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철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회장(사진)이 ‘닥공 골프’ 실험에 들어갔다. 사재를 털어 여는 KPGA오픈에서 이글과 버디에 더 큰 점수를 배정해 공격 골프를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KPGA는 오는 16일부터 나흘간 충남 태안군 솔라고CC에서 열리는 KPGA오픈의 점수 계산 방식을 ‘변형 스테이블포드’로 결정했다고 6일 밝혔다. 이 방식은 기존 스트로크플레이와 달리 매 홀 성적을 포인트로 환산해 합계 점수가 가장 높은 선수가 우승하는 방식이다. 국내에서 스테이블포드 방식으로 대회가 개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KPGA는 미국 프로골프협회(PGA)투어에서 사용하는 방식을 그대로 도입한다. PGA투어는 매해 배라큐다챔피언십을 변형 스테이블포드 방식으로 열고 있다.
스테이블포드는 게임 방식을 개발한 이의 이름이다. 더블이글(앨버트로스) 8점, 이글 5점, 버디 2점, 파 0점, 보기 -1점, 더블 보기 이하 -2점으로 점수를 매긴다. 파를 해봐야 점수를 얻을 수 없기 때문에 높은 점수를 따기 위해 버디 이상을 노리는 공격적인 플레이를 해야 유리하다.
KPGA 관계자는 “배점이 높은 이글 등을 하면 막판 뒤집기가 가능하기 때문에 경기가 더욱 흥미진진해질 것”이라며 “볼거리가 많아야 팬층이 두터워진다는 철학을 가진 구 회장이 직접 제안한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올초 취임한 구 회장은 공격 골프를 강조하고 있다. 화끈한 버디쇼와 300야드가 넘는 장타, 백스핀이 강한 아이언 샷 등 일반인의 이목을 끄는 플레이가 침체된 남자프로골프의 인기를 반등시킬 묘책이라는 판단이다. KPGA 관계자는 “콘텐츠의 상품성이 커져야 KPGA투어가 성장할 수 있다는 판단”이라며 “이글은 물론 대회마다 베스트 백스핀 플레이 등을 뽑아 시상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주 열린 KPGA코리안투어 개막전인 우성종합건설 아라미르CC 부산경남오픈에선 버디는 물론 이글 홀인원 등이 쏟아졌다. 대회 첫날에 코스레코드가 깨졌고, 대회 커트 통과 기준은 5언더파 139타에 달했다. 종전까지 선수들이 4언더파를 치고도 커트 탈락한 대회는 2017년 KPGA선수권대회가 유일했다. 대회 우승자인 이지훈(34)은 4라운드 합계 21언더파 267타를 쳤다. KPGA 관계자는 “버디가 많이 나오게 해 남자 선수들의 실력을 팬들이 느끼게 하겠다는 구 회장의 고민이 코스 세팅에 반영됐다”고 말했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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