가 고유의 특성 덕분에 데이터 집합과 사생활 보호 사이의 모순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이 중국을 2위로 밀어 올린 비결이다. 그 다음으로는 영국, 스위스와 함께 한국이 5위권에 포진해 있다. 동남아시아에선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가 30위권 안에 들었다.


베트남의 이 같은 상황은 한국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의 디지털 경제를 ‘업그레이드’ 시키기위한 엄청난 기회가 될 수 있어서다. ‘데이터 볼모지’라는 건 거꾸로 ‘데이터 노다지’로 뒤집어 해석할 수 있다. 의지는 충분한데 기술과 자원이 부족한 베트남 4차산업혁명의 현실을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하노이에서 ‘OKXE’라는 중고 오토바이크 거래 플랫폼을 창업한 김우석 대표(사진)의 사례를 들어보겠다. 한국에서 세 차례 창업 경험이 있던 김 대표는 베트남이 ‘데이터 노다지’라는데 착안했다. 하노이 골목골목마다 돌아 다니며 중고 오토바이크 판매상들을 만나고, 수리업체들을 찾아 OKXE 플랫폼에 등록시켰다. 현재 OKXE 앱을 다운로드 건수는 100만 건 돌파를 눈 앞에 두고 있다. 베트남의 유명 쇼핑몰 한, 두개와 함께 ‘톱3’에 포함되는 수치다. 김 대표의 수익원은 무엇일까. 1차원적인 생각으로는 거래 수수료를 받는 것이다. 김 대표를 만났을 때 이 같은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그는 ‘대동강 물장수’가 되기 보다는 오히려 더 큰 시장인 금융 데이터에 주목했다. 베트남 사람들에게 오토바이크는 재산 목록 1호다. 그의 플랫폼에 모인 오토바이크족(族)들에게 돈을 빌려주고, 할부 구매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김 대표는 자신의 회사를 금융 플랫폼 기업이라고 부른다. 김 대표는 “베트남은 데이터 시장에서 발굴되지 않은 노다지나 다름없다”며 “오토바이크와 연관된 모든 소비와 금융이 OKXE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회사를 키워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참고로 ‘XE’는 베트남어로 ‘탈 것’이라는 뜻이다.

한국에선 사생활 보호 등의 이유로 가로막혀 있는 데이터 수집 및 활용이 베트남에선 가능할 수 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의료 빅데이터가 대표적이다. 베트남은 원칙상 국가가 인민 누구에게나 양질의 무상 의료를 제공하는 것으로 돼 있으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자본주의 국가보다 훨씬 더 ‘자본주의적’이다. 하노이 등 대도시에 있는 대형 국립병원으로 환자들이 몰리고, 잘 나가는 병원의 의사들은 저마다 개인 클리닉 하나씩 갖춰놓고 부자 및 고위공직자들을 불러 모은다. 공공의료 시스템이 무너지고 있다는 얘기다. 산간 지대나 도심에서 멀리 있는 농촌으로 의사들이 가려 하지 않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이다. 이런 이유로 베트남에선 비대면 원격 의료에 대한 수요가 굉장히 높다. 베트남 부자들이 해외 원정 의료로 매년 쓰는 돈도 약 10억달러를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현실과 수요를 감안하면 베트남에서 의료 빅데이터를 통한 AI 의료가 어쩌면 한국보다 먼저 개화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베트남은 의료진과 의료 기술 및 장비가 태부족이다. 이 점을 한국이 보완할 수 있다면, 베트남은 한국의 AI 진료 및 원격 의료를 위한 일종의 ‘테스트 베드(test bed)’가 될 수 있다. 한국에선 기존 집단의 반대로 인해 실패했던 다양한 공유경제 창업들도 베트남에서 새로운 길을 찾아볼 수 있다.

빅데이터 인재 양성이라는 측면에서도 한국과 베트남은 상호 협력할 필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차상균 서울대 데이터사이언스 대학원장은 “베트남 하노이공대 출신 석박사 몇몇이 연구소에 있는데 수학 물리학 등 이들의 기초가 매우 탄탄해 새로운 지식을 흡수하는 속도가 남다르다”며 “한국에선 입시가 워낙 복잡해 때로는 서울대조차 부모들이 만들어 준 스펙으로 들어온 학생들이 많아 때때로 수업을 진행하기 어렵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고 지적했다. 차 원장은 차제에 서울공대와 하노이공대와 협력해 베트남에 빅데이터 전문 대학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으로 유학 온 베트남의 뛰어난 인재들이 일종의 메기 역할을 할 수 있는 데다 향후 베트남 빅데이터 산업이 개화할 때 한국 기업의 진출을 위한 첨병이 될 수 있다는 게 차 원장의 복안이다.

4차산업혁명 공조는 국제정치의 관점에서도 한국이 반드시 가야 할 선택지다. 글로벌5G 네트워크 구축과 관련해 미국과 중국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와 관련해 미국은 2018년 국제개발 금융공사(USDFC)를 새로이 출범시켰다. 전병조 여시재 특별연구원은 지난 10일 여시재 인사이트에 기고한 글에서 이렇게 말했다. “USDFC는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을 견제하면서 미국의 디지털 수출시장 확보를 위한 전략적 투자 기관으로서 목표를 분명히 했다. USDFC는 모든 인프라 시장에서 미국 기업의 투자 활성화를 지원하지만, 5G 통신시장에 대한 수혜국의 투자를 적극 지원하는데 더 큰 중점을 주고 있다” 중국이 아닌 지역에 5G 통신장비를 투자하는 국가에 대한 지원을 공개적으로 표명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영국이 자국에서 화웨이의 5G 통신 장비를 철거하겠다고 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베트남이 중국과 사회주의 동맹이긴 하지만, 역사적으로 반중 정서가 강한 데다 베트남 동해(남중국해)를 둘러싼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베트남도 5G 구축은 친미 노선을 따를 가능성이 높다. 화웨이와 5G 패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삼성 등 한국 기업이 베트남을 동남아 교두보로 삼아야 하는 이유다. 최근 삼성전자는 5G 통신 장비 교체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는 소프트웨어 기술을 개발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5G 통신 장비 생산은 삼성의 베트남 내 차세대 먹거리이기도 하다.

한국과 베트남이 4차산업혁명 동맹을 맺기 위해선 당장 실현할 수 있는 액션 플랜을 짜야 한다. 전병조 여시재 특별연구원은 빅데이터 자유교환 협정((Free Data Trade Agreement/FDTA)를 아이디어로 제시했다. 빅데이터를 일정한 규칙에 따라 상호 교환하는 국제 협력을 맺자는 것이다. 디지털 공적개발원조(ODA) 강화도 액션 플랜 중 하나로 제시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공적개발 원조의 중점을 디지털 인프라 분야로 옮길 필요가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공적개발원조 중 IT 또는 디지털 분야는 10% 내외에 불과하다. 스마트 시티 건설만해도 한국 정부와 건설업체들은 자국의 플랫폼을 수출하는 것에만 관심이 있다. 하지만 베트남 등 재정이 열악한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이를 감당할 여력이 없다는 게 현실이다.

양국 간 AI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 협력 또한 실천에 옮길 수 있는 과제다. 베트남 정부 주관으로 매년 열리는 베트남의 올림피아 경시대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베트남의 거의 모든 고등학생들이 참가해 경연을 펼치는데 우승자에겐 호주 대학에 유학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베트남에 가장 많은 투자를 하고 있고, 가장 많은 기업이 나가 있는 한국 역시 호주의 사례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이미 삼성 등 베트남 진출 기업들은 베트남에서 인재를 찾는데 주력하고 있다. 삼성이 얼마 전 하노이에 R&D(연구개발) 센터를 개소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김기준 KOTRA 동남아대양주 본부장은 “한국의 향후 산업전략은 베트남을 상수(常數)로 놓고 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베 관계가 새로운 단계로 진입하기 위해선 4차산업혁명 동맹이 필수다.

"본 기획물은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습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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