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소비’ 열풍을 일으켰던 기부형 크라우드펀딩을 둘러싸고 투명성 의혹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펀딩 과정이 투명하지 않아 등을 돌리는 소비자가 늘어나는 분위기다.
기부형 크라우드펀딩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다수의 사람이 소액을 모아 기부하는 형태다. 2011년부터 와디즈, 텀블벅, 위비크라우드펀딩, 소셜펀치, 해피빈 등 기부형 크라우드펀딩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크게 늘기 시작했다. 소액을 기부하면서 ‘리워드(보상)’ 형태로 관련 상품을 받을 수 있다는 게 매력 요인으로 꼽힌다.
기부형 크라우드펀딩을 둘러싼 논란은 지난달부터 본격화됐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단체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의기억연대의 전신)가 크라우드펀딩으로 모은 후원금을 목적과 다르게 사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다. 정대협은 2016년 중국 난징에 위안부 피해 할머니를 기리는 숲을 조성하겠다며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했다. 4000만원의 후원금을 모았지만 사업은 무산됐다. 이후 후원금은 정의연 계좌로 들어가 목적과 다르게 쓰였다는 의혹이 일었다.
정의연 외에도 다수의 기부형 크라우드펀딩 프로젝트가 펀딩 종료 후 기부까지 하는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다는 게 문제로 꼽힌다. 제작비, 배송비, 수수료를 제외한 순수익금을 기부한다고 하고선 마감 후 구체적인 액수를 밝히는 곳은 드물다. 기부금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예산안을 올리는 사례도 많지 않다.
지난 3월 와디즈에서는 한 업체가 티셔츠를 판 수익 일부를 밀알학교(발달장애아 특수학교)에 기부하겠다는 프로젝트를 올렸다. 하지만 후원금 모집을 종료하고 한 달이 지나서도 기부하지 않았다. 기부 지연 사유와 향후 계획도 공지하지 않았다. 이 업체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밀알학교와 만날 수 없어 2학기에 기부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전문가들은 기부형 크라우드펀딩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펀딩 과정에서의 투명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착한 소비’는 소비자들을 기만하는 마케팅에 불과하다”며 “후원금을 받기 전에는 예산안, 받은 뒤에는 결산안을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이 최소한의 지침을 마련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김남영 기자 ny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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