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13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남인순 최고위원은 불참했다. 이날 박원순 서울시장 발인에 참석하면서다. 강훈식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남 의원이 부재한 이유에 대해 "장지까지 갔다"라고 전했다.
여성 운동계 출신 민주당 여성 의원들이 박 시장의 성추행 의혹을 두고 침묵하고 있다.
서울 송파병이 지역구인 3선의 남 의원은 민주당 내 젠더폭력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젠더폭력대책특별위원회는 과거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미투(me too·나도 고발한다) 폭로 이후 설치된 당내 기구다. 당시 특위 산하에 성폭력 신고상담센터를 설치했고 '피해자 중심주의'에 입각해 신고된 사건들을 처리했다고 언론에 밝혔다.
남 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미투 운동은 일회성이 아니고, 성차별 개선과 성희롱·성폭력 근절을 바라는 오랜 사회적 요구가 응축되어 있다가 분출한 것"이라며 "이러한 사회적 요구와 민의를 수용해 최소한 당원들에 의한 성희롱·성폭력을 예방하고, 문제 발생 시 가해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과 피해자 보호가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남 의원은 박 시장 사망 뒤 박 시장 빈소를 지켰고 장지까지 따라갔다.
민주당 내 다른 여성 의원들도 마찬가지다. 2018년 1월 서지현 검사의 미투 폭로가 이뤄졌을 때 여당 여성 의원들은 기자회견을 열었다. 진선미·정춘숙·남인순·이재정·송옥주·유은혜·유승희·권미혁 의원 등은 기자 회견에서 "현역 정치인 등 사건에 연루된 모두를 성역없이 수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대부분 박 시장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여성 최초로 국회 부의장에 오른 김상희 의원은 박 시장 의혹을 묻는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정춘숙, 진선미 의원 등도 마찬가지였다. 백혜련 의원은 “묻지 말아 달라. 인터뷰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전현희 권익위원장은 “제가 알지 못하는 부분”이라며 “가신 분 명예를 존중해드리는 게 도리가 아닌가 생각한다. 언론도 잘 부탁드린다”고 했다.
이날 피해자 지원단체 소속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 고미경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 등은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을 열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