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으로 중고 상품을 구입한 후 받아보니 사진과 차이가 나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 수령 직후 환불을 요청하자 배송비는 물론 추가 수수료까지 내라고 한다. 비대면 구매를 내세운 중고차 업계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30일 중고차 업계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며 중고차 시장에도 언택트(비대면) 시대가 도래하고 있지만, 환불 정책은 아직 소비자에게 불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대면 구매를 지원하는 대표적인 중고차 업체 중 무료 환불을 제공하는 곳은 케이카 한 곳에 그쳤다.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중고차도 갈수록 온라인 주문이 늘고 있다. 최근 현대캐피탈은 자사 인증중고차의 온라인 구매 비중이 올해 3월 72.2%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출시 초기 10대 중 1대 꼴에 그쳤던 온라인 구매 채널이 핵심 채널로 떠오른 것이다.
케이카도 온라인으로 차량을 구매하면 고객이 원하는 장소로 보내주는 ‘내차사기 홈서비스’의 누적 이용 건수가 20만건을 돌파했다고 발표했다. 오토플러스의 중고차 브랜드 리본카는 온라인에서 중고차 경매도 벌이고 있다.
중고차 시장은 정보 비대칭이 심한 '레몬마켓'으로 꼽힌다. 소비자들 사이에는 차를 직접 살펴본 뒤 구매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 이 때문에 온라인을 통해 중고차를 구매할 경우 차를 보지 않고 산다는 위험요소도 뒤따른다.
중고차 업계는 과감한 환불 정책을 내세워 소비자들의 불안을 잠재웠다. '차를 보지 않고 사도 문제가 없으며, 설명과 다르다면 즉시 환불해주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사진을 보고 물건을 구매했다가 생각과 다르면 배송료만 내고 반품하는 온라인쇼핑처럼 쉽게 환불할 수 있다는 믿음을 준 것이 중고차 시장에 온라인 주문이 자리잡을 수 있었던 비결인 셈이다.
온라인 구매는 판매자가 찍은 사진을 소비자가 보고 구매를 결정하는 것이 기본이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는 각기 다른 모니터를 사용하기에 경우에 따라 색감 등에 있어 사진과 실물에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정작 차를 받아봤더니 좌석이나 팔걸이가 불편하다거나 룸미러 시야가 좁다는 등 예상치 못했던 문제를 발견하는 경우도 있다. 다만 이러한 경우 업체별로 환불 규정이 상이하고 차량 가격이나 반품 사유 등 조건에 따라 수수료를 부과하는 경우가 많아 소비자 주의가 필요하다.
업계 대표 기업 대부분이 부담금, 위약금, 재상품화 비용 등의 명목으로 환불 수수료를 요구한다. 현대캐피탈 인증중고차는 온라인샵에서 결제한 중고차에 한해 차량 수령 후 48시간 이내 환불 신청이 가능하다. 차량 상태가 인수 시점과 같아야 하며 주행거리는 50km 이하로 제한된다. 차량에 하자가 있는 것이 아니라면 단순변심에 의한 환불로 처리될 수 있는데, 차종별로 15만~25만원의 부담금을 지불해야 한다.
엔카닷컴은 엔카홈서비스를 통해 차량을 신청하면 배송 받은 날로부터 7일 간 차량을 타보고 구매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차량에 하자가 없는 단순 변심의 경우 차량 점검 및 세차 등 재상품화 비용을 청구한다. 가령 국산차를 샀다가 3일 내 환불할 경우 10만원을, 수입차는 15만원을 요구한다. 차량 금액에도 제한이 있다. 5000만원 이상 차량을 구매하면 1일 초과시 환불 수수료가 발생한다. 5000만원 미만의 차량은 4일차부터 차종에 따라 최소 16만원부터 최대 420만원까지 차등 청구된다.
오토플러스가 운영하는 중고차 브랜드 리본카는 차량 인수 시점으로부터 72시간 안에 환불할 수 있다. 다만 주행거리가 60km를 넘으면 안되며 단순변심에는 차종별 부담금을 15만~25만원까지 부과한다. KB금융그룹의 중고차 중개 플랫폼 KB차차차는 리본카와 위탁 계약을 통해 리본카 차량 중 일부의 차량에 한해 배송 및 환불을 제공한다. 72시간, 60km 이내라는 제약은 동일하다. 상품 결함이 아닌 단순 변심에 의한 환불은 탁송료에 더해 위약금까지 별도로 지불해야 한다.
인지도가 높은 중고차 기업 가운데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환불해주는 경우는 케이카 한 곳에 그쳤다. 케이카는 2015년 내차사기 홈서비스를 선보이며 3일 내 환불이 가능한 ‘3일 책임환불제’를 도입했다. 차량을 배송받은 후 3일간 운행해보고 마음에 들지 않았다면 주행거리에 제한 없이 환불해준다. 부담금, 위약금 등의 별도 환불 수수료도 요구하지 않는다.
업계 관계자는 "신제품이 아닌 이상 상품을 직접 보지 않고 소비자가 정확한 상태를 파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상품이 소비자의 예상과 달라 환불할 경우 일종의 배송비를 부과하는 정도는 타당하겠지만, 그 이상을 요구하는 것은 적절성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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