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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發 기업 신용등급 '무더기 하향' 현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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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반기 신용등급 하향 기업이 상향 기업의 네 배를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등급 상·하향 비율이 이 정도로 악화한 것은 2015년 하반기 이후 4년 반 만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충격이 본격적으로 기업 재무 체력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경기가 코로나19 사태 영향에서 빠르게 회복하지 못한다면 내년에는 더 많은 강등이 뒤따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커지는 기업 신용위험
6일 한국기업평가 집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신용등급을 떨어뜨린 기업은 모두 18곳으로 상향 조정(4곳)보다 4.5배 많았다. 신용등급 상승 기업 대비 하락 기업 수 비율(상·하향 비율)은 2015년 하반기(5.0배) 후 최고를 나타냈다. 이 지표는 지난해 하반기 1.0배였지만 올 들어 급격히 떨어졌다.


코로나19 사태로 실물경제가 위축되면서 기업 기초체력(펀더멘털)이 전반적으로 약해졌다는 분석이다. 올 들어 신용등급 강등 기업은 주로 건설·유통·자동차·해운 등 경기 민감도가 큰 업종에서 나왔다. 이마트(유통)와 LG디스플레이(전자), OCI(태양광) 등 다수의 업종 간판 기업이 기존의 신용을 지키지 못했다.

연이은 신용등급 강등으로 투자자의 불안이 커지면서 기업들의 자금 조달 비용도 증가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주말 기준 3년 만기 ‘AA-’ 등급 회사채 평균금리는 연 2.24%로 지난 3월 초 이후 0.51%포인트 뛰었다. 이 기간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0.50%로 두 차례에 걸쳐 낮췄음에도 회사채 금리가 상승한 영향이다. 기업의 부도 가능성을 둘러싼 투자자 우려를 나타내는 지표인 신용스프레드(국고채와의 금리 격차)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로 벌어졌다. AA- 등급 회사채와 국고채 간 금리 격차(3년물 기준)는 1.40%포인트로 2009년 7월 31일(1.42%포인트) 후 11년 만의 가장 높은 수준에서 맴돌고 있다.

기업들은 투자심리 위축을 반영해 평소보다 금리를 대폭 높여 기관의 수요예측 참여를 유인하고 있다. 지난 2일 연 2.997%(3년물) 금리로 회사채를 발행한 OCI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채권평가사 평가금리(민평금리)보다 0.90%포인트나 높은 이자 지급을 약속했다. OCI 외에도 민평금리 대비 가산금리를 0.6%포인트 이상 제시하는 기업이 적지 않아 하반기 자금 조달 여건의 개선을 낙관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내년 초 강등 쓰나미 우려”
투자은행(IB) 업계에선 기업 신용등급 강등 추세가 연말로 갈수록 더욱 거세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경기 침체를 벗어나기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국제통화기금(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예상치 -2.1%)을 비롯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0.6%) 무디스(-0.5%) 한국은행(-0.2%) 등은 올해 한국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의 마이너스 전환을 예상하고 있다. ‘어닝쇼크’ 우려도 높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175곳의 지난 2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24조7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9% 적다.

신용등급 강등 후보 기업도 크게 늘어났다. 한국기업평가가 지난 상반기 새롭게 신용등급에 부정적(하향 검토 포함) 전망을 붙인 기업은 30곳에 달한다. 작년부터 부정적 전망을 달고 있던 26곳을 합하면 총 56곳이 등급 하락 위험에 직면해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약 400개사의 신용등급을 평가하고 있다.

김은기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은 “국내 신용평가사들이 상반기에는 코로나19 영향에 대한 판단을 보류하면서 신용등급을 내리기보다 등급 전망부터 ‘부정적’으로 바꾼 사례가 많았다”며 “신용등급 강등은 올해 4분기 실적을 공개하는 내년 초 본격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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