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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지원금 받은 홈술족…아낌없이 "술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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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후반 직장인 A씨는 퇴근 후 집에서 술 한잔 기울이며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재미에 빠졌다. 늘상 캔맥주만 마시던 그는 지난달 큰 맘먹고 생맥주 냉장고도 구매했다. 덕분에 매주 목요일 마트에 들르는 것이 일상이 됐다. 맥주 냉장고에 넣을 '케그'(맥주통·Keg)와 안주를 사기 위해서다. 맛있는 안주를 직접 만들어보고 싶은 욕심도 생겨 최근에는 유튜브 요리 채널도 구독 중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홈술(집에서 마시는 술)족이 늘어나고 있다. 외출을 가급적 피하고 모임 회식 등도 줄이면서 혼자 혹은 가족과 술을 즐기는 이들이 많아진 것이다. 이에 가정용 생맥주 냉장고부터 주류 예약서비스까지 등장하는 등 홈술족의 구미를 당길 제품과 서비스가 진화하고 있다.

◆ 재난지원금 들고 편의점으로…와인 판매 급증

18일 BGF리테일에 따르면 편의점 CU에서 올해 1~5월 와인과 양주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45.8%, 32.9% 성장했다. 해당 기간 역대 최고 매출 성장률이다. 같은 기간 주류 카테고리의 평균 신장률이 10.2%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3~4배 가량 뛴 수치다. 맥주와 소주 매출은 각각 6.9%, 14.2%, 막걸리 매출은 17.1% 증가했다.

신세계그룹 계열 편의점 이마트24에서도 와인 매출이 급증했다. 이마트24에서 올해 1월~5월 와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14% 늘었다.

와인이나 양주는 보통 송년회, 신년회 등이 예정된 겨울이 매출 성수기로 꼽힌다. 이에 관련 매출이 3월 이후에도 급증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분석이다. 업계에선 코로나19로 늘어난 홈술족이 재난지원금으로 주류 구매를 늘렸다고 해석하고 있다.

정부는 코로나19로 얼어붙은 소비를 늘리기 위해 지난달 사상 처음으로 긴급재난지원금 전 국민에 지급했다. 수령한 가구는 2082만 가구, 수령액은 13조원에 달한다. 특히 재난지원금 사용이 시작된 지난달 13일부터 22일까지 10일 간 이마트24의 와인 매출이 5월(1~22일) 와인 매출의 53.7%를 차지했다는 점은 재난지원금 효과를 방증한다. 편의점 CU역시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한 5월 13일부터 25일까지의 와인 매출액이 전주보다 32.7% 증가했다.

혼술족은 와인을 사러 왜 편의점을 향할까. 편의점은 대형마트 만큼 종류가 다양하진 않지만 저렴하면서도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와인을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1인 가구이자 직장생활 3년차 B씨(31)는 "잘 모르는 와인의 종류만 많은 대형마트보단 퇴근길 편의점에 들러서 와인을 사는게 편하다"며 "매달 편의점에서 할인 판매하는 와인(이달의 와인) 중에 적당히 골라 마셔도 충분히 즐길 만 하다"고 말했다.



와인 판매가 급증하자 CU 세븐일레븐 GS25 등 편의점들은 앞다퉈 와인 '주문예약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와인을 예약한 뒤 가까운 점포에서 찾아가는 픽업 서비스다.

CU가 운영 중인 ‘CU 와인샵’에선 1만~12만원대의 칠레·이태리·프랑스산 와인 등 20여 가지 와인을 구매할 수 있다. 세븐일레븐 역시 앱을 통해 초저가 상품부터 유명 프리미엄 와인까지 구매할 수 있다. 100만원이 훌쩍 넘는 프랑스 명품 와인 '샤또 마고'(169만원) '샤또 오브리옹'(179만원) 등도 판매한다. GS25는 GS샵과 연계해 관련 서비스를 시범 운영 중이다. 오전 11시까지 주문된 건은 당일 바로 받을 수도 있다.

◆ 집에도 생맥주 냉장고…두 달간 5500대 판매

한 잔이라도 즐겁고 의미있게 마시려는 홈술족이 늘면서 프리미엄 술 시장도 확대되고 있다.

수제맥주업체 핸드앤몰트는 지난 4월 럼 배럴숙성맥주 '마왕 임페리얼 스타우트' 세번째 버전을 출시했다. 캐리비안 럼 배럴에서 약 11개월간 숙성시킨 프리미엄 맥주다. 500ml 한 캔 가격이 9500원, 340ml 생맥주 1잔 가격이 1만1000원으로 고가지만, 4월 출시 물량이 이미 품절됐다.

제주맥주가 선보인 배럴 숙성 맥주인 '임페리얼스타우트 배럴 에디션'도 연일 품절 행진을 보였다. 사전 예약 3일 만에 초도물량 3000병이 완판됐고, 지난 1일 온라인 예약에도 수요가 몰려 2000병이 모두 팔렸다. 일반 맥주의 3배가 넘는 1병에 2만원 가격이지만, 해외 배럴 숙성 맥주 대비 가성비가 높다는 평가가 완판 행진을 이끌었다.

최근에는 가정용 생맥주 냉장고도 인기다. 이마트에 따르면 홈술족을 위한 생맥주 냉장고인 '테팔 비어텐더'의 판매량이 꾸준히 상승 중이다. 지난 4월 출시 이후 현재(15일 기준)까지 두 달 간 5500여개가 판매됐다.

이마트 측은 가격(12만4000원) 대비 매출이 잘 나오고 있어 요즘 주목하는 제품이라고 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비어텐더에 넣는 케그 맥주 매출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며 "집에서도 손쉽게 생맥주를 즐길 수 있게 해주는 아이템이라 홈술족을 중심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듯 하다"고 설명했다.

테팔 비어텐더는 호환 맥주통(Keg, 케그)을 넣고, 튜브로 연결해 사용하는 맥주 냉장고다. 해외직구로만 판매됐던 상품을 테팔 본사를 통해 이마트가 단독 판매 중이다. 비어텐더는 생맥주의 가장 맛있는 온도 4℃를 유지시켜주고, 생맥주 케그를 넣으면 최대 30일 동안 신선한 맛을 유지할 수 있다. 45°로 잔을 기울여 맥주를 따르면 풍부한 거품과 부드러운 크림이 만들어져 생맥주 매니아들의 취향을 저격했다는 평가다. 5리터(L) 하이네켄과 타이거, 에델바이스 생맥주 케그와 호환이 가능하다.

블로그에도 꾸준히 구매 후기가 올라오고 있다. 마트서 장을 보다 눈에 밟혀 결국 '겟'했다는 얘기가 다수다. 아이디 dns******는 "가성비가 좋아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하게 실현 가능한 행복)을 즐길 수 있는 물건"이라고 했고 아이디 린*은 "맥주 덕후라 냉장고가 늘 포화상태였다"며 "홈술족에는 기회의 상품"이라는 글을 올렸다.

채선희 한경닷컴 기자 csun0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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