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6·17 부동산 대책’을 내놓은 지 하루 만에 또 다른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규제지역으로 묶이지 않은 경기 김포, 파주 등에서 매수 문의가 급증하고 있다. 18일 이 지역 중개업소에 따르면 대책 발표 직후 김포 파주 등과 충남 천안 등에 수요가 몰리면서 신고가 거래까지 나오고 있다.
이번 대책으로 경기도 대부분이 규제지역이 됐지만 김포 파주 연천 등 접경지역은 빠졌다. 대책이 발표된 지난 17일 김포 풍무동 풍무센트럴푸르지오 전용 84㎡는 6억3000만원에 신고가 거래됐다. 5억원대 후반이던 이 주택형은 15일 6억500만원에 거래됐고 지금 호가는 6억7000만원에 달한다. 김포 운양동 대장단지 한강신도시롯데캐슬은 17일 하루에만 10건 넘게 거래가 성사됐다. 이 단지 전용 84㎡ 호가는 4억원 이하에서 4억7000만원으로 뛰었다.
‘미분양 무덤’으로 불렸던 파주 운정신도시에서도 주요 단지 호가가 5000만원 이상 올랐다. 목동동 운정신도시센트럴푸르지오 전용 75㎡ 호가는 6억원, 인근 힐스테이트운정 전용 84㎡ 호가는 7억원으로 치솟았다.
지방에서는 충남 천안과 아산에 ‘사자’ 문의가 몰렸다. 인근 대전과 청주가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인 탓이다. 천안 백석아이파크3차는 17일 전용 74㎡가 이달 초보다 2000만원 오른 3억7900만원에 계약됐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비규제지역 집값이 오르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
김포·파주 호가 하루 새 7000만원↑…천안·아산까지 '풍선효과'
대책 발표되자마자…非규제지역 '신고가' 거래‘6·17 부동산 대책’은 수도권 대부분 지역을 조정대상지역으로 확대 지정했다. 풍선 효과가 재연되지 않도록 광범위한 차단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도 ‘두더지 잡기’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대책 발표 당일부터 경기 김포, 파주 등과 충남 천안 등에 매수세가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토지거래제한구역 지정과 재건축 거주요건 강화 등 갖가지 규제가 집중된 서울 강남구와 양천구 목동 등에선 전세가격이 상승할 조짐을 보이는 등 부작용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번에도 예외 없이 풍선 효과18일 일선중개업소에 따르면 6·17 대책이 발표된 당일 김포 풍무동 풍무센트럴푸르지오 전용 84㎡가 6억3000만원에 계약됐다. 역대 최고 가격이다. 2018년 입주한 이 단지는 지난 1년간 가격이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지난 15일 6억500만원으로 처음으로 6억원을 넘더니, 이틀 만에 3000여만원이 급등했다. 풍무동 P공인 대표는 “이번주 초부터 김포는 규제지역에서 빠질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며 “실제 발표가 나온 이후 진행되던 계약은 바로 완료되고 나와 있던 매물은 모두 다시 들어갔다”고 전했다.
김포 운양동 대장단지로 꼽히는 한강신도시롯데캐슬(2014년 입주)은 17일 하루에만 10건 넘게 거래가 성사됐다. 4억원 이하부터 물건이 나와 있던 이 단지 전용 84㎡ 호가는 4억7000만원까지 뛰어올랐다. 운양동 L공인 관계자는 “그마저도 집주인 대부분이 물건을 거둬들였다”며 “꾸물거리다 김포도 규제지역이 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 바로 계약금을 쏘는 사람이 많았다”고 했다
파주 운정신도시도 꿈틀대고 있다.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A노선 호재로 주목받던 와중에 비규제 효과까지 더해졌다. 목동동 운정신도시센트럴푸르지오(2018년) 전용 75㎡ 호가는 규제 발표 후 6억원으로 뛰었다. 1주일 새 5000만원이 올랐다. 인근 힐스테이트운정(2018년)은 하루 새 호가가 2000만~3000만원가량 높아졌다. 현재 전용 84㎡ 호가는 최대 7억원으로 직전 최고가(6억4000만원)보다 6000만원이 높다.
지방에서는 충남 천안과 아산이 들썩인다. 인근 대전과 충북 청주가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인 덕이다. 천안은 백석·불당·쌍용동에서, 아산은 탕정·배방지역을 중심으로 2억~3억원대 소형 아파트 매물을 찾는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천안 백석아이파크3차는 규제 발표 당일 전용 74㎡가 3억7900만원에 계약됐다. 이달 초 3억5800만원보다 2000만원가량 높다. 단지 내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발표 당일 천안을 찾은 매수자가 많았고 전화 문의도 급증했다”며 “규제 발표 당일에만 4가구가 거래됐다”고 했다.
강남과 목동 재건축은 혼란서울 강남구 대치동, 송파구 잠실, 대규모 초기 재건축단지가 몰려 있는 양천구 목동 등은 혼란에 휩싸였다. 삼성·청담·대치·잠실동은 오는 23일부터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다. 투기과열지구 내 초기 재건축단지(조합설립인가 이전)에 대해선 2년 이상 거주해야만 조합원 분양신청자격을 주고, 안전진단 기준도 강화하기로 했다.
아직 조합설립 전인 대치동 은마아파트가 직격탄을 맞았다. 은마아파트는 1979년 지어진 데다 거주여건도 좋지 않아 상당수 거래가 실거주가 아닌, 전세를 낀 투자 형태로 이뤄진다. 대치동 J공인 대표는 “최근 한두 달 새 있었던 거래는 거의 모두 지방 등에서 투자용으로 구입한 매물”이라며 “조만간 매수 문의가 실종될 것”으로 예상했다.
은마를 비롯해 목동 신시가지, 방이동 올림픽선수촌아파트 등 초기재건축 단지들은 “실거주요건 강화 방침이 부당하다”며 단체행동을 준비하고 있다. 목동 11단지의 한 소유주는 “지방에 살고 있어서 정부가 권장하는 대로 임대사업자 등록을 했을 뿐”이라며 “이제 와서 3000만원 과징금을 내고 실입주하라는 것인지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학군 수요가 풍부한 대치동과 목동을 중심으로 전세가격 상승 우려도 커지고 있다. 대치동 M공인 관계자는 “은마뿐 아니라 우성 선경 미도 등에서도 벌써부터 세입자를 내보내고 직접 들어가겠다는 집주인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이유정/장현주/김포=정연일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