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운이 담긴 영화나 연극은 사람의 심금을 울리는 이야기로 구성돼 있다. ‘원작이 훌륭하다고 해서 영화까지 훌륭해지리라는 보장은 없다’란 말이 있다. 좋은 영화를 뛰어넘어 명화가 되기 위해서는 좋은 시나리오 이상의 그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즉, 감독, 배우, 미술, 음향, 마케팅 등 다양한 요소가 최적의 상태로 결합했을 때 최고의 작품이 나온다는 의미와 일맥상통한다.
경매도 마찬가지다. 성공적인 투자를 위해서는 단순한 권리분석 그 이상의 전략이 필요하다. 여기서 말하는 전략이란 무엇일까. 바로 취득과 보유, 처분의 과정을 예상하고 돌발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위험을 회피하기 위한 대응책을 준비하는 것이다.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단계별 실무 전략을 알아보자.
먼저 사전 준비 단계를 거쳐야 한다. 바로 경매에서 매각되는 부동산을 분석하는 것이다. 물건의 하자는 임장활동을 통해 확인하되 인수권리는 배당표 작성을 통해 법률적 리스크를 검토하는 것이다. 임장활동은 현장에 나가서 부동산의 현황을 눈으로 직접 보고 주변을 탐문하는 것을 말한다. 배당표는 경매 사건에서 매각된 금원을 각 채권자에게 나눠주기 위해 작성하는 표를 말한다. 여기에는 채권자들이 받아갈 원금, 이자, 비용, 배당순위, 비율 등이 기재돼 있다. 보증금을 전액 회수할 수 있는 임차인과 그렇지 못한 임차인은 명도 시 큰 차이를 보인다. 전자는 수월하게 명도할 수 있지만, 후자는 큰 저항에 부딪힐 확률이 높다. 미회수 보증금이 많을수록 그 강도는 더욱 클 것이다. 입찰 전 배당표를 사전에 작성해 봄으로써 낙찰 후 맞닥뜨리게 될 명도의 어려움을 예측하고 대응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사전 준비가 끝났다면, 취득단계의 전략을 준비해야 한다.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자금계획이다. 사전에 보유 자금과 대출한도를 확인해 자금 집행에 문제가 없도록 만드는 것이다. 최근 발표된 부동산 대책은 투기적 수요를 관리한다는 취지에서 대출한도를 강화하는 방향성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15억원 초과 주택과 규제 지역 내 2주택자에 대해서는 대출이 되지 않는다. 또 규제지역 내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경우 6개월 내 기존 주택을 처분하고 신규 주택에 전입해야 한다.
부동산 정책의 변화에 발맞춰 흐름을 읽으면서 자금 계획을 꼼꼼히 세워야 한다. 보유단계에서는 재산세 및 종합부동산세와 같이 보유 시 발생할 세금, 실거주 및 임차를 위한 관리 방법, 대출이자 납입 계획 등을 미리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발표된 7·10 부동산 대책에 따르면 3주택 이상 및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에 대해서는 과세표준에 따라 1.2~6.0%로 세제를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보유 기간 발생할 세금을 미리 계산하는 것이 손익을 결정 짓는 요소로 변한 것이다.
처분 단계에서는 양도소득세의 절세 방안과 손익분기 매도가가 핵심사항이다. 세금을 고려하지 않는 사람은 앞에서 이익이지만 뒤돌아서면 손해를 보게 된다. 최근에 발표된 세제 강화안에 따르면 1년 미만의 보유주택 양도소득세율이 50%에서 70%로 인상됐다. 또 규제지역 내 2주택자는 기본세율에 20%, 3주택자는 30%를 가산함으로써 최고세율이 72%까지 올랐다. 만약 준비되지 않은 투자를 하게 된다면 1억원을 벌더라도 실제 손에 쥐는 것은 2800만원인 것이다.
경매의 전략이란 준비, 취득, 보유, 처분 단계를 미리 생각하고 돌발상황의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을 말한다. (근)저당, (가)압류, 경매개시결정등기, 담보가등기 이후에 성립한 권리는 경매사건에서 소멸된다. 앞서 언급한 것을 말소기준등기라고 한다. 마치 꽃밭에 물을 주는데 파이프의 특정구간을 잘라버리면, 절단된 부분부터는 물이 공급되지 않아 꽃이 시들어 죽는 것과 같은 이치다. 권리 분석 시 말소기준등기 이후에 임차인이 있어서 낙찰자는 인수권리가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잔금을 납부하기 전 선순위 근저당권이 소멸되면서 말소기준등기가 바뀌게 된다. 임차인의 보증금을 인수하게 된 것이다. 이런 경우가 경매에서 발생할 수 있는 돌발상황이다. 예기치 못한 상황이 생겼을 때 사전에 관리와 대응책을 준비한 사람은 당황하지 않고 매각불허가신청, 매각허가결정에 대한 항고, 매각허가결정 취소신청, 부당이득금반환청구 등을 통해 빠져나올 수 있을 것이다.
‘백문이 불여일견이요, 백견이 불여일각이며, 백각이 불여일행’이란 말이 있다. 경매에서 전략이 필요한 것은 관리와 대응을 바탕으로 확률값을 높이는 투자 실천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다. 좋은 전략과 올바른 훈련이 쌓인다면 실패하지 않는 투자를 넘어 인생에서 승리하는 습관을 갖게 될 것이다.
김창수 < 부동산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