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건강보험료 인상폭을 결정하는 논의가 시작됐다.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를 골자로 하는 ‘문재인 케어’로 인해 이번에도 큰 폭의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26일 11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를 열고 내년 건보료 인상폭 결정안을 안건으로 올렸다. 건정심에서는 경영자총협회와 중소기업중앙회 등 사용자 단체,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 근로자 단체가 복지부 공무원 및 전문가들과 함께 매년 다음해 건보료 인상폭을 결정해왔다.
하지만 이날 회의에서 건보료 인상은 제대로 논의되지 못했다. 인상폭을 놓고 정부와 사용자 및 근로자 측의 의견이 크게 엇갈렸기 때문이다. 이날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복지부는 올해도 건보료를 3.4~3.5% 인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경총 등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를 감안할 때 높은 수준의 인상률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회의에서는 “높은 비용 부담을 강요하는 문재인 케어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의견이 엇갈리며 실제 내년 건보료율 인상폭은 8월 이후에나 결정될 전망이다.
문재인 케어 시행으로 2018년 말 20조6000억원이던 건강보험 기금 누적 적립금은 지난해 말 17조7712억원으로 줄었다. 기금 고갈 우려가 커지자 정부는 문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는 이듬해인 2023년 누적 적립금을 10조원 이상으로 유지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를 위해 5년간 연평균 건보료 인상폭을 3.20%에 맞추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2016년 0.90%, 2017년 0.0%에 머물렀던 건보료 인상률이 2018년 2.04%를 시작으로 2019년 3.49%, 2020년에는 3.20% 오른 이유다. 하지만 2018년 인상폭이 목표를 크게 밑돌면서 산술적으로는 남은 2년간 3.63%씩 올려야 한다.
코로나19 사태로 건보 재정에 부담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김덕수 건강보험공단 기획이사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침체로 징수율이 떨어지며 보험료 수익이 줄고 있다”며 “9월 말 기준으로 전년 대비 1조원 이상의 수입 감소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들이 병원 방문을 기피하며 진료비 지출이 감소했지만 이에 따른 긍정적인 효과는 코로나19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된 대구·경북 지역 건보료 경감 규모(9877억원)와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건보료 인상이 코로나19 피해를 줄이기 위해 해온 경기 부양 노력과 배치된다는 점도 정부로서는 부담이다. 건보료율은 6.67%(기업과 근로자가 각각 3.335% 부담)로 국민연금 요율 9%보다 낮지만 월 소득 480만원을 기준으로 납부 상한이 정해져 있는 국민연금과 달리 소득에 그대로 적용해 환산한다. 한 기업 재무 담당자는 “기업에 4대 보험 중 가장 부담이 큰 것이 건강보험”이라고 말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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