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체육회가 고(故) 최숙현 선수 가혹행위 의혹을 받고 있는 트라이애슬론(철인 3종 경기) 감독을 직무에서 배제했다.
지난 2일 경주시체육회 측은 인사위원회를 열고 감독과 선수 2명을 불러 사안을 청취한 뒤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
감독의 선수 폭행은 확인되지 않았으나 선수 관리 소홀에 대한 책임을 울었다. 인사위가 끝난 뒤 "폭행사실 인정하냐?", "최숙현 선수에게 하고 싶은 말 없냐"는 질문에 감독은 "그만하시죠"라고 짧게 말했다.
동료 선수 2명에 대해서는 유족의 주장과 상반돼 당장 징계 조치는 하지 않았다. 팀 닥터 B씨는 선수단 소속이 아니라 인사위 청문대상에서 빠졌다. 그는 실제 의료진이 아닌 임시로 고용한 운동처방사로 알려졌다.
경주시청에 공식적으로 입단하지도 않았던 2016년 2월 뉴질랜드 전지훈련부터 가해자들의 폭행과 폭언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감독과 팀닥터가 고인을 폭행하며 술을 마시는 장면도 녹취록에 담겼다.
뿐만 아니라 B씨는 숨진 최 선수를 포함해 선수들로부터 치료비 명목의 돈을 상납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최 선수가 B 씨에게 지급한 돈은 1500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팀 닥터인 B씨가 감독보다 우월한 위치에서 폭행을 주도했다고 YTN은 보도했다.
고 최숙현 선수는 지난 26일 부산의 숙소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다. 고인은 올해 2월 경주시청 감독과 팀 닥터, 일부 선배를 고소했고 이어 4월엔 대한체육회, 대한 철인 3종 협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최 선수는 감독, 동료 팀원 등에게 가혹행위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탄산음료를 시켰다는 이유로 20만원 치의 빵을 먹게하고 복숭아 1개를 감독에게 보고하지 않았다고 폭행을 당했다. 또 체중 조절에 실패하면 3일을 굶어야 했고 슬리퍼로 뺨을 맞기도 했다고 알려져 공분을 샀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고 최숙현 선수 지인이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국민청원 2개가 올라왔다. 글쓴이는 "(전 소속팀)경주시청에서 차마 말로 담아낼 수 없는 폭행과 폭언, 협박과 갑질, 심지어는 성희롱까지 겪어야 했다. 해당 폭력들은 비단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이루어졌다"고 주장했다.
최숙현 선수는 "엄마, 사랑해. 그 사람들 죄를 밝혀줘"라는 메시지를 어머니에게 보내고 세상을 떠났다.
경찰은 감독에 대해 아동복지법 위반과 폭행 혐의로, B씨와 선수 2명은 폭행 혐의로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대구지검은 해당 사건을 엄정하고 신속하게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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