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워지는 공모주 시장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초부터 이날까지 상장한 새내기 주 14곳(스팩 합병기업 제외)의 공모가 대비 주가 상승률은 평균 55.6%였다. 14곳 중 11곳의 주가가 공모가를 웃돌았다. 지난달 SK바이오팜의 일반청약에 개인투자자들이 뭉칫돈 31조원을 선뜻 내놓을 수 있었던 것도 이미 지난 5월부터 공모주 시장에 훈풍이 불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올 상반기엔 SK바이오팜을 제외하고도 주가가 공모가 대비 두 배 이상 뛴 ‘대박’ 공모주가 여러 개 나왔다. 일반청약에서 1552 대 1을 기록하며 역대 두 번째로 높은 경쟁률을 낸 엘이티의 이날 종가는 1만8200원으로 공모가(7800원) 대비 1만400원(133.3%) 올랐다. 엘이티는 코로나 역설의 대표 사례다.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에 디스플레이 제조설비를 공급하는 이 업체는 지난 1분기 고객사의 주문 물량이 줄자 몸값을 전략적으로 낮춰 투자자의 관심을 모았다. 발광다이오드(LED)업체 서울바이오시스는 코로나19 수혜를 톡톡히 본 기업이다. 바이러스를 죽일 수 있는 살균 기능 등을 적극적으로 홍보해 투자심리를 자극했다. 이 회사는 이날 공모가 7500원 대비 130.7% 오른 1만7300원에 마감했다. 비대면 서비스로 주목받은 온라인 리서치업체 마크로밀엠브레인도 이날 공모가(6800원)보다 83.1% 오른 1만2450원으로 장을 마쳤다.
공모가 대비 주가가 빠진 세 곳은 항공기 부품 제조업체 켄코아에어로스페이스(-10.5%)와 암진단기업 젠큐릭스(-22.2%), OLED제조업체 엔피디(-15.7%) 등이었다.
공모주 시장의 열기가 뜨거워진 것과는 반대로 스팩(기업인수목적회사) 시장의 인기는 예전만 못하다. 지난 5~6월 각각 일반청약을 진행한 이베스트스팩5호와 NH스팩16호는 공모물량을 다 채우지 못하고 청약 미달이 났다. 지난달 29~30일 일반청약을 진행할 예정이었던 미래에셋대우스팩5호는 아예 상장을 철회했다.
하반기는 ‘옥석 가리기’ 필요
증권가는 하반기 공모주 시장이 종목별로 우열이 가려지는 장세가 펼쳐질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4월 코로나19 여파로 상장을 철회하거나 연기했던 예비 새내기주의 IPO 재도전이 올 하반기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IPO에 재도전한 기업의 몸값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며 “공모를 철회했던 기업 중 상당수가 코로나19로 실적에 악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커 이를 기업가치에 적정하게 반영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그간 밀렸던 상장예비심사도 거래소로 몰려들고 있어 종목별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5~6월 한국거래소에 접수된 상장예비심사는 총 26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0건에 비해 30%가량 늘었다. 올 하반기엔 방탄소년단(BTS)이 속한 연예기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와 카카오게임즈 등 IPO ‘대어’가 출격을 준비하고 있다. 증권업계가 보는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예상 기업가치는 최대 6조원 수준이다. 일반공모 규모는 1조원 이상으로 예상된다. 카카오게임즈도 하반기 수천억원대 공모를 할 예정이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