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도 청주 팔고 반포 가져가잖아. 이 동네 서울은 세종이니까 사는거지", "세종시 올해부터 엄청 올랐어요. 매물 나오면 바로 가져갑니다"….(고운동 공인중개사들)
정부의 6·17부동산대책에도 세종시의 집값과 전셋값이 뛰고 있다. 충청권에서는 대전과 청주가 규제지역으로 묶이면서 그렇지 않아도 급등했던 세종시 집값에 불을 질렀다. 수요자들이 대거 몰려가면서 아파트 마다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수도권의 집값 분위기와도 닮아 있다. 수도권 대부분이 규제지역으로 지정되면서 수요자들은 같은 규제를 받는다면 서울이 낫다고 판단해 매수에 나서고 있다.
6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 세종시 아파트 값은 1.48% 상승했다. 대전이 0.00~0.10%의 상승률을 분포를 보이고 청주가 0.10% 오르는데 그친 것과 비교하면 강세다.
청주 흥덕구와 청원구는 6·17대책 직전만 하더라도 각각 1.31%, 1.33%의 상승률을 나타냈던 곳이다. 그러나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된 후 상승률이 급격히 꺾이고 있다. 대전 역시 마찬가지다. 유성구는 1.25%, 서구는 0.89%의 오름세를 나타냈지만, 이제는 0.02%. 0.10%의 저조한 상승률을 기록할 뿐이다.
세종시 올들어 아파트값 16% 올라…현장에는 60% 급등
세종시는 지난해만 하더라도 3.20% 하락해 대전(0.90%)과는 대조적인 분위기를 나타냈던 지역이다. 그러나 올해들어 공급부족과 전셋값 상승 등을 이유로 반등하기 시작했다. 누적 상승률이 16.07%로 광역시도를 기준으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전셋값 또한 9.82% 올라 전국 상승률 1위다. 현장에서의 집값 상승률은 더하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전수조사한 결과 5일 기준으로 최근 한달간 신고가를 기록한 세종시 아파트는 94곳이었다. 세종시 아파트가 145개 단지인 것을 감안하면 10채 중 6채 이상을 집값이 최고치를 찍었다는 얘기다. 더군다나 신고가 아직 안됐거나 신고가가 기록되는 속도로 볼 때, 실제로는 100곳을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들어 세종시 고운동, 아름동 일대의 아파트들 상승률은 보고도 믿기지 않을 정도다. 1생활권과 첫마을이 포진해 있는 한솔동 일대에서는 집값 또한 가파르게 올랐다. 고운동은 1생활권으로 조치원과 가까운 지역이다. 세종시 내에서 집값과 전셋값이 비교적 안정적인 곳이었지만, 올들어 동반 상승하면서 반 년 만에 40%가 넘게 상승한 아파트가 속출하고 있다. 대전과 가까운 3생활권이나 청주와 가까운 4생활권의 상승률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고운동 가락마을 2단지 세종힐데스하임 전용 107㎡는 지난달 29일 8억5500만원에 매매됐다. 이 단지는 지난해 12월에 4억과 4억8000만원에 거래됐던 아파트였다. 6개월만에 4억5500만원에 오른 셈이다. 기존의 집값 보다 상승분이 더 많은 기현상까지 나왔다. 가락마을 3단지 호반베르디움(424가구)은 전용 84㎡가 지난달 5억원에 거래됐다. 작년 12월에는 3억1500만원, 올해 1월만 하더라도 3억4000만~3억5000만원대에 매매가 가능한 물건이었다. 불과 5~6개월 만에 1억5000만원이 오른 것이다.
고운동 공인중개사들은 "당연한 상승세"라고 입을 모은다. 고운동은 보람동이나 소담동 방면(3생활권·대전 인접)에 비해 가격대가 낮고, 중심부에 해당되는 어진동이나 나성동 보다 매물이 많이 나와서다. 보람동 및 소담동 일대의 아파트는 전용 84㎡의 매매가가 6억~7억원대다. 이 마저도 최근에는 드물다. 해들마을 4단지인 중흥S클래스는 지난달 면적별 신고가로 9억6000만원(전용 109㎡)과 8억5300만원(전용 84㎡)을 기록했다.
세종시의 올해와 내년 입주물량은 각각 4062가구, 4094가구 정도다. 분양물량도 적은 편이어서 4000여 가구에 그칠 전망이다. 공급부족이 예상되면서 세종시에 집값 상승을 예상하는 수요는 집값을 올리고 있고, 전세로 살면서 분양을 받으려는 수요는 전셋값 상승에 기여하고 있다. 서울의 분위기와 다르지 않다. 전셋값 급등에 세종시 외곽부터 내 집 마련 수요가 몰리고 있는 점도 서울의 노도강(노원 도봉 강북) 상승세와 비슷하다.
키맞추기 돌입한 아파트들, 갭투자 유리한 환경으로 변화
A공인 중개사는 "세종 내에서 전셋값이 오르면서 집값이 상대적으로 싼 고운동 일대에서 매수를 알아보는 분들이 꾸준했다"며 "최근에는 외부 수요들이 전세를 끼고 사는 물건들을 많이 물어본다"고 말했다.시세가 급변하면서 갭투자의 타깃인 소형 아파트 가격은 왜곡되고 있다. 4단지 이지더원(305가구)의 전용 59㎡는 지난달 3억5800만원에 거래돼 올해 1월 2억2500만원에 비해 약 60%가 상승했다. 이 단지의 전셋값은 1억7000만~1억8000만원이다. 갭투자를 했다면, 5000만원 가량의 자금으로 수개월 만에 1억원 이상의 차익을 올렸다는 계산이 나온다.
집값와 전셋값이 같이 뛰면서 수개월 전 집값이 전셋값이 되기도 했다. 쉽게 말해 지금의 전셋값으로 집을 살 수 있었다는 얘기다. 8단지의 전용 74㎡가 이러한 경우다. 최근 거래가가 4억2000만원까지 뛰었고, 전셋값은 이달들어 2억4700만원이 됐다. 올해 1월 매매가는 2억7000만~2억8000만원, 전셋값은 1억5000만~1억6000만원이었던 곳이다. 불과 5개월 만에 전셋값은 1억원이 급등했고, 예전 집값과 전셋값이 비슷해졌다.
첫마을에서는 집값이 급등중이다. 올해초 3억원 중반대였던 한솔동 일대의 전용 84㎡는 6월들어 일제히 4억원 이상을 돌파하고 있다. 푸르지오는 지난달 4억9000만원에 팔렸고 나와있는 매물은 5억원대다. 힐스테이트는 5억4000만원에 거래가 성사되면서 6개월 만에 2억원이 뛰었다.
한솔동의 B공인 관계자는 "대전 집값이 많이 오른데다 규제까지 더해지면서 세종시로 집을 알아보는 전화가 부쩍 늘었다"며 "노영민 실장같이 똘똘한 한채를 사야겠다고 오는 분도 실제 있다"고 말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