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5배 빠른 와이파이 서비스가 상용화된다. 6기가헤르츠(㎓) 대역을 활용하는 ‘와이파이6E(익스텐션)’ 서비스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최근 6㎓ 주파수 대역(5915~7125㎒) 총 1200메가헤르츠(㎒) 폭의 주파수를 차세대 와이파이인 와이파이6E에 쓸 수 있도록 했다. 지난 4월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6㎓ 공급 계획을 발표했다. 장비 제조사들이 이 규격을 지원하는 기기를 만들면 5세대(5G) 이동통신과 비슷한 수준의 와이파이 서비스를 쓸 수 있게 된다.
와이파이는 국제전기전자공학회(IEEE)가 만든 무선랜 표준 802.11에서 시작됐다. 랜선 없이 자유롭게 인터넷을 이용하기 위한 목적이다. 와이파이라는 이름은 802.11 기반 무선 제품을 개발한 기업들의 연합체 ‘와이파이 얼라이언스’에서 유래됐다. 1997년 첫 표준이 나왔고 1999년 ‘802.11b’ 표준이 상용화됐다. 최고 속도는 11Mbps(초당 메가비트) 수준이었다. 2003년에는 54Mbps까지 지원하는 ‘802.11g’가 나왔고 2009년에는 최고 150Mbps 속도를 보이는 ‘802.11n(와이파이4)’이, 2011년 들어 현재까지 가장 많이 쓰이는 ‘802.11ac(와이파이5)’가 발표됐다. 최고 3.5Gbps(초당 기가비트) 속도까지 가능해졌다.
최신 기술 표준은 ‘802.11ax(와이파이6)’다. 2017년 처음 표준안이 마련됐고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통해 시험 서비스가 이뤄졌다. 이론상 최고 전송속도는 9.6Gbps로 와이파이5 대비 2.5배가량 빠르다. LTE(4세대 이동통신) 네트워크와 비교하면 8배 정도 빠르게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다.
이번에 정부가 도입을 추진하는 와이파이6E는 ‘익스텐션(확장)’이란 이름처럼 사용하는 주파수 범위를 늘린 것이다. 기존 와이파이 규격은 2.4㎓와 5㎓ 주파수 대역을 사용했다. 와이파이6E는 여기에 6㎓ 대역까지 활용한다. 6㎓까지 사용하는 이유는 기존 2.4㎓와 5㎓ 대역이 포화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특히 2.4㎓ 주파수 대역은 와이파이는 물론 블루투스를 비롯한 다양한 무선통신 용도로 활용된다. 지하철이나 번화가에서 무선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을 때 종종 혼선이 발생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번에 정부가 주파수를 추가 공급하게 되면 와이파이용 주파수 폭은 기존 663.5㎒에서 1863.5㎒로 3배가량으로 늘어난다. 와이파이6와 동일한 기술을 사용하기 때문에 이론상 최고 전송 속도는 같다. 하지만 주파수가 대폭 늘어난 만큼 실제 체감하는 속도는 훨씬 빨라진다. 와이파이 칩셋 제조회사 브로드컴이 올해 1월 실측한 자료에 따르면 와이파이6의 속도는 400Mbps였던 반면 와이파이6E는 2.1Gbps로 5배 이상 빨랐다.
정부는 와이파이6E가 상용화되면 무선의 5G 이동통신과 시너지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5G가 데이터를 운반하는 대동맥이라면 와이파이6E는 데이터를 집 안 곳곳으로 분산하는 모세혈관 역할을 한다”며 “와이파이6E를 통해 실내에서 고용량 5G 콘텐츠를 저렴한 가격으로 소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마트 팩토리 등 산업 현장에도 적용될 전망이다.
관건은 와이파이6E를 위한 장비와 단말기다. 업계에선 올해 말부터 와이파이6E를 지원하는 와이파이 기기(인터넷 공유기)와 스마트폰, 노트북 등 단말기가 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와이파이 기기, 단말, 콘텐츠, 게임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국내 기업들이 새로운 먹거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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