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한국에 대한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핵심소재 수출규제를 시행한 지 1년 동안 한국의 일본상품 불매운동이 정착돼 일본 기업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지적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30일 "한국 정부가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의 '탈일본의존도'를 정책적으로 지원하면서 피해를 보는 건 일본의 관련 기업만이 아니다"며 "자동차, 맥주 등 일본 소비재에 대한 불매운동이 착실히 정착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5월 한국의 대일 수입규모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 줄었다. 이 가운데 소재 및 기계 장비 뿐 아니라 자동차와 맥주 등 소비재 품목의 수입 감소가 눈에 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5월 한국의 일본차등록대수와 일본 맥주 수입액은 각각 62%, 87% 격감했다. 닛산자동차와 패스트리테일링의 지유는 한국 철수를 결정했다.
다만 수출규제 1년을 맞아 삼성전자 등 한국의 반도체·디스플레이 대기업들도 피해를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니혼게이자이는 "'일본 의존도를 극복했다'는 한국의 주장과 달리 최첨단 반도체 생산에는 일본산 초고순도 소재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라며 "SK머티리얼즈가 개발한 초고순도 제품도 일본산에 비하면 품질이 떨어진다"고 분석했다.
500가지가 넘는 반도체 생산공정 가운데 저순도 소재로 대체가 가능한 일부 공정에 국산 제품을 투입한 삼성전자에서는 불량품 발생 등 비용부담이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일본으로부터 핵심소재를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었다면 불필요한 조치"라고 말했다.
일본이 핵심소재의 수출을 제한적으로 허용하지만 언제 조달이 막힐 지 모르기 때문에 한국 정부와 기업은 국산화와 해외 기업 유치를 서두르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기업의 소재 기술력이 향상돼 반도체 대국 한국으로의 수출길이 막히면 일본의 소재산업은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이 신문은 전망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