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이 한여름 더위만큼 뜨겁게 달아오른다. 일부 장관급 인사와 청와대 참모진이 다주택을 껴안고 미적대는 처사에 대한 비난이 쏟아진다. 한 사람의 일생이 망가지는 청년실업은 상대적 박탈감의 집값 폭등보다 훨씬 절박한 현안이다. 대졸 취업준비생이 넘치는데 가을이면 졸업예정자도 구직 대열에 가세한다. 이런 와중에 인천국제공항공사는 보안검색요원의 정규직 일괄 전환을 밀어붙임으로써 구직 청년의 염장을 질렀다.
여당 의원의 어이없는 돌출 발언도 등장했다. “시험 한 번만 통과하면 다른 청년들은 쳐다볼 수 없을 정도로 높은 임금을 받고 평생고용까지 보장받는 특권공화국”이라며 청년을 매도한다. 시험이 아예 없거나 경쟁률이 훨씬 낮았던 경제개발 시대에 비교적 쉽게 취업해놓고 강성노조를 배경으로 기득권을 누리는 기성세대는 놔두고 생애 첫 직장을 못 잡고 좌절하는 청년들을 나무란다. 북한으로 날아가는 삐라에도 온갖 신경을 곤두세우는 문재인 정부가 청년실업에 대해서는 놀라울 정도로 초연하다. 근본대책은 없고 ‘초단기 허드렛일 급조’가 애창하는 18번이다. 청년이 제대로 된 일자리를 제때 잡지 못하면 결혼을 늦추거나 포기해 출산율도 급락한다.
사뮈엘 베케트가 1952년 발표한 희곡 《고도를 기다리며》에서 두 주인공은 한 그루 나무 아래에서 고도를 기다린다. 고도가 누구인지는 작가도 모르겠다고 실토한 것이어서 자유와 빵 등 다양한 희망사항이 거론된다. 이 시대 한국 청년에게 고도는 일자리일 것이다. 막연한 기다림 속에서 두 사람의 고뇌는 생사를 넘나든다. 1막과 2막의 끝 무렵에 등장하는 소년은 고도가 “오늘 밤에는 못 오고 내일은 올 것”이라는 모호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마치 허드레 단기 일자리를 내세워 고용통계를 분식하면서 청년의 희망을 고문하는 문재인 정부 실업대책과 흡사하다. “내일 목이나 매자. 고도가 안 오면 말야.” 블라디미르의 하소연에 에스트라공이 응수한다. “만일 온다면?” 대답은 즉시 돌아왔다. “그럼 살게 되는 거지.”
세금을 더 거둬 일자리를 해결하겠다는 방침은 애당초 틀렸다. 공무원 증원과 공공기관 정규직 확대로 고용을 늘리는 것은 뒷감당이 어려운 ‘언 발에 오줌 누기’다. 법인세율은 경쟁국보다 높아졌고 소득세 최고세율도 지방소득세를 포함하면 46.2%로 과중하다. 불황으로 세수는 줄어드는데 올 상반기 6개월 동안 늘어난 국가채무는 110조원이 넘는다. 청년 일자리를 가로막는 규제부터 혁파해야 한다. 세금을 인상하기보다 벌어들인 이익이 투자와 고용으로 연결되도록 ‘일자리 친화적 세제’를 정착시켜야 한다.
인건비 절반을 세금 혜택으로 지원하는 청년고용 특별대책이 시급하다. 삼성의 ‘청소년 소프트웨어 아카데미’와 같이 현장에서 즉시 활용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노동법 규제에 대한 예외를 인정하는 특별채용 방식을 검토해야 한다. 공무원시험 대기 인원 해소를 위해 카투사처럼 5배수나 10배수 예비 합격자를 선발해 추첨으로 최종 결정하고 응시 횟수도 제한해야 한다. 단기 알바로 평생 일자리를 호도하는 것은 고도가 온다는 소년의 전언처럼 어설프기 짝이 없는 미봉책이다. 귀한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평생의 직업을 신속히 확보할 근본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기업이 만든 양질의 일자리가 천직으로 정착될 확률은 매우 높다. 기업은 미래 현금흐름의 현재가치가 투자원가를 초과해 순현재가치(NPV)가 기대되면 투자를 실행한다. 법인세는 미래 현금흐름에서 차감할 요소이므로 세금 인상은 투자 위축으로 이어진다. 순현재가치가 확실한 투자가 집행되면 일자리는 늘고 세수도 확충된다. 출자규제로 우량기업을 옥죄면 순현재가치가 보장되는 투자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데, 기술과 자본이 부족한 중소기업이 대신하기도 어렵다.
대기업이 국제적 경쟁이 치열한 첨단기술 투자를 확대하고 중소기업과의 상생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대주주의 이익 편취를 차단할 수 있도록 이사회 책임을 강화하고 사외이사와 감사위원의 전문성, 독립성을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 청년고용을 모든 정책목표에 우선하는 최상의 가치로 놓고 국력을 집중해 신속히 해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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