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규제 충격을 덜기 위해 고육지책을 마련하는 재개발·재건축 조합이 늘고 있다. 상한제를 피하기 위한 ‘임의 분양’까지 등장했다. 일반분양분을 일정 규모 이하로 줄이면 가격이나 공급 방식을 조합이 원하는 대로 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분양 ‘다이어트’
2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금호동 금호14-1구역조합은 최근 성동구청에 사업시행계획 변경 인가를 신청했다. 일반분양 규모를 줄이고 조합원분양분을 늘리는 내용이다. 이미 착공에 들어간 상태에서 사업 세부계획을 바꾸기로 한 것이다.금호14-1구역은 옥수초 인근 약 5100㎡를 정비해 새 아파트 108가구를 짓는 ‘미니 재개발’이다. 일반분양분은 30가구다. 여기서 일반분양 규모를 한 가구라도 줄이면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에 따라 임의 분양이 가능하다. 분양가는 물론 수분양자 선정 방식 등을 조합이 원하는 대로 정할 수 있다.
조합이 사업 막판 이 같은 선택을 한 건 분양가 겹규제 때문이다. 당장 분양하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지침대로 시세보다 낮은 가격을 책정해야 한다. 그렇다고 일정을 미루다간 곧 분양가 상한제 사정권에 든다. 상한제를 피하기 위한 ‘데드 라인’은 이달 28일이다. 금호14-1구역조합 관계자는 “상한제가 시행돼 일반분양 수익이 줄면 그만큼 분담금이 증가한다”며 “차라리 조합원분을 늘리더라도 임의 분양이 가능한 방향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해 여름 반포동 재건축단지인 반포현대 또한 같은 방식으로 HUG의 분양가 규제를 피했다. 일반분양 12가구를 자체 분양하면서 3.3㎡당 평균 5100만~5800만원대의 가격을 책정했다. 일대에서 최근 분양한 단지들이 규제에 눌려 3.3㎡당 5000만원을 넘지 못한 것과 대조적이다.
재당첨제한 ‘폭탄’ 가능성도
대단지도 ‘몸집 줄이기’에 동참하고 있다. 반포동 신반포3차·경남아파트조합은 지난 3월 일반분양분을 225가구로 줄였다. 당초 전체 2990가구 가운데 346가구를 분양할 예정이었지만 조합원분양과 보류지를 늘리는 방식으로 121가구를 줄였다. 주변 신축 단지 실거래 가격이 3.3㎡당 1억원을 넘는데도 절반값에 일반분양할 수밖에 없어서다. 사업비 손실을 보면서 일반에 10억대 ‘로또’를 안겨주느니 차라리 조합원들에게 더 많은 주택을 배정하기로 한 것이다.
분양가 상한제 기로에 선 둔촌동 둔촌주공도 일반분양분을 줄일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달 총회에서 HUG가 제시한 분양가를 수용하지 않는다면 상한제 적용이 확정된다. 이 경우 4841가구에 달하는 일반분양분을 최소화하는 게 그나마 조합원들의 피해를 줄일 수 있는 길이다. 둔촌동 A공인 관계자는 “‘1+1 분양’ 자격을 완화한 뒤 조합원 재분양을 통해 미래 수익으로 돌려주는 방법이 있다”며 “조합원 숫자가 6000명을 넘는 만큼 웬만한 단지 하나 규모의 물량이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조합들이 일반분양 물량을 조절하는 과정에서 ‘재당첨제한’ 문제가 터질 수 있다. 재당첨제한이란 투기과열지구 재개발·재건축 조합원의 중복 분양을 막는 규제다. 예컨대 투기과열지구에서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은 B구역 조합원이 5년 이내에 다른 투기과열지구 C구역에서도 조합원분양신청을 한다면 현금청산된다. C구역 입주권을 승계취득한 김모 씨의 예를 들어보자. 그는 C구역 매입에 앞서 B구역에서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았다. 그럼에도 C구역 입주권을 사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다른 사람이 분양신청한 입주권을 매입해서다. 하지만 C구역이 다시 분양신청을 받는다면 문제가 발생한다. 자신이 분양신청을 해야 해서다. B구역 관리처분인가일과 5년 이내라면 현금청산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미 분양신청한 입주권을 승계취득해 재당첨제한을 피한 상황이더라도 조합원 재분양이 이뤄진다면 당첨자 이력이 확인돼 재당첨제한에 든다”며 “다시 5년의 제한을 받기 때문에 현금청산된다”고 설명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