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는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실패를 맛보면서 고민해야 합니다. 그것을 즐거움으로 삼아야만 성공할 수 있습니다.”
1일 ‘2020년 대한민국 최고과학기술인상’을 받은 서판길 한국뇌연구원 원장(사진)은 이렇게 말했다. 이 상은 세계적으로 우수한 성과를 낸 과학자, 기업인을 선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가 수여하는 상이다.
서 원장은 생명 현상의 기본인 ‘신호전달’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 한국의 생명과학 위상을 세계적으로 드높였다. 생명체는 세포, 분자, 호르몬, 사이토카인(면역단백질) 등 여러 요소가 연쇄 반응을 일으키는 ‘시스템’으로 볼 수 있는데 이런 반응을 통틀어 신호전달이라고 한다. 서 원장은 생체 신호전달의 핵심 효소인 포스포리파아제-C(PLC)를 뇌에서 세계 최초로 분리하고 역할을 밝혔다. 또 신호전달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암, 당뇨, 뇌질환 등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서 원장은 “예를 들면 조현병(정신분열증)은 흥분성 시냅스와 억제성 시냅스 간 불균형으로 신호전달이 깨질 때 발병한다”며 “신호전달 시스템은 여러 질환의 원인을 규명하고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연구 분야”라고 설명했다.
서 원장은 그동안 네이처, 사이언스, 셀 등 학술지에 348편의 논문을 냈다. 논문 총 피인용횟수(1만4000여 회)와 논문의 질적 우수성 지표인 ‘H-인덱스’는 62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서울대 수의대를 졸업하고 이 대학 의대에서 생화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포스텍 생명과학과 교수·연구처장,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연구부총장 등을 거쳐 2018년 뇌연구원장에 부임했다.
서 원장은 “제 첫 (사회적) 출발인 포스텍을 설립한 포스코의 노력에 조금이라도 보답할 수 있게 돼 더욱 영광”이라며 “더 노력하라는 말로 알고 혁신 연구 성과 창출과 인재 양성에 매진하겠다”고 했다.
2003년 제정된 대한민국 최고과학기술인상은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 권오준 전 포스코 회장, 김빛내리 서울대 교수, 박진수 전 LG화학 부회장, 윤덕용 KAIST 명예교수(천안함 사건 민군합동조사단장), 황창규 전 KT 회장, 현택환 서울대 교수 등 42명이 수상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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