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전국의 대학이 전면 온라인 수업으로 한 학기를 마쳤다. 그런데 온라인 수업에 대한 불만으로 인해 대학가에서는 등록금 반환 요구가 거세다. 일부 대학은 일정액 환불을 결정했다. 가을에 2차 팬데믹(대유행)이 올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예견 속에 2학기에도 온라인 수업이 불가피할 수 있어서 등록금 반환 요구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물론 10년 이상 등록금이 동결된 대학으로선 이미 등록금만으로는 대학 운영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니 환불은 어불성설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학생들의 불만이 단지 ‘온라인’이라는 환경만의 문제일까? 이는 단순히 도서관 등 학내 시설 미사용에 대한 환불 이슈가 아니다.
성균관대 교육과미래연구소(소장 배상훈 교수)는 최근 전국 대학 온라인 학습 경험을 조사했는데, 25개 대학을 대상으로 대면 수업이었던 2019년(5000명)과 전면 온라인 수업을 한 2020년(4654명)의 학습 경험을 비교 분석했다. 분석 결과, 대학생들은 온라인 수업을 더 힘들어 했다. 특히 수업 질에 대한 실망이 매우 컸다. 교수가 시험이나 과제와 관련된 피드백을 충분히 제공하고 객관적으로 평가했냐는 질문에 대해 대면 수업이던 작년에는 38%가 ‘그렇다’고 응답했는데, 올해 온라인 환경에서는 31%뿐이었다. 교수와 과제나 성적에 관해 대화해 본 경우는 작년엔 24%였는데, 올해는 17%에 그쳤다. 교수가 수업과 관련해 최신 동향을 반영해 가르치느냐는 질문에는 작년엔 38%만 그렇다고 응답했고 올해는 33%만 그렇다고 응답했다. 모두 온라인에서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었음에도 제대로 안 했다.
일단 대면 수업보다 온라인 환경에서 학생들이 교수의 수업에 더 불만이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런데 이 조사 결과에서 놀라운 것은 교수가 시험이나 과제에 피드백을 제공하는 것이 비상시인 온라인 환경뿐 아니라 평상시인 대면 수업에서조차 38%뿐이었다는 점이다. 최신 동향을 반영해 가르치는 경우가 평상시에도 38%에 그쳤고, 과제나 성적에 대해 대화해 본 경우도 평상시조차 24%에 그쳤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대학은 배움의 장(場)이다. 배움의 질은 스승의 피드백과 상호작용 수준에 달려 있다. 단순 지식의 전달은 요즘 온라인에 차고 넘치는 명강사들의 강의를 들어도 된다. 진정한 지적 도약은, 학생이 어떤 질문을 받고 어떤 종류의 생각을 꺼낼 수 있는지에 의해, 그리고 학습 과정인 시험이나 과제에 어떤 수준의 피드백이 주어지는지에 의해 결정된다. 그런데 교수와의 상호작용이 없다면, 시험이나 과제에 피드백이 없다면, 굳이 그 교수의 수업을 들을 이유가 뭘까. 온라인 환경에서 더 악화됐지만 수업은 이미 대면 환경에서도 부실했다.
그럼 수업의 부실이 모두 교수의 탓일까? 《서울대에서는 누가 A+를 받는가》(다산북스, 2014)에 의하면, “사실 대학에서 학부생들은 버려졌잖아요”라고 한탄하는 서울대 교수의 이야기가 나온다. 살인적인 논문 실적 요구 때문에 강의는 사실상 그냥 방치되는 것이 현실이라는 것이다. 대학원 수업도 별반 다르지 않다. 또 서울대 교수 대상으로 대학 교육의 질 제고 정책을 위한 의견 조사 결과, 수업에서 더 잘 가르치기 위해 쏟는 시간과 노력이 교수 업적에 거의 반영되지 않기 때문에 강의를 소홀히 취급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가장 많은 교수들의 지적이라고 기술하고 있다.
학생들만 평가에 의해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 교수도 평가에 의해 움직인다. 교수가 수업을 부실하게 하면, 그것은 “그래도 되기 때문”이거나 “그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EBS 다큐프라임 ‘왜 우리는 대학에 가는가’에서 김영철 연세대 법학과 교수가 한 말이 다시금 떠오른다. “우리나라 대학의 가장 큰 문제점은 학생들이 방치되고 있다는 겁니다. 소통이 부재하는 캠퍼스는 죽은 곳입니다.”
이제 언제든 전면 온라인 수업이 다시 소환될 시대에, 언제까지 부실 수업을 개별 교수의 책임으로만 돌릴 것인가? 이번 사태가 대학 ‘교육’의 근본적인 질적 개혁 기회로 전환되도록 대학 안팎의 혁신적인 리더십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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