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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장터 온 듯 흥겨운 마트"…맛집·서점 돌며 하루종일 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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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인 유통사들은 온라인 쇼핑으로 점점 떠나는 사람들을 잡기 위해 뼈를 깎는 혁신을 하고 있다. 소비자에게 매장에 와야 할 이유를 제시하지 않는다면 생존조차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그 혁신의 현장을 한국경제신문이 10여 차례에 걸쳐 소개한다. 첫 번째 혁신 사례는 이마트타운 월계점이다.

서울 월계동 이마트타운의 최근 한 달(5월 28일~6월 28일)간 방문객 수는 31만 명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1% 늘었다. 이재범 월계점장은 “지난해보다 매출 증가율이 69%에 이른다”고 말했다. 다들 ‘오프라인 매장의 종말’을 말하는데 어떻게 된 일일까. 매장 곳곳을 돌아봤다.
사는 재미 극대화…시골장터 느낌 재현
지난달 30일 찾은 이마트타운 월계점은 평일인데도 시골 장날처럼 북적거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대형마트가 다 죽었다는데 이 매장만은 예외처럼 보였다.

이마트타운 월계점은 점포를 뜯어고친 뒤 지난 5월 문을 다시 열었다. ‘미래형 이마트’란 거창한 이름으로 홍보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사진)은 바뀐 점포를 방문해 힘을 실어줬다. 그는 “사람들이 이제 이마트에 많이 올 것 같다”고 했다. 오랜만에 보인 자신감이었다. 일반적인 대형마트와 다르긴 달랐다. 우선 할 게 많았다. 장 봐서 빨리 나가고 싶은 과거의 이마트 모습이 아니었다.

1층 입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식당가다. ‘미식가(美食街)’란 간판이 붙어 있다. 맛집이 즐비했다. 브런치 카페 ‘마마스’, 꽃게 한 마리를 통째로 넣은 짬뽕으로 유명한 ‘매란방’ 등이 있었다. 점심시간이 아닌데도 빈자리가 거의 없었다. 쌀고로케를 파는 ‘송사부’ 앞에는 긴 줄이 생겼다.

원래 대형마트는 식당가를 잘 드러내지 않는다. 공간만 빌려주고 업체들로부터 임대료를 받기 때문이다. 대형마트 식당은 자기 장사가 아니다. 일종의 ‘부대시설’로 여겨졌던 이유다. 월계점은 반대로 갔다. 30여 개의 맛집을 입구 맨 앞에 내세워 마트 안으로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전략을 택했다. 마트보다 맛집이 더 인기라면 맛집을 최대한 활용해야 했다. 이 전략에 사람들이 반응했다. 월계점은 입구부터 북적였다. ‘장사가 잘되는 곳’이란 이미지도 연출됐다.

맛집·장터에서 명품 편집숍까지
월계점의 또 다른 특징은 ‘물건 사는 재미’를 극대화했다는 것이다. 시끌벅적한 시골 장터를 현대식으로 재현했다. 고기, 생선 코너에서 손질을 해주는 것도 동네 시장과 많이 닮았다. 고기 코너에선 두께별로 고기를 잘라준다. 구이용은 1~2㎝, 스테이크는 3~4㎝로 요구할 수 있다. 랍스터, 킹크랩 같은 고가의 수산물을 찜 쪄주는 ‘서비스’는 수산시장을 벤치마크한 것이다. 수족관에서 생선을 골라 회를 떠달라고도 할 수 있다. 이미 손질이 된 생선과 횟감도 매대에 다 있다.

꽃 정기 구독 서비스 업체 ‘꾸까’ 매장은 새로웠다. 175㎡ 크기의 제법 큰 꽃 매장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 안에선 10여 명이 꽃꽂이 강좌를 듣고 있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이 자연스레 꽃을 향했다. “꽃은 사람을 끌어들이는 효과가 상당하다”고 안영혜 테넌트팀장이 말했다. 월계점을 화사한 느낌이 들도록 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해외 명품 브랜드 편집숍도 독특했다. 명품은 코로나19 시대에도 소비가 크게 줄지 않는 영역이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명품을 마트에 둔 발상은 새로웠다. 매장에선 병행수입 제품을 주로 팔았는데, 가격이 백화점에서 판매하는 것에 비해 20~40%가량 저렴했다. 버버리 프라다 발리 등 명품 중에선 가격대가 그리 높지 않은 브랜드 위주였다

이 밖에 서점 ‘아크앤북’, 가전 판매점 ‘일렉트로마트’, 레고 한정판 상품을 판매하는 ‘레고스토어’, 완구 전문점 ‘토이킹덤’, 가구 브랜드 ‘까사미아’ 등 다양한 형태의 매장이 입점해 있다. ‘테마파크형 쇼핑몰’ 스타필드의 축소판처럼 느껴졌다.

월계점을 통해 정 부회장은 자신의 구상을 표현했다. 장 보고, 밥 먹고, 나들이하는 신명나는 장터 같은 매장. 시끌벅적했던 과거 이마트 매장이 ‘비대면 쇼핑’ 시대에도 가능할지 유통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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